9월 21일과 22일 열리는 정운찬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 준비중입니다. 참고인 두 분을 신청했는데, 그 중 한 분이 용산 참사의 유족입니다. 엊그제 인사청문특위 첫 회의에서 참고인으로 채택되었습니다. 9월 22일 화요일에 청문회에 나오시게 됩니다.
저는 정운찬 내정자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여러분들의 느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내정자의 경력에 비춰, 설마 이 정권 들어 벌어진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에 대해 모른 척 하겠나하는 기대가 한 구석에 있습니다. 감세정책에 대해 최소한의 합리적 의문을 품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총리 자리에 나서셨나, 저는 솔직히 궁금합니다.
제가 지켜봐온 민주주의의 후퇴 가운데 가장 절망스러운 일이 용산 사건입니다. 사건 일어나고 8개월이 가까워오는 지금 이 시점에도 용산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과 정부의 태도를 제 눈으로 보고는 기가 막혔습니다.
지난 8월 31일, 재판 속개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용산 유족들과 강기갑 대표님, 저와 여러분들이 대한문에서 청와대까지 인도에서 삼보일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경찰이 막아섭니다. 고작 200미터 쯤 갔을까, 동화 면세점도 가지 못해 아예 경찰이 절대로 못 간다고 합니다. 더 못 가고 앉으니 미신고 집회랍니다. 이게 집회냐고 물으니 공무집행방해랍니다. 결국 16명이나 연행되고 유족들은 파출소에 끌려들어가고 강기갑 대표님과 저만 남겨졌습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온통 경찰로 둘러싸여 몇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감옥이 따로 없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유족들을 만났는데, 딱 한 마디 밖에 못하겠더라구요. “이렇게 어떻게 사세요, 어떻게.”
9월 들어서는 더합니다. 용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 경찰이 1인 시위 펼침막도 빼앗습니다. 1인 시위 막겠다고 경찰이 광화문 광장에 바둑알처럼 깔렸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님이신 배은심 어머님, 일흔이 넘으신 분이 지하철 출입구에서 나오자마자 경찰 수십 명에 둘러싸여 붙잡혀 있어야 했습니다. 어떤 법률적 근거도 없고 털끝만한 위험도 없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불법행위를 하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문정현 신부님께서 4월부터 줄곧 용산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드리고 계십니다. 명진 스님께서 절집에 스스로를 가두어 천일 기도를 마치고 처음 나오신 곳이 용산입니다. 고행과 나눔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성직자들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토해낼 만큼, 우리에게 용산은 너무나 큰 상처입니다.
총리 내정자가 용산 문제만큼은 꼭 풀어내기를 바랍니다. 제가 용산 유족을 참고인으로 신청한 이유는, 청문회에서라도 유족과 얼굴을 마주보게 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총리 내정자가 전국에 생방송되는 그 자리,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유족들께 진심어린 위로를 표하시기를 바랍니다.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경찰의 불법행위가 앞으로는 어떻게 뿌리 뽑힐 수 있는지 물어볼 생각입니다. 민주주의를 회복해나갈 의지를 분명하게 보이시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 만남을 준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