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교 과사무실에서 과돌이 업무를 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밖에서 "최후의 5분"이라는 군가가 우렁차게 울려퍼지네요.
ROTC 학군단 학우들이 교내를 구보하며 열창하는가 봅니다.
저는 피씩 웃으며 군 생활을 떠올리게 됩니다.
군대..
요즘도 또래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면 군대 얘기는 술안주에 뻥튀기가 나오듯이 단골로 등장합니다.
저도 이젠 동원훈련을 거진 끝내고 1일 교육만 받을때즘 됐으니 옛 전우들 이름이 일부는 가물가물 해져갑니다.
여러분들은 군대를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군대라는 집단을 무던히도 싫어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사고를 쳐서 그런것도 아니었고, 군생활 적응을 못했다거나 업무를 제대로 못 쫓아 갔던 것도 아닙니다. 사실 저는 연대장 무전병으로 제법 융통성 있게 군생활을 했고, 분대장 훈련에서도 우수병사로 연대장 표창을 받기 했습니다. 군대때 친했던 동기들, 선후배들도 연락 잘 하고 지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군대라는 좌우 앞뒤가 꽉꽉 막힌 사회... 울타리 안에 가두고 자유를 억압하는 그 문화가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계급으로 나눠서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결국은 절대 충성 복종해야 하는 관계가 싫었죠. 저 역시 대한민국 남아라면 필히 거쳐야 하는 병역의 의무감으로 군대 2년을 버텼습니다.
군대 내 병(兵) 사회도 참 불합리 하지만, 군 간부 사회도 굉장히 불합리 합니다. 병사에 비해 군 울타리 밖으로의 외출은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 역시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사상 행동 자유의 억압속에서 권력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지연과 학연... 즉 연줄에 의해 그들의 미래가 좌우됩니다.
부사관 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잇권을 쟁탈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물론 전부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병사들은 호국의 임무를 같이 짊어지고 가는 동지의 개념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부려 먹어야 하는 일개의 사병(私兵)집단으로 취급하기 일쑤입니다.
군대에서 흔히 많이 듣는 얘기가 있습니다.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누가 처음 그말을 했는지 몰라도 정말 명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회의 축소판은 또한 정당입니다.
군대는 위에서 시키면 사병들은 죽어라 삽질을 하죠. 뭐 필요하면 열병식에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먹여주고 입혀주고 월마다 담배값 과자값 할 정도로 돈을 쥐어주고...
그런 잡다한 작업을 잘 하면 작업반장을 시켜줘 종종 포상휴가를 줍니다.
기존 정당은 그랬습니다. 군대와 어찌나 닮았던지... 특히 한나라당이 그랬습니다.
기존의 스타급 거물 정치인들이 주요 정책 방향을 다 결정합니다.
당 주요 인사들의 인선, 선출은 위에서 다 결정되고 그 밑에 일반당원들은 그저 전시 행사용으로 동원될 뿐이었습니다. 정치 선수들과 일반당원들 간에 충성의 매개체는 단연 돈과 직위와 잇권이었습니다. 당은 이것 저것 인력동원 시키면, 일반당원들에게 티셔츠, 악세사리, 기념품, 밥등을 아낌없이 뿌려줬지요. 말 잘 들으면 무슨 위원같은 지위를 붙여주고 용돈도 쥐어 줍니다.
군 간부사회와 기존 정당 선수들과도 그 행태가 기가 막히게 닮았습니다.
당 소속 의원들은 사견을 내놓기 꺼려 합니다. 눈치 백단이라고 해야할까요.
대부분 스카이를 졸업해서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막상 결정적인 순간엔 당 지도부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 역할만 합니다. 또한 그들은 일반당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의 의견은 좀체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 두 계급(?) 사이에는 엄청난 소통의 괴리와 갭만 존재할 뿐이죠....
주요 당직자들은 저마다 자기 잇속을 챙기기에 바쁘죠. 그래서 줄을 잘 서면 당 내에서 알토란 지위를 쉽게 거머 쥡니다. 그 줄은 없던 직위 명함까지 만들어 줄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죠.
친구들과 술 먹다보면 흔히 누군가 이런 농을 던집니다.
"나 만약에 군대에서 연봉 1억주면 다시 군대들어 간다..."
그러면 친구들의 절반 정도는 끔찍한 소리 마라면서 너나 군대 들어가라고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요즘은 실물 경기가 안 좋고, 취업도 하도 안되다 보니깐 진지한 표정으로 나도
군대 다시 간다고들 합니다.
저는 당연히 군대 같은거 꿈도 안꾼다고 하죠.. 똥밭에 굴러도 사회가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신 군대를 안간다고 한 친구들도 한 5억 10억 주면 갈 수 있다고 입장을 바꾸고,
거기에 병장이나 간부생활한다면 거의 대부분이 당연히 가겠다고 합니다. ㅎㅎ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10억 준다고 한다면, 나도 군대나 다시 들어갈까나?? 하는 생각을 하시나요?
쉽게 피씩 웃고 넘길 상상이 아닙니다.
물론 10억 줄테니 군대 다시 들어오라고 하는 일은 현실에선 절대 없겠지만,
이쪽 현실 정치 바닥에서는 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 아니 실제 벌어지고 있는 얘기들입니다.
한나라당의 특기를 여러분들도 잘 아실겁니다.
문득 김민새와 이인새도 떠오르는군요. 요즘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를 치르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떠올리면 또한 씁슬함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계는 유난히 돈과 직위에 취약함을 보여왔습니다.
제가 너무 군대를 안좋게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리게 되어 씁쓸하네요.
군대는 분명 국가를 존재케하는 신성한 방위임무를 진 특수집단입니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군대의 암적인 습성은 분명 존재하고, 정치계에선 더 노골적이라는 생각엔 변함없습니다.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누군가 거금을 주고 한자리 보장해 준다면 나는 한나라당에 충성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