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을 날리며
조용미
우리는 풍등을 날렸다
기름 솜에 불을 붙이자 종이 갓을 쓴 등이 둥글게
기구처럼 부풀어 올랐다
노란 풍등이 한여름밤의 반딧불이처럼 고요히 날아올랐다
자정의 덕수궁 앞
우리는 울먹이며, 노래를 부르며 노란 풍등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끌 수 없고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저 등불은
그와 우리들만의 신호
놀이도 등싸움도 아닌 우리만의 제의
그를 떠나보내며 하는 약속과 결의
꺼지지 않고 지구의 밖으로 먼 우주로 날아갈 것만 같은 저 풍등
하나하나마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할
당신이 이루지 못한 그 꿈
늘 약자들의 편에 섰고 권위를 버렸던 수평적 인간
원칙과 소신으로 시대를 뛰어넘고자 했고
조그만 흠결에도 괴로워했으며
당당히 죽음으로 자존을 지킨
죽어서 우리 가슴에 다시 살아난 사람
당신을 보내기 전날 밤, 우리는 모두 모여 다함께 풍등을 날렸다
우리의 바람이 바람이 되어 띄워올리는
당신의 마지막 길에
남은 자들의 슬픔과 다짐을 실어 보낸다
편히 가시라
당신을 실패하지 않았다, 너무 많이 이루었다
당신은 불멸이다.
마침내 바보들이 돌아왔다
이원규
한 사람이 떠났다 보내야 했다
한 사내가 떠났다 보내야만 했다
한 바보가 떠났다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른 아침까지 저승새가 울더니
한 시대의 풍운아가 떠나고
한반도의 고독한 승부사가 떠나버렸다
잠시 눈길 피하는 사이
한 사나이가 몸을 날렸다
절망과 환멸의 짙은 그늘 아래 쪼그려 앉아
잠시 고개를 숙이는 사이
역주행 한반도의 먹구름 속에서
발만 동동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이
한 사나이가 먼저 온몸을 날렸다
살아남은 우리 뒤통수에 벼락을 치며
이 시대의 마지막 의인에게
부엉이바위는 절명의 벼랑이 되었다
이 시대의 처음인 혁명가에게
부엉이바위는 생사일여 순명의 성지가 되었다
그리하여 한 사람이 떠나고
또 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한 사내가 가고 또 한 사내가 오고 있다
한 바보가 가고 또 한 바보가 돌아오고 있다
한 시대의 의인이 가고
비운의 풍운아, 고독한 승부사가 가고
순명의 혁명가 노무현이 돌아오고 있다
단 하나의 노무현이 떠나고
노무현 같은 바보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다
마침내 수십만 수백만 명의 노무현들이 돌아오고 있다.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 노무현 추모시집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