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보수단체의 요구에 ‘부산민주공원’ 정류장을 버스노선도에서 느닷없이 삭제해 말썽을 빚고 있다.
부산시, 민주공원측과 협의 한번 없이 버스노선도 일방 삭제 논란최근 부산시는 해운대구와 영도구 등 부산각지에서 중구 영주동 민주공원으로 운행하는 버스 4개노선에서 ‘민주공원’ 정류장을 ‘중앙공원(관리사무소)’으로 교체했다. 시는 해당 시내버스 업체에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시내버스 회사는 시의 요청에 따라 노선도 표기를 바꿨다.
부산민주공원은 지난 1979년 부마항쟁과 1987년 6월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 유일하게 만들어져 있는 민주화 운동의 전시장으로 민주열사추모마당과 민주화 역사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지난 1999년 10월 개관한 이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부산시 산하 부산시설관리공단의 위탁을 받아 운영해왔고, 버스노선도의 정류장 이름도 10년 가까이 사용되어 왔다.
부산 중구 영주동 '부산민주공원'을 오고가는 버스노선도에 '민주공원' 표식이 삭제되고 '중앙공원'이 표기되어 있다.ⓒ 민주공원 제공
그러나 지난 6월부터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부산지부 등 보수단체들이 ‘공원명칭을 중앙공원으로 복원하자’, '민주공원 웬말인가 호국영령 분노한다' 는 내용 등의 펼침막을 민주공원 입구에 내걸어 논란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보수단체들은 과거 중앙공원(구 대청공원)이 만들어진 이후 민주공원이 들어섰기 때문에 시내버스 정류소 이름도 응당 중앙공원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민원을 부산시에 잇따라 제기했다. 결국 보수단체의 민원이 이어지자 부산시는 관련부서의 검토를 거쳐 노선도 변경을 지시했다.
"보수단체가 요구한다고 시 조례로 설치된 곳을... 이해하기 힘들어“부산시는 이 과정에서 ‘민주공원’과 운영을 맡고 있는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한 번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민주공원 측은 28일 “민주공원 조례까지 만들어 설치, 관리되는 곳을 일부 보수단체가 요구한다고 협의 한 번 없이 노선도까지 바꾸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민주공원을 널리 알리고 키워야할 부산시가 앞장서서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부산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관광책자나 표지판 등에서도 잘 사용해오던 이름을 마음대로 바꿔 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뀌니 버스노선도에서도 ‘민주’라는 이름을 삭제하고 싶은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가족과 민주공원을 즐겨찾는다는 정아무개(34) 씨도 “민주공원에 가려고 버스를 타려니 갑자기 노선도 이름이 바뀌어 있어 놀랐다”면서 “혹시 이름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과거 대청공원으로 불리웠던 부산중앙공원은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70여미터의 충혼탑과 해군전승비 등이 서 있고, 맞은편에는 지난 199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20주년 기념일에 개원한 부산민주공원이 꾸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