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영결식 날 신종플루 겁나서 영결식 TV로 지켜보고 끝나고 친구랑 노래방 가서 놀았다. 그리고 끝나는 곡은 ‘우리의 소원’ 불렀다. 시청 앞 분향소에 조문하러 갔을 때는 분향 마치고 친구랑 청계천이랑 광화문광장에 가서 놀았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많은 빚을 졌다. 무슨 빚을 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냥 많이 졌다. 그분이 싸우고 맞으며 대통령에 당선되고 물러나시기까지 이뤄놓은 민주화 된 나라에서 나는 살고 있다. 그게 뭐가 좋은 건지 잘 몰랐는데 이명박이 대통령해보니까 내가 무얼 빚졌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하지만 다 모른다. 모를 꺼다. 아니 알 수도 없고 모르는 게 낫다. 그래서 조문하는 날 영결식 하는 날 친구들과 놀아도 마음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모르겠다는게 안 갚겠다는 게 아니다. 갚고 싶으면 갚고 안 갚고 싶으면 안 갚을 수 있는 빚이 아니다. 갚아도 갚아도 부족하고 다 갚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진 빚이 다르다. 은혜로 주어진 삶과 앞으로 살아야 할 주어진 삶이 다르다. 그분과 나는 인간적으로 얽힌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방명록 뒤적거리면서 다시 찾아가 갚아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세균, 강기갑, 문국현, 정동영이랑 친해져서 갚을 수 있는 빚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때 야당이랑 지금 야당이랑 다르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생활 오래했다고 지금 야당하시는 분들 응원하면 그건 빚 갚는 시늉만하고 진짜 빚은 안 갚겠다는 것이다. 진짜 빚을 갚는다는 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이기는 것이다. 지고 나서 난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도전하여 결국은 졌다며 만족하고 최선을 다했다며 지들끼리 인정해주고 인정받는 승리가 아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해 졌다고 핑계 대는 승리도 아니다. 정말 이기는 것이다. 지금 야당은 패배주의라는 기득권에 빠져서 지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진 사람에게 야박한 것이 아니다. 승리지상주의도 아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했냐 묻는 것이다. 적당히 하니까 이길 리가 없다. 정말 이기고 싶으면 이길 수 있는 물적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왜냐면 우리가 싸워서 이기고 싶은 상대는 이미 강력한 물적토대를 쥐고 있다. 350억 기부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는 이만큼 착하니까 그만 싸우자는 뜻이 아니다. 우리 이만큼 가지고 있으니까 까불지 말라는 거다. 너희는 이만큼이라도 있냐고 약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그런데 사실 부러워한다. 부럽지 않으면 자신 있게 뭔가 다른 의제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욕만 하고 있다. 비아냥거리고만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부러워해서 졌다는 것이다. 우리끼리 비아냥거릴 수 있다. 근데 그것을 신문에 기사로 내놓고 부러워하는 티 팍팍 내면서 우리 신문은 진보적이라고 만족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졌다는 것이다.
시장 방문하고 학교 다니면서 사진만 찍어도 지지율 오른다. 대선, 총선 떨어지고 미국 몇 개월 갔다 와서 다시 재보선에 출마해서 더럽다는 소리 들어가면서 까지 국회의원 된 사람도 민주당에서 지지율 제법 나온다. 이 분들은 이제 앞으로 더 이상 할 일이 없으시다. 더 커질 세력도 없고 욕도 먹을 만큼 먹었고 더 이상 깎아먹을 이미지도 없다. 하지만 그대로 남은 자기 몫은 하고 돌아가실 분들이다. 한사람이 모든 역할을 다할 필요 없다. 균형 잡을 필요 없다. 욕먹더라도 자신들이 한쪽으로 쏠려주면 균형 잡아줄 다른 사람 나타난다. 이 분들은 그 쏠려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그 균형을 잡느냐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은 스스로 균형 잡고 가신 분이시다. 이명박은 중도실용 하고 싶었지만 생각도 없고 전략도 없어 치우쳐버렸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니 국민들의 바람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하여튼 이명박은 대통령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으로 다시 균형 잡았다. 남은 임기 잘 마치면 이분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국민들 마음도 그렇다. 남은 임기만 잘 마쳐다오. 그래서 지지율 높은 것이다. 앞서 가신 두 분처럼 잘하라는 것이다. 이분은 대통령 해봤으니 더 이상 해보고 싶은 것도 없다. 제일 잘하는 4대강 살리기 건설 사업만 잘하면 된다. 그러면 자기 이름은 청계천이랑 4대강에 영원히 남길 자신은 있는 분이시다.
정동영은 그런 자신은 없는데 아직 스스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민주당에서 정동영 만한 사람이 없다. 정동영이 다음 대선에 또 나올 가능성도 실제로 있다. 그것이 제일 슬프고 안타깝고 한심한 것이다. 그러면 또 질 건데도 그래도 정동영을 내보내는 힘이 무시무시하다. 민노당에서 권영길이 계속 나오는 힘이랑 똑같다. 그 힘을 무시하면 안 된다. 지는 싸움 즐기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도 못 하고 못 하고 계속 못해도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다음엔 잘 할께’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 중간고사 망치면 기말고사에서 만회하지 않나. 그게 계속 실패해도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아도 계속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그 힘은 무시하면 안 된다.
계속 시험을 못 보면 다른 길을 알아봐야 한다. 학교 나가서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다른 길을 찾아내고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그 사람을 붙잡아 놓고 있는 물적토대와 관계적 토대가 다른 길로 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부모님 기대와 사회적 편견이 붙잡는 것이다. 그래서 정동영은 다른 길을 갈 수 없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이인제처럼 살아야 된다.
우리는 다른 물적토대와 관계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물적토대와 관계적 토대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온다. 그러니까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 유시민이 민주당 다시 들어가면 또 바른 말을 싸가지 없이 하는 유시민이 된다. 하지만 지금 국민참여정당은 유시민을 개혁국민정당의 유시민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또다시 열린우리당의 참패를 반복하라고 하는 것 같다. 패배를 반복하고 즐기는 것은 정말 안된다. 이제는 이기는 경험이 필요하다. 승승장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기는 싸움만 해야하고 지는 싸움은 이기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때를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모양이 옳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때’가 아름다워야 한다. 창당선언문 내용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때’는 유시민이 결정한다. 나의 ‘때’도 유시민이 결정한다. 나는 그것을 유시민에게 위임했다. 유시민이 행동하면 나도 행동하지만 유시민이 행동하지 않으면 나도 행동하지 않는다. 인터넷 투표 같은 거 안한다. 유시민 결정이 내 결정이다. 의견을 합치지 못해 지고 나서 우린 평등했기 때문에 졌어 이런 말 하고 싶지 않다. 평등하지 않아도 이기는 게 좋다. 이기기 위해서 유시민 따른다. 유시민 따르고 지는 건 납득하지만 따르지 않고 지는 건 납득 안된다. 그러면 아무도 책임 안지니까. 그래서 유시민이 참여하지 않는 신당은 나도 참여 안한다.
유시민 아니면 다른 정치를 상상할 수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을 계승하고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은 유시민 밖에 없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슬픔으로 보내고 박근혜와 정동영 지지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아마 여론조사전화 받으면 바로 안 끊고 질문 끝까지 듣고 응답하고 누르고 있는 사람들은 삶이 한쪽으로 쏠려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균형을 잡아줄 친구가 필요한 사람들 말이다. 술자리에서 정치얘기하면서 스트레스 푸느라 자기 일상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그런 친구의 쏠려있는 모습을 보며 정치를 경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어떻할 것인가. 우리가 그 균형을 잡아야 한다. 내가 균형을 잡아야 정치에 관심없는 친구도 균형을 잡는다. 균형 잡는 것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균형 잡아주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함께 균형을 잡는다. 그렇게 균형 잡은 우리가 깨어있는 시민이고 곧 조직된 힘이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물적토대, 관계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김종필과 정몽준의 물적토대가 우리의 토대가 되었던 것처럼 우리는 생각이 같은 친구끼리 모여서 배설하듯이 시국토론하며 진보적 논객을 자처하지 말고 균형을 잡아줄 친구를 만나야 한다.
우리, 그러한 친구 있는가. 이명박과 김대중, 노무현은 친구다. 부인하고 싶어도 사실이다. 김대중, 노무현 죽음으로 이명박이 정신 차리지 않았는가. 함부로 국정운영 할 수 없는 대통령이 되어 버렸다. 평생 두 사람의 그늘에서 두 사람에게 평생 열등감 갖고 살아야 하는 이명박이 된 것이다. 죽었으니 예전처럼 욕도 못하고 살아있으면 다시 경쟁해서 이길 수도 있을텐데 이제 이길 수도 없다. 그저 따라갈 뿐이다. 그리고 정동영과 유시민은 친구다. 평생 한심하게 살아야 할 운명을 안고 태어난 정동영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길은 유시민 밖에 없다. 유시민과 합치라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경쟁하라는 것이다. 유시민은 정동영의 조직력을 결국 뛰어넘을 것이다. 그러면 정동영의 몫은 그걸로 다한 것이다.
지금 국민참여정당이 주어진 자기 역할 할 수 있겠나. 이미 만들었으니 그 태어난 생명의 몫이 작게나마 있을 거다. 그 몫만 충실히 다하면 된다. 다른 몫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몫을 다하고 질기게 생명유지하려고 하면 안 된다. 솔직히 국민참여정당, 민주통합시민행동, 시민주권모임 모두 유시민을 염두해두고 있을 것이다. 유시민에 동의하지 않아도 유시민과 경쟁하면 된다. 유시민과 경쟁해야 유시민 아닌 다른 새로운 인물 나온다. 그렇게 지금 지도력은 유시민이 쥐고 있다.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유시민과 친구해야 한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혼자 밖에서 떠들지 말고 유시민과 경쟁해야 한다. 정책으로 경쟁하고 물적토대로 경쟁해야 한다. 봉하마을만한 물적토대는 갖고 그 다음에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 우리 기존의 물적토대를 확대하고 관계적 토대를 넓히고 함께 공부하며 준비할 시기이다. 신당도 시민행동도 이미 형성되어있는 토대에서 다르게 모으고 해봐야 사람도 똑같고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토대를 넓히고 그 다음에 새롭게 다져야 한다. 왜냐하면 무능하다는 얘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이기고 싶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뼈아픈 실패는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같은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지난 열린우리당의 몫이었고 노무현 대통령의 몫이었다. 내용에만 만족하며 무조건 밀고 가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 너무 중요하다.
나는 신당을 지지한다. 함께 하지 않지만 지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비겁하게 빠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내 자리에서 외연을 넓히고 자리를 더 튼튼히 다지고 있겠다. 그리고 나중에 신당이 살아남으면 그 때 연대하면 되지 않겠나. 물론 나는 유시민이 움직여야 움직인다. 이것이 신당의 취지와도 더욱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진영을 다지고 나중에 아름답게 연대하는 것 말이다. 신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신당은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기를 바란다.
이제 내일이면 또 월요일이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