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대한민국 국민 안 할란다.
고백부터 하자. 이 글은 지극히 감정적이며, 지극히 감정에 충실한 글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방조자'이자, '협력자'였던, 내가. 이 정권에 실망한 건, 사실 소고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그토록 강조했던 '법치'의 문제였지. 이 나라의 법치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고, 이 나라의 상식은 '그의 손에서' 짓밟혔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 사실 '부역'한 내가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저, 그가 어떻게 되든, 어떻게 하든, 이 나라 대한민국은 '제대로' 돌아갈 줄 알았고, '법 안에서만' 돌아갈 줄 알았다. 법 자체를 허물어버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래서다. 내가 이 나라의 국민임을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과 원칙은 뒤로 하더라도. 그 '법'이라는 잣대조차 안 지켜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므로.
고백 하나. 나는 노무현國 국민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고해성사부터 하자. 나는 정치의 '정'자에도 신물을 내는 사람이었다. 그들을 씹고 욕하기 바쁘고, 그 일로 인해 돈을 버는 것의 '잔머리'를 신랄하게 굴리는 사람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기 전에도, 그들의 '무엇인가'를 채워주는 사람이었다. 비록, 큰 그림에서야 작은 부분을 담당했겠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최대한의 무기는 그런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었으며, 그들의 편에서 '충실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래. 이거 '원죄'다. 내가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원죄. 그들로 인해서 노짱이 돌아가셨고, 그 많은 통곡과 눈물을 흘리면 뭐 하나. 내가 그렇게 만들었는데. 내가 만든 칼이, 내가 만든 총이, 내가 만든 공격무기가 그렇게 만들었는데.
그래서 더 울음이 나왔다. 그게 너무 가슴아파서. 그 부분을 평생 용서받지 못할 것임을 뻔히 알기에. 내가 어떠한 일을 하건, 그걸 남에게 이야기하든 말든, '나 자신에게' 원죄로 남아있을 것을 알기에.
그래서 촛불을 들었고, 그래서 촛불의 앞에 섰다. 이건 아니니까. 이것만은 아니니까. 이것만은 이 나라를 사는 '국민'으로서, '노무현 지지자'로서, 그리고, 이 사회를 사는 '국민'으로서.
고백 둘. 나는 김대중國 국민이다.
그래, 차마 생각치 못 했다. 그 두분이 이렇게 같이 가실줄은. 어느 만평처럼. '가시지요' 하며 같은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가실줄은. 난 차마 몰랐다. 그리고서는 내 비겁이 생각났다. 원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함에 있어 주저함을 두지는 않았다.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으므로, 그 어떤 길을 결정하든 내가 결정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서 '흔들린다면' 안 된다는 것. 내가 선택한 길이 욕을 먹는 길이건, 혹은 혹자가 욕을 하는 것이건, 내가 결정한 판단이므로.
고백하자. 나 비겁자다. 최소한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처럼 살 자신 없다. 그것이 내가 가진 양심의 한계다. 적당히 살수는 있을 지언정,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수는 있을 지언정,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그거, 인정하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변명과 다른 핑계로 그 어떤 말을 한다고 할 지라도 결국 이 원죄에 대한 어떤 '믿음'은 그가 가지고 있는 믿음의 가치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것이 이 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이 양심과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므로, 어떤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므로,
내 믿음은 다른 것이었다. 내가 조용히 살면, 내가 잘만 하면 이 인생 자체에서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 꺼라고 믿었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것이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믿음이 존재하기 위해선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가치는 내가 촛불에 가졌던 그 희망. 좀 더 나은 세대가, 트라우마 안 가진 세대가. 그 가치관을, 그 잘못된 가치관을 깨 버리는 '증명'을 해 주는것. 남과 내가 조금 다르더라도, 그 믿음 내에서 움직이면 무엇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거기까지다. 남에게 바라는 것은. 결국. 이 두분이 가시고 나서야 깨달은 민주주의의 가치는, 내가 아닌 남이 해 줄 수 없다는거, 당신이 직접 보여준 그 삶을 각오하고서라도 나 역시 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 뿐이다. 촛불 패장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그 패장이 깨달음을 얻은 것은 결국 민주주의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렇게 이루어진다는 것. 누구조차도 만들어지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들이 누리는 민주주의라는 것.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쥐박국 국민 안 할란다. 김대중의 국민과, 노무현의 국민 할란다. 망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내가 타도하고 싸워야 할 것이고, 그것이 우리들의 민주주의였다는 거, 인정할 수 밖에 없겠다. 내 믿음은. 딱 거기까지다. 이후는 이후에 생각할란다. 내 배를 째시라.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