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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 무늬, 물, 끈, 운동화...
깜냥 | 2009-08-18 05:32:23 | 조회 707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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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산책할 때 신었던 운동화가 불편하길래, 어제 새벽

지난번에 동생이 사다놓고는 안 신고 다니던 또다른 운동화 한 켤레를 꺼냈다.

그러고는 무슨 작업에 착수하기라도 하듯

운동화끈을 풀어 다른 운동화에서 풀어낸 끈으로 묶어보기를 수 차례.

한참 지나보니 끈 풀어놓은 채 여기저기 늘어놓은 운동화가 5~6켤레.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결국, 신으려고 꺼냈던 그 운동화에 묶어놓은 끈은

원래 묶여있던 끈.

송글송글 땀 흘려가며 한 작업이란 게

고작 제자리 걸음이나 다름없는 헛수고한 셈이 되고 말았는데,

하지만 덕분에,

발에 잘 맞고 불편하지 않아도

그저 당연한 줄만 알았던 운동화들 하나하나 신어보며

발에 너무 조이거나 너무 느슨하지 않는지 살펴가며

다시 끈 묶어놓았다.

운동화도 거기 묶어놓은 끈도

다들 원래의 제자리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한결 옹골지고 든든해진 느낌.

뭐랄까, 여행에서 막 돌아온 것 같은.

밤에

든든하게 새로 끈 묶은 (엄마 운동화에는 푹신한 깔창을 더 깔아드렸다.)   

그 운동화 신고 (같이 산책한 엄마는 양쪽 발목에 압박붕대를 하고 나가셨다.) 

중랑천변 산책했다. 불빛에 그대로 비치는

잔물결이 무늬를 수놓으며 흐르고 있던

물...  

바라보며

강물처럼 흐르다, 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의연함과 호연함, 에 대해 생각했다.

또, 역류, 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하다.   

 

 

 

 

 

 

 

 

     

덧글쓰기 | 전체글 2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긍정  

밤새 고민하며 잠못이루게한 모든문제를
이글 하나가 해결해주네요...
09-08-18

시적모험  

어제의 뭔가 달곰씁쓸한 기분이 이런 거였군요. 고된 여행에서 돌아온 느낌.

다시 길 떠나야지요. 운동화는 많이 있으니. :) 잘 읽었습니다.
09-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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