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내가.
처음 유시민을 알게 된 계기는, 문학 채팅방에서 평소 운동권 출신의 어느 처자 하나가
유시민빠짓을 해서였다. 그의 논리는 단순했는데, 유시민의 말빨. 그리고 진보적 성향.
빠질 수 없는 잘생긴 인물 (-_-) 예찬. 대략 고런 사유들을 나열하는데 가만 듣자하니
이건 평소 그가 동경하던 진보 운동 이면의 '낭만적 지향'이 더 다분하더란 것이다.
아니 이건 머. 재보다 잿밥? 코웃음쳤다. 정치? 지랄. 진보? 지랄. 유시민? 지랄.
됐거든! 하면서도 평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갖고 있던 나였던 지라.
언넘이길래? 유시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백분 토론부터.
아니 이건 뭐. 삐쩍 곯아서 머리는 와그리 또 숏카트로 짤랐는지. 너무 뺀질뺀질해
보이는 게 아닌가? 목소리도 영 '우리 그이 (T.T 노짱)' 에 못미치고, 아 근데 듣다
보니 '말이 야무지다'. 그래도 비싼 (-_-) 내가 어찌 그리 쉽게 맘 줘내겠나? 튕겼다.
다음엔 기사들을 뒤적거려봤다. 그러다 책도 찾아 몇자 읽어봤다. 오호?
그 와중에도 채팅방 처자의 작업질은 계속되는데. 난 이 처자가 맘에 안들어 괜시리
더 콧대를 세웠다. 야야? 정치? 속시끄러워 하지마. 운동? 신춘문예 글 소재 찾니?
그러다 광주 경선을 계기로 뉴스 탑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이게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더니 급기야 조지 바타이유를 능가하는 흥분과 아가사
크리스티 뺨 치는 스릴을 주는 게 아닌가? 오. 금뺏찌들 코메디에만 출중한 줄 알았더만?
드라마도 찍을 줄 아네? 기특타.
채팅창을 닫고 그제서야 관련 웹사이트를 드나들었다. 기사를 뒤지고, 노무현을
본격적으로 알아봤다. 그렇게 '노무현' 이란 인물에 빠지면서. 얼마간 채팅방 처자도
유시민도 잊었다. 그 전이나 그 후나 '인터넷 폐인' 은 매한가진데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엔 키보드를 두들겼다는거. 그 후론 모니터를 읽기 시작했다는 거.
닥치는 대로 찾아 읽고, 급기야 눈물까지 찔끔이는, 뭐 예전의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폐인정치 (생활정치의 음습버전 -_-)' 가 시작되었던 것이였다. 우.짠.댜.
경선 승리. 후단협. 흔들기. 개혁당. 정몽준. 서프라이즈. 노사모. 아, 원체 많은
사건들이 있어났던 지라 나열의 선후가 어찌되는지도 모르겠다. 쨌건 그 무렵에
다시 '유시민' 이란 이름을 듣게 되었다. 여전히 삐쩍 곯은 몸. 뺀질뺀질 이마.
약장수같은 (-_-) 목소리. 그러나 또! 죽어라고 달라지지 않는, 레이져를 쏠 듯한
저, 저 눈빛. 그 눈은 여전히 거짓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엔 칼럼을 끼적이는 게
아니라 화염병을 든다잖는가? 박력까지 갖춰 놨구나. 급호감.
대선 결과를 목전에 앞둔 싯점. 모처럼 옛 지인들이 여전히 죽치고 있던 채팅방을
찾아 일전의 그 처자를 찾았더니 그녀가 없다? 블러그 주소 하나 달랑 받아다 들어가
봤더니. 아니 이런! 도대체. 이게 뭔 일? 유시민을 까놔도 그렇게 까놓을 수가 없었다
사연인 즉 뒤져보니. 그녀는 열렬 민노당 지지자가 되어 천하의 몹쓸놈 유시민을
까고 있었다. (사표 논란 등. 당시 진중권과 유시민간 시비가 많았다)
그리 좋다던 유시민이 이젠 싸이비. 라나? 또 뭐라 해놨드라? 여튼 똥물을 가득
퍼부어놨는데. 차마 '인사' 하기가 뭣해 익명으로 댓글에다 그냥 조용히 '미친년'
이라고만 적는 걸로 혼자 회포를 풀고 나왔다. -_-;
그 후로도 종종 그녀 블러그를 드나들 때면, 매번 노무현. 그리고 참여정부에 대한
극한 혐오가 드러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몰래 난 '웃낀년' 이란 짧은 인사만.
그리고 오늘 날.
난 시민광장에서 놀고. 그녀는 이젠 소식 두절.
가끔 미디어몹이나 진보신당 사이트 등을 드나들면 그녀 생각이 나곤 한다.
요즘엔 어디서 또 핏대를 세우고 있을까? 촛불 드는 길바닥에서 우연히라도
만날까? 어쩌다 우리 팔자가 이렇게 달라졌을까? 그녀는 이제 누굴 사랑할까?
노무현 대통령께서 서거하신 지 100여일이 지났다.
'100년 동안의 고독' 을 다 겪은 것 같다.
그리고 남겨진 유시민.
현재 내게 있어 그는, 그저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여 가만히 놔- 둔다.
얼른 회복할 수 있도록.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마침낸 '미치고 웃긴 그녀' 까지도 다시 태울 수 있는,
새 시대의 첫차가 되어 오기를 살포시 기대해 보지만.
이리 대놓고 말하면 (게시판 틈틈 본다 하셨던가?) 외려 아니 돌아올쎄라.
비밀에 부칠란다. 쉿.
나? 난 뭐. 기다려야지.
칼 갈면서. 틈틈 거리로 나가 청기와쪽을 향해 휘두르면서.
언제 밤에 봉하마을이나 한번 다녀와야겠다.
또 다른 100년이 도래하기 전.
P.S >
오랫만입니다. 대구일이 바빠 요샌 중게글 거의 잘 못보는군요. 혹 분위기 파악 못한 건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나간 거라 일부 표현엔 양해를.
이 참에 잠깐 머리 식히시죠들. :)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