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다시 바람이 분다. 당신이 희망입니다."
10일 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주최 부산대학교 총학생회)가 열린 부산대학교 '넉넉한터'는 노랑 물결이 넘실댔다. 1만 2000명(주최측 추산)의 부산 시민들 대다수는 "민주주의, 깨어있는 시민" 등이 적힌 노란색 부채를 흔들었고, "희망" 문구가 담긴 손수건을 서로 이어 기다란 줄을 만들었다.
이들은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라며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사랑으로'를 마지막으로 불렀다. 3시간 남짓 콘서트를 지킨 이들에게 이날 추모 콘서트는 슬픔과 통곡의 장이 아니라 희망을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이원기 부산대 총학생회장 "오늘 콘서트,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연 것"
▲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가 10일 오후 7시께 부산대 넉넉한터에서 열렸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오후 7시께 시작은 부산대 학생들의 몫이었다. 부산대 문예패 연합이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고 이원기 총학생회장이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번 추모 콘서트 소식을 전했다. 이원기 회장은 "이렇게 멋지게 무대 올리고 조명 쏘고 이 순간 위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쓰레기, 계절학기 수업, 국립대의 정치적 독립 등을 이유로 학교가 콘서트를 불허한다고 했고 100여 명의 교직원을 동원해 인세산성('인세'는 부산대 김인세 총장 성명)을 쌓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번 추모콘서트가 무산된 연세대와 달리 부산대에선 결국 콘서트가 예정대로 열렸다. 이원기 회장은 "그동안 1800만 원이 (자발적으로) 모금됐고 콘서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수백 명의 시민들이 부산대 앞으로 달려왔다. 오늘 콘서트는 여러분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연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오히려 이 회장은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지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하는지 알려주기 위한 총장님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청중들의 환호성을 받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도 "저는 부산이 자랑스럽다. 79년 부마항쟁, 87년 6월 항쟁 등 바람이 필요할 때 시작 지점이 부산 아닙니까"라며 부산 콘서트가 성공리에 열리게 된 것을 축하했다.
본격적인 콘서트의 첫 주자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였다. 노찾사는 "사람들은 당신을 자꾸 보내려고 한다. 저는 당신을 보내고 싶지 않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내보였다. 노찾사는 "우리가 당신께 큰 빚을 졌다. 그 빚 갚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의 꿈이 역사 만든다고 하셨다. 우리 꿈에서 당신은 영원한 승리자"라며 '타는 목마름으로'를 불렀다.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대목을 함께 부르는 시민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 '광야에서'가 끝나자 오한숙희씨는 "노무현을 찾는 사람들도 '노찾사' 아닙니까. 노찾사하면 누구보다도 이 분이 먼저 생각난다"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소개했다. 오한숙희씨는 한 전 총리에게 "얼굴이 부셨어요. 많이 우셨나봐요"라고 말하며 한 전 총리를 위한 응원을 호소했고 이어 한 전 총리는 시민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준비했던 추모사를 시작했다.
박수 갈채 받으며 등장한 한명숙 전 총리 "깨어서 행동하는 시민 돼야"
▲ 추모 콘서트 모습. 최훈길 기자 chamnamu@
한명숙 전 총리는 "부채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노무현 대통령 얼굴 뒷면에 뭐라고 써져 있습니까"라며 힘주어 추모사를 이어갔다. 한 전 총리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 생전 발언을 전하며 "우리 모두가 자각하고 깨어서 행동하는 참여하는 시민이 돼야겠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또 "이 자리 모인 여러분 자각이 부산 시민 전체 자각으로 번져 나가고 부산 시민의 각성이 대한민국 국민 각성으로 다시 바람이 돼야 한다. 다시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전 총리의 추모사로 애달픈 분위기가 되새겨지자 "노찾사가 낳은 명가수"로 소개 받은 권진원씨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살다보면 괜시리 외로운 날 너무도 많아"로 시작되는 노래는 우울한 추모객들의 가슴을 달랬다. 권씨는 "우리에게 희망을 꿈꾸게 해주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다시 살수는 없지만 따뜻한 미소, 다정한 목소리가 남아 있지 않습니까"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이 상영됐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이제 비로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1만여 시민들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노래패 '우리나라' "삽질을 하려거든 강 말구 밭에서 하시구요"
노 전 대통령의 짧고 간결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공연도 빠른 템포의 음악이 잇따랐다. 레이지본은 빠르게 노래 '그리움만 쌓이네'를 불렀고 시민들도 전부 일어서서 몸을 흔들었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우리나라는 "요즘 삽질 소리 어디서 들려요? 모든 강들 다 파헤쳐 삽질하겠다고 한다. 놔둬야 되겠습니까"라며 박남준 시인의 시 '강이 더 좋아'를 노래로 만든 곡을 불렀다. 시민들은 "삽질을 하려거든 강 말구 밭에서 하시구요"라는 대목에서 웃음을 내보였다.
"삽질을 하려거든 강 말구 밭에서 하시구요. 뱃놀이 하려거든 강 말구 바다에서 하시지요. 새들이 오지 않는 운하는 싫어. 물고기들 살지 않는 운하는 싫어. 친구들과 물장구치는 강이 더 좋아. 푸른 강물 금모래 밭 강이 더 좋아. 삽질을 하려거든 강 말구 밭에서 하시구요. 뱃놀이 하려거든 강 말구 바다에서 하시지요. 삼면이 바다인 나라 운하가 웬 말. 산을 뚫고 하늘을 나는 운하가 웬 말. 거짓말이야 뻥 치지마 거짓말이야. 안돼 안돼 운하는 안돼 정말로 안돼."
우리나라의 노래가 마무리되자 부산의 소리꾼 양일동씨는 "당신의 눈이 되살아나고 꿈이 되살아납니다. 말이 되살아나고 노래가 되살아납니다"라며 신경림 시인의 '당신의 부활'을 낭독해 안장식이 거행된 49재날의 다른 의미를 보여줬다.
대구에서 달려온 하드락밴드 아프리카도 "육신은 땅에 묻혔지만 마음의 열정은 이 자리에 살아 숨쉬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 우리가 만들 수 있겠죠"라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아프리카는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라며 노래 '일어나'를 불렀고 시민들도 부채 들고 일어나 방방 뛰기도 했다.
특히 윈디시티는 노래 중간 중간에 현 정권에 대해 일침을 가해 시민들의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윈디시티는 "49재를 기준으로 해서 감정 소비를 했으면 이제는 인생설계를 진지하게 생각해봅시다. 이명박이 그냥 됐겠어요. 우리 탐욕이 만든 것"이라며 "너무 슬퍼맙시다. 그 분노는 잊지 맙시다"라고 말했다.
윈디시티는 "여러분을 평가하고 줄 세우는 그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세요. 우리가 뽑았잖아요. 그 사람은 하수인일 뿐"이라며 "우리 강산은 성형수술 안 해도 예뻐요. 성형 중독 이명박 정권에게 우리의 힘을 가르쳐줍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0시께가 되자 상영된 영상물에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시냇물이 바다가 될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변화"라며 "낡은 방식을 버리고 아픔, 분노를 넘어 민주의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의 영상물이 상영된 후 가수 신해철이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쓰던 밀짚모자를 쓰고와 눈길을 끌었고 공연석 앞까지 시민들은 몰려가 환호성을 질렀다.
끝으로 이날 10시 50분께 콘서트 출연진 전원은 무대 위로 올라와 '사랑으로'를 합창했다. 시민들은 손목에 차고 있던 노란색 손수건을 서로 이으며 마지막 노래를 모두 함께 불렀다.
오한숙희씨는 "슬퍼하기보다는 희망을 얘기해도 될까요. 노무현 그는 땅에 묻혔지만 (우리는)그의 뜻을 가슴에 심어야 한다"고 말한 뒤 "그분 뜻을 심기 위해 가슴에 깊게 삽질을 합시다. 스카프에 '여러분이 희망입니다'라고 씌어있다"며 선창으로 "사랑해요 미안해요 일어나요"를 말하자 시민들도 같은 말을 연호했다. 오씨는 11시께 다음과 같은 말로 이날 콘서트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