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시 뉴스 : 2007/3/31>
섬유
우리가 또 하나, 절대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미국 섬유시장의 개방입니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는 최대한 막야야하는 문제인 만큼 실리를 둘러싼 칼과 방패의 싸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쌀이 그렇듯이 섬유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호산업입니다. 그만큼 관세율도 높습니다. 미국 전체 산업의 평균관세율이 3.7%인데 반해 섬유 관세율은 두 배가 넘는 8.9%이고, 일부 섬유품목은 15%가 넘습니다.
더욱이 완제품에 가까울 수록 관세율이 높아지는 계단형 관세여서 의류나 모자 같은 완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우리에게는 더욱 불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의 대미 섬유수출은 2005년 2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7억 달러 흑자를 올렸습니다.
관세장벽만 없어지면 섬유제품의 대미수출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 수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관세 철폐에 따른 대미 섬유수출 증가가 2억 달러에 이르고 원산지 규정완화까지 받아내면 4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1천 4백여개의 섬유 품목 모두에 대해 최장 5년 내 관세 철폐를 요구했지만 미국측은 크게 못미치는 수준의 양허안을 제시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재훈/산자부 차관 : 막판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고 변수도 많이 있는것 같습니다.]
특히 원사(yarn:얀)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우리에겐 원산지 규정을 완화해주는 예외품목을 어디까지 받아내느냐도 실리를 챙기는데 중요한 쟁점입니다.
(원사를 중국에서 들여와 옷 등을 만들어 판매하면 한국산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미국의 원산지규정(yarn-forward rule : 얀포워드룰)의 틀이다. 원사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 한국은 이 규정에 의해 한국산을 인정받지 못해 FTA의 이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규정완화와 최대한의 예외품목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 원산지규정에 대한 이론에 관한 글(아래링크)
http://www.usimin.net/2/bbs/tb.php/ANT_T200/22773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협상 난항의 배경에는 양측의 최대 관심사인 쇠고기와 자동차 문제가 있습니다. 각자 경제적 실익은 물론이고, 반드시 받아내야 하는 중요한 명분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속사정을 서경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쇠고기
쇠고기는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1순위 품목입니다. 우선 경제적 실익이 엄청납니다.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기 전까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였습니다. 금액으로 8억1500만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양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세 40%를 즉시 없애고 뼈가 든 쇠고기를 언제, 어떻게 수입할 지 서면으로 확실히 보장하라고 다그치고 있습니다.
뼛조각 쇠고기는 오는 5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안전하다는 국제수역사무국의 판정만 나오면 각서 없이도 언제든 수입이 재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이 서면보장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배경에는 자국 축산업자에게 FTA협상의 선물을 줘야 한다는 정치적 명분이 깔려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몬테나주와 아이오와주는 쇠고기 수출로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미국정부가 이 지역 출신 의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각서를 써 줄 경우 굴욕 협상이라는 비난을 견디기 힘든 상황입니다.
자동차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에 국익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70만 대, 87억 달러를 벌어 들였습니다. 대미 수출 품목 가운데 수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입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2.5%가 즉각 철폐되면 다음해 8억 6천만 달러를 더 벌어들일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3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즉시 철폐를 요구하는 우리측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는 제안입니다.
(관련 정보 : 우리의 관세철폐에 맞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미국 차에 불리하게 돼있는 우리의 자동차세제를 고치라는 겁니다. 현재 2000CC 가 넘는 대형차에 대해서는 차값의 10%를 특별소비세로, 해마다 44만원을 보유세로 물리고 있는데, 당장 세수를 메울 대책이 없는 우리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입니다.)
* 한국 자동차세제의 문제점과 관련된 글(아래링크)
http://www.usimin.net/2/bbs/tb.php/ANT_T200/23308
이 때문에 우리 협상단은 미국의 제안을 선뜻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FTA 협상의 가장 큰 선물로 자동차 수출의 증가를 내세웠는데 3년내 관세 철폐로는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입니다.
이처럼 실익과 명분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부담 때문에 양측 협상단의 힘겨루기는 오늘(31일)도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