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막 시작되었을 때의 일이다.
부안군에 속해있는 위도에 방폐장을 설치하겠다는 부안군수의 신청이 있었고, 참여정부는 그것을 승인을 했다. 부안의 군민들과 부안에 모여든 각종 시민단체들은 방폐장을 위도에 짓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포기하라며 데모를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시위는 격렬해졌다.
그때 나는 청와대 홈피에서 모니터링 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나는 그 요청에 기꺼이 동참했다. 참여정부니까. 국민이 참여해야 하는 정부니까.
청와대 홈피 가운데 일반 국민들에게는 공개가 되지 않고, 모니터링 단에게만 공개가 되는 게시판이 있었고, 그 게시판에는 매일 매일 위도의 방폐장 설립에 대해서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물론 나는 가장 격렬하게 위도 방폐장 문제에 대해서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인가? 시간이 흘렀다. 부안의 민심은 아주 흉흉했고, 정부의 입장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진 일이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정말 위기가 느껴졌고, 모니터링단의 비판은 더더욱 격렬해져서 비난의 수준까지 이르렀을 때, 게시판에 비서실의 공고가 떠올랐다.
모니터링 단의 의견을 충분히 알겠고, 그 의견을 직접 위도 방폐장 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비서관과 직접 만나서 의사표시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표자를 뽑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뽑힌 사람이 4명이었던가 3명이었던가 그랬다. 대표로 뽑힌 기준은 가장 열심히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반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임에 갔었다. 가장 열심히 반대한 사람이었으니까.
모임이 있던날 나는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도대체 왜 여론을 무시하는 가에 대해서 매섭게 따질 계획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있었던 모든 것을 백지화 하고, 방폐장 설치가 되는 지역의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시행령을 만들라고 지시를 하셨다. 그러니까 나의 벼름은 용도폐기가 된 것이었다.
그날 방폐장 문제에 대해서 총책임을 지고 진행을 하던 비서관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참여정부가 부안에 방폐장을 설립하라고 허가한 것은 그 당시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정부에 요청을 하면 타당성을 검토해서 허가를 하는 것이었고. 주민의견 수렴은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당시 부안군수가 방폐장 설립 신청 한 것을 정부가 허가한 것은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었기에, 대통령께서 일방적으로 그 일을 무효로 하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례를 만들면 공무원들이 일을 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대통령께서는 공무원들이 법에 의해서 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보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쉽게 위도에 방폐장 설립하는 것에 대해서 무효로 하고 다시 절차를 만들라고 하실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 날 아주 늦은 시간까지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묻기도 하고 듣기도 하면서. 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연민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흔히들 말하는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이 서로 다른 가치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끔찍한 모순 한 조각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후로 나는 참여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서 가급적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려니... 그 속에서 얼마나 힘에 겨우실까... 인간 노무현이 하고 싶은 일을 또다른 당신이신 대통령 노무현이 막아서고 있을 테니... 아.. 당신은 참 힘이 드시겠구나. 이젠 그냥 무조건 이해하고 지지하는 편에 서자. 그렇게 결정을 했었다.
여기까지라면, 그저 참여정부 동안 내내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억, 나만의 추억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내가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지금의 정부가 하는 일을 보니 그 분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가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적법한 절차에 대해서 진행된 일이기에 결제까지 했던 사안에 대해서 부안군민과 시민단체가 반대의견을 격렬하게 제시하자, 참여정부의 수반인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시행령을 바꾸어 가면서까지 국민의 마음을 따라가려고 하는 자세를 보이셨다. 당신의 비서관을 내보내서 가장 비판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라고도 하셨다.
위도 방폐장 문제는 참여정부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다음 정부가 결정하고 해도 되는 문제였다. 그동안의 정부는 그 문제가 국가가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알면서도 슬그머니 덮어버리고 말고 있었다.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그러나 그 분은 국가의 과제를 미루지 않고 해결을 하셨다. 당신을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비난을 감당하면서 말이다.
지금의 정부를 보라.
1%만을 위한 정책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국민들이 수십만이 쏟아져 나와 반대를 해도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수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검찰과 조폭스러운 경찰들을 풀어서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 방패로 찍어서 피투성이를 만들고, 감옥에 가두어 버리고 자기들 입맛에 맛는 미디어 세상을 위해서 미디어 법을 개정하려고 들고....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표로 뽑아서 그 의견을 듣고 오라고 보내는 대통령과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물대포와 검찰의 고발과 경찰의 명박산성을 보내는 대통령. 그 품격의 차이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할수록 분하다.
우리 대통령을 잃은 것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