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 드림] -제러미 리프킨 지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까지 읽었다 해서 일약 유명세를 탄 [유러피언 드림]을
단숨에 읽었다. 사실 빠른 속도로 읽을 책은 아니고 옆에 두고 자주 들여다 보며 참고로 할
그런 지적 수준이 높은 저서다. 그럼에도 술술 쉽게 잘 읽힌다.
특히, 정치참여나 시민사회 참여도가 높은 이들이 읽는다면 이해도가 아주 높을 것 같다.
내가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를 처음 읽은 건 <소유의 종말> -2000년 출간-이다.
<소유의 종말>은 정말이지 내게 너무도 유익한 지식의 창고 같은 그런 책이었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명쾌한 개념으로 요약한, 리프킨의 통찰력이 뛰어난 훌륭한 책이었다.
<유러피언 드림>은 제법 두꺼운 분량이다. 550 페이지에 정가도 2만2천원이다.
일단 두께에 좀 압도되었다.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아주 높게 평가한 책이라 하니,
무조건 읽고 싶은 의욕이 앞선다.
이 책이 2004년도에 나왔다는데 왜 나는 여태 몰랐을까? 제목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였으나
책 표지 조차도 처음보는 터라 나 스스로를 질책하며 첫장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 작은 글씨로 '아내 캐럴에게, 그리고 유럽의 '에라스무스'세대를 위하여'라고
씌여 있다. '유럽의 에라스무스 세대를 위하여'라.....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유러피언 드림>을 이해하는 첫 단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에라스무스'는 휴머니스트 중 '왕 중 왕'에 속하는 인물이다.
당시 특권 층이었던 성직자 집안이었지만 자유롭게 유럽을 누비며 지식인들과 교류한
자유인이었다. 풍자문학에도 뛰어났고 종교개혁의 불을 지핀 인물로 알고 있다.
에라스무스는 '그러나 박사'로 불리우기도 했다. 언제나 끝에는 '그러나'로 의문을 달며
지성의 균형을 유지했다는 에라스무스.
리프킨이 지칭한 유럽의 에라스무스 세대가 어떤 세대인지는 책을 다 읽고도 모르겠다.
이 문제에 대해선 나중에 깊이 생각해보기로 하고.
제러미 리프킨은 서문 첫 머리글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1960년 대에 피끓는 운동권 젊은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더욱 리프킨에게서 호감을 느꼈다. 세계적인 진보학자를 만나는
기쁨이랄까, 뭐 그런 거 말이다.
유러피언 드림과 아메리칸 드림은 이 책에서 시종일관 비교 분석되며 장단점을 제시한다.
세계화가 대세인 현대사회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전 지구인이 목표로 삼고 이루기 위해서
노력을 경주해야하는 그런 꿈이요 성공으로 가는 필수적 요소로 여긴다.
세계인들 대다수는 아메리칸 드림이 성공한 삶이라고 인정한다.
여기에 한국인들도 물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미국인들의 '선민사상', 즉 선택받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선택
되었다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분석하기를,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물질적 출세를 지나치게 강조,리스크, 다양성,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는 세계에 걸맞는 더 넓은 사회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였다.
로마제국이 절정기를 지나 쇠퇴하였 듯 미국의 시대도 저물고 있음을 리프킨은 이 책에서 꿰뚫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내의 관계를 , 동화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 삶의 질을,무자비한 노력보다 온전함을 느낄 수 있는,재산권보다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를,일방적 무력행사보다 다원적 협력을 강조.
이 구절은 리프킨이 정의한 유러피언 드림에 대한 정확한 의미라 느낀다.
그러나 리프킨은 이 책에서 강조하다시피 자신은 뼈속깊이 미국인이며 미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아메리칸임을 밝힌다. 미국은 좋은 점이 너무도 많은 나라라고 하면서 말이다.
해는 중천에 뜬 순간부터 기운다고 아메리카도 황금기를 지나 서서이 내려오고 있는 단계가 아닐까.
리프킨은 미국인은 인류와 지구를 위해 집단 책임의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격동의 시대이며 많은 부분이 어둠에 덮혀있고 나아갈 방향을 잃고 있다고 진단하며 유러피언 드림은 어둡고 험난한 세상에서 길을 인도하는 등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포괄성,다양성,삶의 질,지속가능성, 보편적 인권, 자연의 권리, 새로운 유러피언 드림은 삶을 추구하는 가치가 있게 해주는 꿈이다.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유러피언 드림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상당부분이 정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꼭지는 시민사회에 대한 구애-303p 편이다.
<소유의 종말>에서도 정치 부문에서 제일 중요한 '참여'에 대한 언급이 아주 깊게 남아 있었는데 유러피언 드림에서 '시민사회'에 대한 부분이 많이 와닿았다.
여기서 리프킨의 빼어난 시민사회에 대한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부분은 천천히 자주 읽으며 음미해 볼 참이다. 내게는 중요한 분야임으로.
나중에 기회되면 따로 떼어 서평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다.
유러피언 드림을 읽으며 자주 느낀 점 한가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부질없나?
특히. p362의 '공감의 정치'를 읽고 더욱 그랬다.
네트워크 구성원 모두가 중요하며 한 사람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개념에 기초.
네트워크는 서로 경쟁하고 적대적인 자본주의 시장과 달리 상호의존적이 협력적이다.
또 개인이 단체에 권한의 일부를 넘겨준다.
공감의 정치란 네트워크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었다.
리프킨은 <유러피언 드림> 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 양쪽 꿈의 정수를 공유하면 인간 의식의 제 3단계로 활기 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 유러피언 드림은 더 심한 분화와 더 깊은 통합의 욕구 사이에 중용을 찾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것"
<유러피언 드림>은 지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책인 동시에 해발 4천미터 산 정상에서
세상의 흐름을 짚어보고 있는 빼어난 저서이다.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곁에 두고 읽을만 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200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한다.
그럼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 만났을까?...라는 생각을 괜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