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어쩌면 이 글은 '노무현의 완전무결한 순수'를 믿는 이들에게나......
'노무현은 범죄를 자살로 은닉한 파렴치범'이라 주장하는 이들 모두에게 까일지도 모르겠다.
1.
지난 해 박연차가 구속되고, 노건평이 구속되고, 강금원이 구속되고, 정상문이 구속되고......
권양숙 여사와 노건평, 노정연씨에 전직 대통령까지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이제는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그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돌을 던지거나........
혹은 직접 그에게 돌을 던지진 않더라도 그에게 침을 뱉는 보수언론, 그를 모욕하는 검찰의 행태를 적어도 '소극적으로 방관했다'
그들이 노무현에게 실망하고 등돌린 이유를 어떤 논객은 이렇게 표현했다.
"역대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비해 죄질이 나쁘지 않다거나, 그 액수가 현저히 적다는 따위로 면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에게 노무현이란 정치인은 이런 식의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그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펙트'들은 이렇다.
가. 노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세종증권이 농협에 매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했다
나.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재임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위하여 차명계좌를 만들어 12억 5천 만원을 횡령했다
다. 권양숙 여사는 박연차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건네받아 이 돈으로 '자연인 노무현 일가'의 채무를 해결했고, 미국에 간 딸 노정연씨에게 집을 사줬다. 문제가 되자 노정연씨는 계약서를 파기한다
라. 박연차 회장은 노 전 대통령 내외에게 1억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선물했다. 이는 노건평씨의 아내를 통해 권양숙 여사에게 건네졌고, 문제가 되자 권여사는 이 시계를 파기한다
가 : 노건평씨는 유죄다
나 :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유죄다 이 두 사안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 : 권양숙 여사는 차용증을 써주고 빌린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돈을 받은 시기가 2007년 7월, 즉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였다는 점에서, 또한 그 돈의 용처가 지극히 개인적이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라 : 이 또한 회갑잔치를 기념하는 의미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하고, 그 시계가 그렇게 비싼 것인 지 몰랐다 이야기하지만, 시계를 받은 시기가 2006년 노대통령 재임기였으므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한 것은 정확히 이 부분이었다.
노건평과 정상문이라는.......지극히 가까운 두 사람, 믿었던 두 사람의 비위를 막지 못했던 도의적 책임 그리고 권양숙 여사의 경솔한 행동을 사전에 알아차리고 관리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
이로인해 그의 지지세력들이 어떤 공격을 받게 될지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가 표상했던 가치와 신념이 어떤 식으로 조롱당할지 알았기 때문에 그는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3.
나는 노무현과 그 측근들이 눈처럼 깨끗하고 영혼이 맑은 이들이었는데, 현 정권이 부당하게 탄압했다 말하지 않겠다.
노건평과 정상문, 박연차에겐 나도 쌍욕이 나온다. 특히 노건평과 박연차에겐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역겨움을 느낀다.
노건평은 당선자 시절부터 인사청탁 관련 잡음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러면서 청와대 민정실의 감시가 너무 심해서 사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시공부하던 시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계를 보조했던 '아버지같은 형'을 위해 노 대통령은 '많이 배우고 사회적 지위도 높으신 분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 시골촌부에게 고개 숙이고 돈 갖다주며 살살 꼬신다'는 프레임을 만들었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어찌되었던 이같은 프레임이 한사람을 자살로 몰았다. 분명 잘못된 일이었다. 그 사안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노건평은 결코 '시골 촌부'가 아니었다.
박연차는 KTX에서 술 쳐마시고 지랄할 때부터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권 여사의 경솔한 처신이 솔직히 말해서 원망스럽다. 다만, 기껏해야 30대 중반에 불과한 나이로 20년 이상을 주구장창 선거에서 떨어지는 정치인의 아내로서 산다는 일의 고통을, 나는 알지 못한다. '모두의 꿈'을 쫓는 남자 노무현과 '식구들의 밥'을 걷어 먹여야 하는 여자 권양숙의 실존적 차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또한. 나같은 듣보잡이 굳이 이런 글 쓰지 않아도 가슴을 치며 자책감에 힘겨워하고 있을 권 여사에게 차마 모진 말을 못하겠다.
맞다. 노무현 정권은 전임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측근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선례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측근 관리에 실패했다고 봐야한다. 양김 대통령의 처절한 말년에서 얻은 교훈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죄'다. '측근관리에 실패한 도의적 책임'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무현의 죽음에 분노했고, 지금도 분노한다.
왜 분노할까?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면서 왜 나는 분노할까?
이번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보였던 검찰 혹은 정권과 보수언론의 너무나도 '노골적인 악의' 때문이다.
형법질서는 인간이 자의적 도덕감으로 타인을 '사적 단죄'하는 것을 거부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이런 법 원칙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애시당초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표적수사였고, 그간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찰이 있어왔고...... 이런 하나마나한 소리는 집어치우자. 심증만 있지, 물적 증거가 없으니까. 지금도 우국 충정에 몸이 단 애국지사들은 외친다. '증거를 대라~ 증거를 대라~'
그런데 생각해보자. 왜 '표적 세무사찰'이라는 물적증거가 안나올까?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왜? 그 사람 , 그림 로비 의혹으로 국세청장 쫓겨나더니만 슬그머니 미국 갔다. 이 정권 끝날때까지 들어올 예정이 없다고 한다.
검찰 총장이 퇴임하면서 지나가듯이 이야기한 '법무부 지휘...' 운운 한마디로 법무부가 해명하고 중앙일보는 '퇴임하는 검찰 총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 이라고 입막음하기 급급하다.
그런데 지방의 존만한 신발공장 하나 터는데 국세청 4과를 동원한 장본인이 검찰에 출두해서 세무조사의 정당성을 웅변하리라고 보나? 한상률이 소환될 가능성은 0%에 무한히 가깝지 않을까? '증거'가 없는게 아니라 '증거'를 틀어막고 있는 건 아닌가?
설혹 표적수사일지언정 범죄를 저지른 건 저지른거다? 그래 좋다. 인정한다. 박연차가 돈 뿌린거 맞다.
'검찰은 엄정한 법집행을 했을 뿐이다. 억울하다' 고 검찰은 말한다. 검찰의 법집행이 엄정했다? 그래그래.......전직 대통령은 공인이니까 어느정도 진행상황은 언론에 알려줘야겠지...... 한겨레 신문 기자가 그랬다며.....'공인에겐 인권이 없다'고...........그러니 같은 공인들과 비교해보자........
삼성의 떡값돌리기 로비 의혹과 이재용 전무의 에버랜드 주식 편법 취득 혐의 어떤가? 김용철이라는 내부고발자가 나타나서 그렇게 증거를 갖다 퍼줬는데도, 어찌나 조용하고 우아하게 수사가 잘 처리되던지.... 결국 대한민국 재계 최고의 파워브랜드 이건희 옹께선 여전히 명예로우시고 유능하시다.
'최초의 서울 특별시 민선 교육감'이라는 공정택 교육감의 뇌물 수사 어떤가? 교육 정책과 직접 관련된 이권 단체들로부터 그렇게 돈 받은 사람이 그 돈가지고 선거운동해서 교육감이 됐다는데, 검찰이 그와 관련해서 대가성 따지고 자금 추적하는 '검찰 브리핑' 하던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은 어떤가? BBK 특검이 당시 이명박 후보와 곰탕 먹으며 4시간 동안 '환담' 한 것으로 조사가 끝났던 경우와 비교해 어떤가? BBK 특검 때도 이렇게 질질 끌면서 언론 플레이하고 사회 여론으로 압박하던가?
이들이 퇴임하고 낙향해서 책읽고 농사짓는 '전직 대통령'과 비교해서 사회적 비중과 중요도가, 즉 그 '공적 성격'이 떨어지는 인물들인가?
난 이런 노골적인 불공정과 반칙이 역겹다.
5.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씌우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가 돈을 받은 사실을 '인지'했다는 사실을 '객관적 증거'로서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증거 나왔나? 4월 30일의 검찰조사에서 5월 23일의 서거까지, ‘전직 대통령’이라는 거물을 검찰이 '소환'씩이나 해서 10시간 넘게 붙들어놓은 주제에, 무려 20일이 넘도록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제시하지 못했다.
직선으로 뽑힌 전직 대통령이 검찰청까지 직접 가서 기자들에게 '면목없습니다' 소리까지 하며 10시간을 질문에 답했다. 그런데 20일 동안 뭐가 나오던가? '포괄적 뇌물죄'를 주장하고 싶으면 노대통령이 그 사실을 알았단 '증거'를 대야 할것 아닌가? 증거도 없는데, '포괄적 뇌물죄'로 이미 확정판결 난 것처럼 떠들던 언론들은 뭔가?
증거가 없으니 계속 '브리핑'을 통한 썰만 풀어댔다.
'노 대통령이 미국 순방길에 노건호씨에게 직접 돈을 줬다'는 '설'.......
동행했던 청와대 실무진이 '국가기록'으로 남은 노대통령 동선 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증명해내자 쑥 들어가더라....
'상식적으로 아내가 받은 돈을 남편이 몰랐다는게 말이되느냐' 는 '설'........
검찰에서 '증거'가 아닌 '상식'을 말한다는게 황당하지만, 대한민국의 상식으로 따져도 직장생활하는 남자면 모두들 안다.
'남편이 모르는 아내의 집안 살림' 이게 훨씬 더 상식에 가깝다는 걸.
빨대질도 하더라.........
'박연차회장과의 대질심문 거부'.........슬쩍~
'1억원짜리 명품시계......' 슬쩍~
'노정연씨 주택결제대금....' 슬쩍~
언론애세 낼름 받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며 대질심문 거부'가 기사화됐다.
언론에선 낼름 받아 '논두렁에 버린 1억 시계'가 대서특필됐다.
언론에선 낼름 받아'노정연씨 호화주택'에 대한 르포 기사가 실렸다.
박연차씨와 대질심문, 검찰이 시도했으나 노대통령의 거부로 무산......이라는 기사가 주는 뉘앙스는 어떤 것일까?
'저 새끼 뭔가 찔리는게 있구만........' 뭔가 찔리는게 있는 놈은 떳떳하지 못한 놈............노무현은 나쁜놈.....
1억짜리 명품시계.......라는 말이 주는 어감은 어떤가? '1억'이 아닌 '1억짜리 명품시계'라는 재화가 주는 어감.......
'서민 대통령이던 노무현 대통령이 서민이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거액의 시계를 차다니!!!'
아.....분노와 상대적 박탈감........노무현은 나쁜놈.......
그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말이 주는 어감은 또 어떤가? 그냥 버린 것도 아니고 '논두렁'.....
'자신의 부패를 감추려고 허둥대는 전직 대통령이 얼마나 급했으면 그걸 논두렁에 버렸단 뻘소릴 할까? 아이고 못난 놈'
'금속 탐지기 들고 봉하마을로 가서 시계 찾아 횡재하세~'
조롱과 멸시......그리고 비웃음........노무현은 나쁜놈.......
딸의 '호화주택'.........이라는 어감? 말로 해야 하나........?
그런데 나중에 드러난 펙트는 어땠을까?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단 말은 아예 하지도 않았고, 노정연씨 '호화'주택은 우리나라로 치면 목동의 35평 아파트 쯤되는 사회적 자산가치를 지닌 중산층 주거지였다.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검찰은 그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가 그랬소'라고 자백해주기만을 바랬고, 이런 저질 언론 플레이로 가족들이 모욕당하는 압박감에 못이겨 노대통령 스스로 인정할 것이라 계산한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기다린 거다. 전직 대통령의 소환이후 무려 20일 동안이나 언론 플레이 하면서 느긋하게.........
정말 비열했다.
난 그래서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참 역겹다.
'전직 대통령'의 수사와 관련된 모든 사건은 정치적이지 않을수가 없다. 애시당초 세무조사 단계에서부터 저들은 '노무현 정치의 종말'이라며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했다. 수사과정도 위에서 보듯 온갖 저주와 억측과 언론 플레이가 난무하는 정치판이었다. 김대중 주필은 '잡법'이라며 전직 대통령과 그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회여론 동원해가며 실컷 정치적으로 우려먹을만큼 우려먹고, 이제와서 갑자기 정치성이 탈각되는 건 무슨 이유일까....... 아니,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언술은 또 얼마나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정치적 발언인가....!
결국 '정치적 이용권'은 저들이 특허를 출원한 배타적 권리인 것일까...
6.
노무현이 죄가 없으면 왜 죽었겠느냐고?
그럼 노무현에게 죽는 거 말고 달리 무슨 선택이 있었나......?
그에겐 도의적 책임이 있었다. 그의 기대를 배신하고 실정법을 위반한 사람들이 바로 그가 피붙이처럼 아끼고 신뢰한 최측근들이었다는 도의적 책임....... 그런데 검찰은 그를 '포괄적 뇌물죄'를 범한 '범죄자'로 몰아가려했다. 아까 말했듯 증거도 없는 주제에 언론플레이로 그의 항복을 종용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a. 끝까지 '무죄'를 주장할까?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정말 몰랐다‘.........이렇게?
'무죄'를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권여사와 건호씨, 정연씨를 언론과 검찰의 아가리로 밀어넣는 셈이었다. 실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서거 며칠 전 검찰은 ‘권양숙 여사 재소환’을 흘리며 그를 압박했고, 언론은 그를 '여자 뒤에 숨는 비겁한 쪼다'로 몰았다. 건호씨와 정연씨 일가는 이미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황폐해졌고, 권양숙 여사는 차마 남편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b.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그냥 내가 다 덮어쓰고 감옥에 갈까?
도저히 그럴수 없었다. 그것은 그와 그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노무현이 전두환, 노태우에게 적용된 바로 그 죄목, '포괄적 뇌물죄'로 구치소에 갇히는 순간, 그가 추구했던 모든 가치, 그를 지지했던 정치세력들, 그에게서 희망을 보았던 모든 사람들의 진실성은 똥닦는 휴지만도 못한 등신취급을 받게끔....... 판은 이미 만들어져있었다.
a는 해준 것도 없이 고생만 시킨 아내와 피붙이를 위해 차마 못할 짓이었고, b는 그의 존재증명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a와 b는 서로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치명적 사안이었다. 그에게 달리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까.........?
나는 그의 죽음이 참 아프다.
이회창은 총풍, 세풍, 안풍, 병풍....벼라별 풍 다 맞고도 대구가서 '정치탄압 반대집회' 하니깐 다시 살아나더라....
한나라당은 트럭에다 돈 실어 페덱스 식으로 차떼기를 해도 박근혜가 천막 치니까 다시 살아나더라....
김영삼은 나라를 홀라당 말아먹어도 여전히 짱짱하게 큰소리만 잘 치더라....
이건희와 정몽구는 이런 저런 불법으로 도대체 몇번을 검찰 조사 받았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여전히 경제계의 거목이더라.....
공정택은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 먹었던데, 또 상고할거라더라......
왜 이렇게 세상은 부조리한 것인지......
저들에겐 그렇게도 너그롭던 사법기관과...... 사회적 여론과.......... 정치적 지지세력들이.......
왜 유독 그에게만은 그렇게 가혹했던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