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달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양이 많아져 여기에 올립니다.
님이 올렸던 4편의 글중 두번째 글에서 짧은 논쟁을 했었던 '독한남자'입니다.
우선 위의 댓글의 면면으로 보아 님의 첫번째 우려 즉 '알바거나 괜히 튀어보려는 골방 누리꾼이다' 라는 소통불가능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느껴져 다행입니다. 님의 다른 글에서 다소간 감정적 대응을 한 댓글이 있었으나, 여타 인터넷 논쟁에서 난무하는 질 낮은 댓글에 비한다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님의 글 전체(4가지)에서 비록 아프지만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미덕을 감지합니다. 그점 매우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부탁과 질문 각각 1개씩만 드리고져 합니다.
<부탁>
님의 레토닉 즉 , 나와 당신들로 구분하는 이분법을 지양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우리편이 되어라'는 어리광은 아닙니다.
님으로 부터 촉발된 논쟁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각자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른바 '다중'입니다. 물론 본 사이트가 '시민광장' 즉 유시민이라는 교집합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 '당신들' = All 유빠 >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님이 전제하고 있는 '당신들' 중에는 님 보다 더 유시민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있으며, 끊임없이 그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역시 부분적으로 그중에 한사람입니다. 또한 흔히 유빠로 분류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중에는 님께서 싸잡아 하나로 취급하고 있는 맹목적 지지자뿐 아니라, 언제든 유시민 이외의 다른 선택지를 취할 태세가 되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즉, 님이 말하는 ‘당신들’이란 실체가 없는 주관적 대상입니다. 그러므로 님은 일종의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해 촛불을 두고 ‘주체적 다중’의 등장이라는 주장과, 누군가의 배후에 의해 움직여지는 ‘수동적 대중’에 불과하다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아직 그 논쟁은 결론을 얻지 못했지만, 그들을 ‘수동적 대중’으로 보는 한 감히 진정한 민주주의는 요원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공간에 참여하는 네티즌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님이 ‘당신들’이라고 말하는 레토닉에는 ‘다중’이 아닌 ‘수동적 대중’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전제에 의한다면 우리는 플라톤식 ‘철인정치’를 추구해야 하며, 지도자의 선택에 있어서도 플라톤이 <국가>에서 엄격하게 제시한 과정을 겪어낸 사람을 찾아내야 합니다.
근대적 주체를 중심으로 대상으로서의 대중을 상정하는 ‘계몽주의’가 얼마나 많은 독선과 오류를 범했는지는 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질문>
님의 네 번째 글이 앞의 것들보다 단결 명료하게 표현되어 이해하기 쉬워진 것은 다행입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쓰는 능력이야 말로 진정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님이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지적이 네 번째 글에서 빠져버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종의 타협인지 아니면 더 이상 님의 글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는 ‘대중’들을 위한 서비스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의 잘못된 혹은 과도한 독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님이 올리신 앞의 글에서 직접 말하지는 않으셨지만, 저가 읽은 행간 독해에 의한다면 님은 분명 유시민이 ‘죽을 것’을 걱정한다기 보다는 그의 과거 행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4번째 글에서도 언듯언듯 나타나지만 그 수위가 매우 낮아졌고, 또한 유시민에게 닥칠 ‘죽음의 위협’을 전보다 과장함으로써 글 전체의 맥락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 또한 저만의 오독일 수 있습니다.)
거칠게 표현하지요
저의 개인적 독해에 의하면 님께서 행간을 통해 제기한 그러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의혹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유시민은 당시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후배들을 투쟁에 나서도록 독려 혹은 선동하였다.
* 유시민은 “이 한 목숨 바쳐 민주주의가 3초 앞당겨 진다면...” 이라고 말 할 만큼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후배들 에게 역설하였다.
* 게다가 유시민은 당시 복학생의 대표였다.
그러나
* 정작 목숨을 바쳐 투쟁해야 할 상황에서 유시민은 유학을 핑계로 이 땅을 떠나 있었다.
*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지식소매상으로 또 100분토론 사회자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귀환했다.
님께서 제기하고 싶었던 문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것이 아니었던가요?
목숨을 버리겠다고 큰소리치던 그가 정작 목숨을 버려야 할 상황에서 뒤로 빠지고, 어느 정도 편안한 상황이 되자 마치 민주주의의 전도사로 ‘짠’ 하고 등장한 사실 말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목숨을 버렸거나 그에 못지않은 고통을 스스로 감내한 사람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또는 심상정, 등등)
그렇게 때문에 유시민을 믿을 수 없다. 언제 비행기를 타고 떠날지 모르기 때문에 ,,,,
그런데 님의 4번째 글에서는 이러한 논지를 읽어 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유시민을 보호하자를 논지로 이해될 정도 였으니까요.
저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님의 앞선 글(유시민 비판)을 읽으며 비록 마음이 아팠지만 님의 날카로운 비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며 어떠한 선택이 옳은 것일까 한 번 더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님의 4번째 글을 보고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제가 원하는 것 그리고 이곳의 '다중' 네티즌 들이 원하는 것은 날카롭고 정확한 비판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비판으로 촉발된 논쟁을 충분히 소화할 만큼 이곳 '시민광장'은 넓습니다.
저의 독해가 전혀 잘못된 것이거나, 확대 해석이었다면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