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노무현보다, 노무현이 보낸 세월을 먼저 공감했으며,
정치인 노무현보다, 노무현이 자리하는 시대적 의의를 인정했기에
내 지금까지 팬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노무현, , , , , ,
박연차, 정상문씨가 수사를 받는 가운데
술자리에서 노무현 전대통령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이렇게 말했다.
"불법이라면 처벌받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론으로 아쉽고, 야속한 현 상황을 짐짓 태연스레 했다.
그런데, 오늘에사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것은 현재의 검찰수사가 기초적인 차원에서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은 고도의 정치적인 술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 전제 하나.
노무현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유일하게 원칙적으로 체계적인 사회통합을 시도한 사람이다.
DJ의 경우에는 시대상황에 의하여, 평소 소신을 견지하지 못한 측면이 많고, 노무현 대통령 역시
신자유주의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분분한 상황이지만, 노무현은 상식에 바탕한 통합, 사회 형평에 바탕한 통합을 추진한 대통령이다. (어찌 전제가 주장이 되어버렸네.)
# 전제 둘.
박정희처럼 판을 뒤집을 능력이 안되는 경우에 기득권층은 혼란스러운 것을 좋아한다. 흔히 말하는 이전투구의 양상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기존 판(자기가 우월한 상태)을 지키기 쉽기 때문이며, 유권자들에게 정치혐오증을 불러 일으켜, 개혁이든, 개선이든 피로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 전제 셋.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이나, 권력은 그 배경의 소산이며, 권력의 유지는 그 배경의 힘이다. 한국의 권력층은 불법권력에서 선거권력으로 그 정당성을 조금씩 확보해 왔으며, 무력이 아닌, 금권, 언론, 시민들의 계급이반 착시현상등을 이용하여 사회의 제반 권력을 확보해 왔다. 비록 보수꼴통이라는 비아냥속에서도 각종 시민단체의 형태로 그들의 권력의 지류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권력행태에 대한 본질적인 사고, 각종 정보에 대한 냉철한 사리분별이며, 민주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시민들의 소신과 신념이다.
# 전제 넷.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시민들의 소신과 신념을 제대로 통합해내고,
현실적인 권력으로 일궈낸 사람이 바로 노무현이다. 노무현은 자신의 권력이 아니라, 시민들의
권력의 진정한 대리인이었고, 그러하기에, 그의 삶, 그의 선거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사회를 통합해내는 이념에 대한 신념과, 삶에 대한 소신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의 상징성인 것이다.
# 전제 다섯.
노무현은 끝내 기득권층과 동화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공격이라는 측면에서의 평가는 보류)
유시민이 말하듯이, 노무현은 그들과 같은 정치인, 권력을 향유했던 사람이 아니라, "적장"인 것이고, 언제든 그를 추종하거나, 동조하는 잠재적인 저항군의 상징인 것이다.
# 소결
검찰의 수사행태, 그리고 기사감에 달려드는 언론의 행태, 드러나는 사실관계(그러나 법적 평가는 미완인 상태)로 시민들은, 특히 노무현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실망감을 갖게 될 것이다. 여기서 노무현과 그 전 대통령의 부정을 비교형량하려는 것은, 바로 진흙탕이며, 기득권층이 나름 좋아하는 모양새일 뿐이다.
그들은 단지 노무현 모욕주기 공작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으로 표출되었던, 시민권력의 상징성을 깨부수고, 허탈하게 만들어, 다시는 그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신권력"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도 ?불을 싫어하고,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거나, 모이는 것에 민감한 것은, 애초 그들은 다수의 대변자가 아닌 소수의 대변자이자 그 소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다. 자기 언행을 자신의 신념과 소신에 맞추려고 한다. 우리가 노무현을 좋아했던 것은 그의 지나 온 삶의 가치였으며(권력을 가진 뒤의 공과도 여전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지만) 한국 사회의 사회발전과정에서 사회가 필요로 했던 신념과 소신 때문은 아니었겠는가?
이제 본 사건이 어느 정도 지나면, 언론은 다음과 같은 기사나 분석을 내놓을 것이다.
"원래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하는데, 한국의 진보는 분열과 부패때문에 망했다."고. 그리고 이어서, 조심스레, 미래를 위해서,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통합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통합의 주체와 통합의 결과(사회자원의 배분)에 대해서는, 늘 그랫듯이 생략할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기를 버리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무현과 노무현이 갖는 개혁과 정의에 대한 상징을 구별하고, 후자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면,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나는 인간인지라, 그리고 나름의 논리에 따라, 가장 큰 저항선이 무너지면, 그 이후는 지리멸렬일 뿐이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께 말씀드리고 싶다. 끝까지 철저하게 산화하라고. 그것이 의미하는 고통이야 어찌 내가 짐작할 수 있겠냐만은, 당신은 당신이 보여준, 당신이 상징하는 것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사람이 아니었던가? 어느 누구도 인간에게 100%의 진실을 요구하지 않는다. 적어도,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녔던, 신념과 소신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관계없음에도 그것으로 그 가치를 훼손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응축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금 싸움은, 전임대통령의 문제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잠재적인 개혁그룹, 시민의 싹을 자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노무현을 선택했던 나의 결정은 옳고 그름을 떠나, 나의 정치사회 환경에서 가장 정직했던 것이며, 그것은 그 당시보다 지금이 더욱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