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없이 가는 게 참여정부의 전략이다. 유불리 따지지 말고 원칙대로 가자.”
오늘 아침 노무현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한 말이다. 최근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싸고 그 의도와 전략의 뭐냐는 말들이 구구하지만 이게 정확한 답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이 기조대로 간다.
노무현 대통령은 3월20일 하루에만 세 가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언급했다. 오전 국무회의에서는 ‘원칙없는 보따리 정치’를 비판하고 ‘KBS의 특권의식’을 따졌고, 오후에는 농민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FTA와 농업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정치적 의도와 전략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종잡을 수 없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손학규 전지사의 탈당은 한나라당에 불리한 데 왜 비판할까, 일부 보수신문들 상대하기도 부담스러울텐데 임기말에 왜 KBS까지 비판할까, 한미FTA 때문에 농민들의 정서를 달래도 시원찮을 판에 소신발언을 하는 의도는 뭘까, 전략적으로 힘을 집중해도 버거울 판에 왜 온갖 문제에 대해 각을 세우나 등등 이해 못할 대목이 많다. 그러니 ‘레임덕 방지용’이라거나 ‘대선구도 짜기’라는 정치공학적 해설이 구구하게 덧붙기도 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혔고 그 기조대로 가고 있다. 민주주의 원칙이 흔들리는 데 노선, 친소관계, 대선에서의 유불리 때문에 눈감고 넘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 보수신문의 특권의식을 4년 내내 비판했으면 KBS의 특권의식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 개헌문제, 한미FTA문제, 부동산 문제 모두 마찬가지다.
왜 현직 대통령이 대선 후보들에 대해 얘기하냐고 비판한다. 이점에 관한 대통령은 원칙은 이렇다. 대통령과 거리가 가깝든 멀든,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든 불리하든 선거용으로, 참여정부가 지켜온 원칙과 정책을 흔들거나 왜곡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할말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간혹 잊어버리곤 하는데 노대통령의 20년 정치역정이 그래왔다. 3당 합당을 거부한 것이나,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여러 차례의 낙선을 감수한 것 모두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전략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소신과 원칙 때문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후도 마찬가지다. 출범 첫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현직 대통령 대선자금 조사를 감수한 것도 정치적으로 유불리를 따졌다면 못했을 일이다.북한의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이 터졌을 때 안보불감증이라는 비난이 빗발쳤지만 일관되게 ‘조용한 안보’를 밀고 나갔다. 안보와 경제를 위해 필요한 일이고, 국익이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 외로운 길을 가고 있다. 대부분 단순하다, 무모하다, 오만하고 독선적이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은 2002년 대선에서 국민들과 한 약속이다. 그때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이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던 것은 정치인 노무현의 원칙과 소신, 그것을 지켜온 정치역정 때문이었다. 참여정부와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까지 그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다.
임기말에 그렇게 해서야 제대로 국정운영이 되겠느냐, 우군이 없지 않느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칙이 우군이다. 국민의 상식과 원칙의 힘을 믿고 원칙대로 할일 하고 할말하는 게 참여정부 5년차의 전략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전략없이 원칙대로 가는 게 참여정부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