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하나 들더라도 우리는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있는겁니다. 술자리에서 한담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냉철하게 보고 처신해야 합니다.
안희정 최고위원이 폐족 발언한거 유시민 전 장관이 조용히 지낸거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1년전 노사모 총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촛불 하면서 청와대로 가지말라고. 그래도 한참 남았는데 좀 도와주라고. 정 가고싶으믄 국회로 가라고. 당시 순수한 마음 하나로 참여했던 분들도 있고 당장 세상 뒤집을 것 처럼 흥분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 안에 우리의 촛불도 함께 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 만큼의 책임은 있습니다. 배후가 어디냐는 발언은 인식의 천박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저항의 싹을 없애버리겠다는 의지로 발전한 것이겠죠.
6월10일 촛불이 최대 인파를 기록하고 나서 대통령기록물 위법시비가 터져나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뜬금없는 정국돌파용 정도로 보기도 했지만 저는 그것만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기록물 반납하겠다고 한게 7월16일이고 바로 며칠 뒤에 보수매체에서 정화삼 박연차 비리문제를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이 기록물 디벼본게 8월21일 박연차 수사 공식화 한게 8월20일입니다. 뭐가 있는지 볼려고 한게 아니구 뭐가 없는지 확인한거란 생각 안드시나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숨겨뒀을지 모르는 회심의 한방카드 그게 없었던거겠죠.
친노세력은 사분오열돼서 떠돌이 신세가 됐고 민주당은 도로 지역당으로 전락했습니다. 누구 하나 지켜줄 세력이 없는 상태. 전직 대통령 중에 가장 깨끗한 분이 가장 민주화된 제도를 갖춘 이 때에 가장 잔인하게 파헤쳐졌습니다. 상식적으론 말이 안되는 일 같지만 세력구도로 보면 말이 되는 상황입니다. 나에게 권력이 있고 상대에게 저항할 힘이 없다는걸 알면 잔인해지는게 인간입니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에 불과하고 언론이 나팔수에 불과했을까요? 권력 일부의 의지만으로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정권과 검찰 언론이 한마음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고 그들에 저항할 수단도 세력도 없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참여정부 임기 5년 내내 언론과 대립각을 세운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참여정부 말기엔 김용철 사건이 터졌습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희열을 느꼈을 분들 많지만 저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BBK사건에 대한 빗장 역할을 할 걸로 봤습니다. BBK와 삼성로비의 빅딜. 검찰이 건국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아 누구에게 화살을 돌렸을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검찰과 언론은 종범이 아닙니다.
모든 비판의 시선을 대통령 한 사람에게 겨누는건 통쾌할 수는 있어도 어리석은 것입니다. 대통령 하나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세력권 전체를 시야에 둬야 합니다. 세력대 세력의 싸움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력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거 무시하고 열린우리당 그 꼴로 만든건 두고두고 반성 하고 정치적인 실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민주권운동을 하신거 괜히 하신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정당에 참여하든 시민주권운동을 하든 한방 카드라도 가진 것 없다면 기득권 세력과 자웅을 견줄만 한 세력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 세력은 기존 정치권의 흐름과는 별개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민주당은 뜨거운 감자입니다.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여권의 모사꾼이라면 정동영계를 치거나 민주당을 함부로 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컨트롤 가능한 구태 정치인들이 민주당의 실세가 되도록 하고 신당이 터잡지 못하도록 민주당을 확고한 제1야당 수준으로 묶어둘 것입니다. 최소한 신당이 타이밍을 못 맞추도록 민주당을 추켜세울 것입니다.
참여정부시절 가장 많이 혜택을 본 사람이 정동영 의원 아니겠습니까? 근데 어째서 정동영 의원이나 그 주변인물들은 비리문제에 결부되지 않는 걸까요? 박연차와 동시에 거론됐던 정화삼 비리는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정화삼 또한 박연차 못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현 야권쪽에 타격이 더 클 사안이죠. 그게 아직도 묻혀있습니다.
민주당 스스로 암적 요소를 제거할 수 없다면 뒤가 구린 정치인들 문제로 불임정당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이강래의원은 원내대표가 됐고 정동영의원 복당문제는 벌써 시작됐습니다. 민주당이 말 그대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