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12(수) _이**/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검찰개혁 핵심은 기소독점주의 폐지다
검찰개혁 과제가 새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사상 처음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회를 접한 국민들 대다수는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토론회는 검찰의 기본적 인격과 자질, 집단 이기주의, 내부적 권력화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는데, 정작 논의의 중심은 검찰의 인사권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의 실질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검찰의 본질과 존재이유를 중심으로 검찰의 현실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검찰개혁 논의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검찰의 본질적 존재의의는 형사재판에서 형사피의자에 대한 공소제기를 수행하는 데 있다. 즉, 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찾아내고 그 처벌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검사는 법원에 형벌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는데, 이를 공소의 제기(기소)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벌은 반드시 검사의 기소에 의한 재판으로만 내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소는 검사가 독점적이며 자주적으로 행사하는 고유권한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검사의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등의 법리로 보장하고 있다. 요컨대 검사의 본래적 기능은 형사피의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 절차를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검사의 존재는 국가 형벌권 발동을 위한 필요적 조치이지 국가체제 전체에서 볼 때 논리필연적 결과물은 아니다. 다시 말해, 검찰은 행정부가 형사법체계 집행을 위해 필요로 하는 기능 중 기소 기능을 담당하는 공무원 집단일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검찰을 마치 독립된 권력기구나 독특한 헌법기구로 파악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지나친 과장이며, 검찰의 독립성 논의 자체가 일종의 허구라 볼 수 있다.
한국적 현실에서 오늘과 같이 검찰의 기능과 의의가 과장된 것은 군사정권 하에서 공안정국 체제의 유지와 시민사회 장악을 위해 정권이 검찰을 자의적으로 이용한 결과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검찰 지위를 바탕으로 현재의 검찰개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예외적 현실을 바탕으로 예외적 해법을 구하는 이중왜곡을 초래할 뿐이다. 즉 문제의 핵심은 검찰의 비도덕성이나 자질, 혹은 비상식적 행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기대되는 역할에 있으며 이 역할이 현재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검찰 문제는 단적으로 말해 검찰과 국민 사이의 불신에 있다.
이 불신은 근본적으로 검찰의 기소권 독점과 이에 대한 왜곡된 행사에 의한 것이다. 국민의 눈에 오늘의 검찰은 벌을 받아 마땅한 이들은 자의적으로 기소를 포기하고, 벌을 받지 않아도 되거나 어느 정도의 선처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강력히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쳐진다. 즉 검찰의 기소권 행사 방식이 국민의 보편적 상식에 어긋나 있으며,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정치검사’, ‘비리검사’, ‘공안검사’ 등이다. 그 위에 검찰의 기소권 독점에 대한 어떠한 형식의 통제나 제한이 불가능하다.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국민적인 관찰이 단순히 피상적 관찰이거나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실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고, 검찰의 행태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기소권에 대한 통제 부재는 논리필연적으로 내부 부패와 불성실한 공소제기를 낳고 있으며, 실제로 왜곡된 기소권 행사로 이어진다. 통제받지 않는 권한과 권력은 언제든지 왜곡된 현실과 부패를 낳기 마련이다. 검찰은 사실상 강력한 권력를 독점적으로 부여받고도, 그 사후 조치에 있어서는 검사 개인의 윤리와 자질을 통하여 통제되도록 하는 모순적 상태에 있는 것이다.
문제가 이와 같다면 해법은 검찰에게 기소권을 독점하도록 하는 ‘기소독점주의’와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유예 등의 불기소처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재해석과 관련 법제도 혹은 행정질서의 개혁에 있다. 현재 검찰의 기소권 독점과 편의적 행사에 대한 견제장치로는 검찰의 항고, 재항고, 재정신청제도 등이 있다. 그러나 검찰의 항고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현실적으로 행사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재정신청제도는 명백한 범죄로서 고소 내지 고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내리는 경우에 당사자가 법원에 직접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현재 공무원 직권남용죄에 국한되어 있으므로 검찰의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통제책으로는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검찰의 기소독점에는 논리적 정당성이 없으며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기소권을 개방할 필요가 있고 검사의 기소편의주의를 제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재정신청을 형사재판 전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 연혁을 보더라도 법 제정 당시 재정신청제도는 형사사법 전반에 걸쳐 개방되어 있었으나, 유신정권에 의해 사라졌다가 이후 다시 부활하였으나 현재와 같이 공무원 범죄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보더라도 검찰의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제한의 필요성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방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기소권을 시민사회에 개방할 경우 검찰과 시민사회에 의하여 경쟁적으로 행사되는 것이 가능하고 검찰의 자체적 개혁 노력은 필연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검찰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그 첫 과정으로 인적 청산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내부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인적 요소를 청산하는 작업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검찰개혁 논의는 검찰의 본질과 그 역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여타 국가기관과 국민, 그리고 검찰 스스로 검찰의 본질적인 역할과 위치를 망각하고 마치 헌법적으로 독립된 권력기구인 양 인식하여, 그것이 왜곡된 현실에서 나타나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당위인 것처럼 받아들인다면, 근본적이며 철저한 검찰개혁은 멀어진다.
무엇보다 검찰의 역할과 지위에 관한 근본적 논의를 시작하여 검찰의 비대한 권력과 미신적 허구성을 제거하고, 형사재판의 기소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재정신청제도 확장이든 기소권 개방이든 검찰이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권한을 개방함으로써 검찰을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사인소추에 있어서는 법철학적·형사정책적 쟁점과 문제들이 존재할 수 있으며, 검사의 기소의 권한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우리 검찰제도 전반 나아가 형사소송제도 전반에 관련된 문제로서 입법, 사법, 행정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논의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