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슬픈 무궁화/이설영
몰랐습니다
그토록 외로운 민중의 노래를
홀로 부르셨다는 것을...
이렇게 뒤늦게 당신을 위해
촛불을 드는 무심함의 우리를 용서하소서
권력의 마성에
검게 물든 자들과 맞서 싸워야 했던
고독한 투쟁의 길 끝에
끝내 떠나야만 했던 5월 어느 날
무궁화 꽃은 모두 시들어 떨어지고
힘없는 서민의 터전은
통한의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기타 반주에 맞추어
그리 잘 부르던 상록수도
국민이 대통령이다
외치던 민중의 노래도
이제 다시 들을 수 없음에
슬픔만 가득 밀려옵니다
혼탁한 이 하늘 아래
그 누가 또다시 우리를 위한
노래를 불러 주겠습니까
진정 이 땅 위해 세상에 다녀간 이
이제 없으니 이 나라를 어찌하오리까
언제부터인지
청와대 태극기는 점점 병들어 갔습니다
송두리째 뽑아다가 봉하마을에 세워두고
진정한 평화의 깃발 되게 하여
당신의 투혼과 함께 힘차게 펄럭이게 하고 싶습니다
그 고귀한 절규의 눈물이
해마다 찬란한 5월의 깃발이 되어 펄럭 일 때면
우리도 허전했던 당신의 가슴에 촛불을 밝혀 드리겠습니다
살아생전 못다 이룬 꿈 대신
홀연히 떠나신 역사의 뒤안길에서
부디 그토록 사랑했던 이 나라와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의 빛을 비춰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