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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며 - 정기용/건축가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09052519544823223&linkid=20&newssetid=455&from=rank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설계한 정기용 건축가가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은퇴 후 꿈과 한 때 한나라당이 “아방궁”이라고 원색적으로 공격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 관한 이야기에 관한 진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봉하 마을을 다녀온 사람들이 현지에서 체험한 사저의 규모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증명해 줬지만 말입니다. 막상 사저를 설계한 본인의 입을 통해 감춰진 비화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붕 낮은 집을 원한 대통령
마지막 가시는 길을 위해 나는 두 가지를 밝힌다.
- 한 가지는 봉하마을 사저에 관한 것이고,
- 다른 하나는 귀향한 한 농촌인으로서 ‘농부 노무현’이 꿈꾸던 세계를 알리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귀향 이유
“아름다운 자연으로 귀의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 농사도 짓고 마을에 자원봉사도 하고, 자연도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지붕 낮은 집”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봉하마을 주민들의 농촌소득 증대사업을 유기농법으로 전환시키고, 봉화산과 화포천 일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치유하며, 궁극적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생태교육의 장을 만들고자 하셨다. 재임 시절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인 농촌 문제를 스스로 몸을 던져 부닥치려는 대통령의 의지는 퇴임 뒤 일년 내내 쉴 새 없이 지속되었다. 마을 뒷산 기슭에 ‘장군차’도 심을 예정이었고, 마을 마당 앞뜰에는 특산물매장도 꾸리고 ‘노무현표’ 쌀도 팔 계획이었다. 특히 마을장터 지하 쪽에 작은 기념도서관 건립도 꿈꾸고 계셨다. 민주화운동 시절 당신이 가까이했던 민주주의에 관한 책들, 당시 젊은이들의 양식이었던 모든 책들을 모아 작지만 전문적인 ‘민주주의 전문도서관’을 구상하고 계셨다. 농사도 짓고, 자연과 생태를 살리고, 나아가서는 봉화산자락 부엉이바위 밑에 작은 동물농장을 만들어 청소년들과 함께 하려는 생각들이 바로 인간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소박한 꿈들이었다. 그리고 틈틈이 폭넓은 독서에 빠져 통치시절을 정리하며 집필 작업에 임하셨다. 독서와 토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즐기던 값진 삶의 한 부분이었다.
건축가로서의 조언
“그래서 나는 옛날 우리 조상들이 안채와 사랑채를 나누어 살았듯이, 한 방에서 다른 방으로 이동할 때는 신을 신고 밖으로 나와서 이동하는 방식을 권유했다.”
봉하마을의 사저는 내가 설계했기 때문에 내가 제일 잘 안다. 노 전 대통령의 자택은 흙과 나무로 만든 집이다. 그런데 항간에서는 ‘봉하아방궁’이라는 말로 날조해서 사저를 비하했다.
건축가로서의 후회
대통령은 결국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것은 내 탓이다. ‘산은 멀리 바라보고 가까운 산은 등져야한다’는 조상들의 말을 거역하고 집을 앉힌 내 탓이다. 봉화산 사자바위와 대통령이 그토록 사랑하던 부엉이바위 가까이에 지붕 낮은 집을 설계한 내 탓이다.
정기용이 본 인간 노무현이 남긴 과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자. 그가 목숨을 던져 우리들에게 남긴 질문들을. 한국 현대사 속에 심연처럼 가로놓인 질곡, 멍에, 허위의식, 인간의 탈을 쓴 야수성들. 이 모든 것을 안고 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나는 순교라고 밖에 달리 부를 말이 없다. 나는 부엉이바위 밑에 만들 동물농장 그림을 보여주기로 한 약속을 못 지킨 채, 지금 봉하마을로 내려간다. 대통령은 지금도 바로 거기에 계시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