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의 글을 죽 읽고 누가 옳다 그르다하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몇몇분들은 발전적 변화 같은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부분은 중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시민광장의 정체성은 설사 시민광장이 망해가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걸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바꾸려고 하는 것은 시민광장을 더빨리 망하게 하는 것 뿐입니다.
뭐 한국의 역사와는 비교가 안되지만 나름대로 수백년된 미국의 역사가 있지만 미국의 정체성은 개국당시에 씌여진 독립선언문에 씌여진 것이 유지됩니다. 일본의 역사중에 쇼군이 있지만 명목상으로는 천황이 최고위에 유지되었죠.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천황이 상징성을 가진다는 것을 부인할수 없습니다.
국가는 임의 탈퇴가 범죄시 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공동체인데도 그렇습니다. 헌법같은게 있어서 심하면 사형도 시킬수 있는 권위가 중앙에 있죠. 그래도 그 사회의 정체성은 개국으로 과거로 하염없이 올라갑니다.
하물며 대표가 있다고 하나 매우 매우 느슨한 서포터, 팬클럽 조직인 시민광장은 누가 대표로 뽑혔다거나 지도부가 있다고 해서 그 본래의 정체성을 발전적이건 후진적이건 변화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왜냐면 정상적인 대표성을 띄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네 형식적으로 투표하라고 해서 다수결로 이기고 하는 일을 할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그 사안에 대해 충분한 의미전달이 되는지, 투표에 참여는 할것인지같은 문제가 있어서 투표결과도 그다지 대단한 대표성이 없습니다.
그렇게 무관심하게 대충 참여하는 사람은 필요없고 적극적인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왜냐면 느슨한 조직이란 건 그런 사람이 대부분인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 전부 빠져나가고 나면 조직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러저러한 것을 하는 게 꼭필요합니다. 그러니 원하는 사람은 참가하세요. 이건 가능합니다. 그러나 조직적 차원에서 참여하는 것은 대표성의 남용이 됩니다. 대표성이 남용된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도망갑니다. 자기는 동의하지 않은 일에 참여하기 싫은데 전체 집단이 그리고 가고 있다면 그 집단에 애착이 있어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관악구 봉천동에 노인회가 있다고 해봅시다. 노인들이 모여서 정보 나누며 뭐하고 소일하나, 어떻게 친목하나 그걸 하는 모임이었는데 어디서 개혁당이라는 당이 생긴 답니다. 노인회 회장이 거기 들락거리더니 노인정을 당 사무실로 빌려주고 노인회의 발전을 위해 투표를 거친 결과 다수결을 얻어서 개혁당 발대식에 봉천노인회라는 이름도 넣게 됩니다.
혹시 흥분하실분이 있다면 오해마십시요. 시민광장 대표님이 그랬다는 증거가 있다는게 아니니까요. 그랬다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있다면' 투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며 투표를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며 객관적으로 설득력있는 공정한 투표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설사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해도 다수가 소수의 노인분들에게 이제 여기는 정치판이니 놀고만 싶은 사람은 나가라라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이 될수 없다는 겁니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에 의한 소수의 탄압이죠. 물론 노인회는 개혁당에 이름자 올려주는 동력을 제공한 후 소멸해 버릴 겁니다. 노인회 들어간 사람들이 그런거 하자고 모인게 아니니까.
물론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데 이렇게 손놓고 있으면 답답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투표니 조직이니 하는 것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몰아가는 것은 좋은 세상만들자고 하는 개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될수 없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현실론 이야기를 적게 하는 사람일수록 좋은 사람이더군요.
시민광장의 정체성은 누가 원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시민광장을 그저 없애버릴 뿐입니다. 뭔가를 위한 불쏘시게가 되고 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