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가령 마피아 영화 봤지
하여간 그런 영화에서 말야
두목인 듯싶은 사람 말야
얼굴이 나오기 전에 발을,
걸어가는 발이든 앉아 있는 발이든
구두 신은 발을 보여주기도 하지 않던가.
그게 한결 으스스하고
하여간 그럴듯하단 말이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 정치 한다는 사람들
무슨 거물급이란 이들일수록
신문이나 TV에 얼굴을 자꾸
낼 게 아니라 구두를,
얼굴은 이제 그만 내고 제 구두를
내자는 거야.
하여간 얼굴 대신 그 사람
구두를 내자는 거야.
보는 사람도 무슨 낙이 좀 있어야지!
(너무하시는 우리의 몫이여)
꽃피는 상처
남북이 갈린 자리
땅 위에도
마음속에도
상처가 깊었다.
피가 계속 흘렀으나
체제들은
그걸 고치려 하기는 커녕
나쁜 목적을 위해
그걸 이용했다.
상처를 이용하다니!
(계속되면 죽는데)
출혈을 이용하다니!
남의 상처도 아닌
제 몸의 상처를!
그 상처로 아픈 사람은
그걸 고칠 힘이 없었고
힘이 있는 사람은
아프지 않았다.
이 민족의 삶은 그리하여
출혈이 심하고
꼬이고 꼬여왔다.
마음 고생도 크고
몸 고생도 컸다.
무겁고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얼음이 녹는 소리,
녹아 봄 햇빛 아래
반짝이는 소리,
(잘돼야 할 텐데)
아픈 데가 나으려는지
이 땅의 어디어디
근질근질 풀리는 소리,
온갖 동식물들
수런대는 소리,
(나쁜 마음으로 하면 안 되는데)
얘기가 통해
피가 통해
근질근질
수런대는 소리
들리는 것 같다.
아, 꽃피는 소리
(그래야 할 텐데)
상처에서 꽃피는 소리!
* 정현종 - <한 꽃송이> 중에서
**
가만히 발을 내려다 봅니다.
발 아래로 무릎꿇지 않으면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발.
발 아래 생명이 싹 틔우게 하고 다독여주는 발.
물려주고 싶은, 땅문서보다, 소중한 지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훗날 닮고싶은 '길'이 되는 이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