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봐, 신문 이거 가로 1센치 세로 1센치에 돈이 얼마야?"
회장님이 질문을 하신다.
"네, 계산해 보니 얼마가 나옵니다."
임원이 계산기를 두드려 대답을 한다.
"그 돈 벌려면 우리 제품 몇대를 팔아야 하는지 알어? 아까운줄 알아야지. 이거 빈 공간 그림이든 글이든 꽉 채워!"
회장님이 일갈하시고 나가신다.
담당자, 팀장, 임원, 사장을 거쳐 시안만 무려 50여개를 만들고 겨우겨우 회장님께 기업광고 시안보고를 드리는 상황에서 나온 슬프기도 우습기도 한 결론.
그렇다. 광고쟁이에게 대그룹사의 회장님은 너무나도 거대한 산맥이다.
물론 회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모든 회장님들은 상상도 못할 고초를 겪고 쓰디 쓴 실패도 맛 보았을 것이며 무모한 도전에 성공을 이뤄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회장님들은 자신의 판단에 스스로 무한신뢰를 갖는다. 왜? 그 숱한 판단과 돌파로 지금 회장의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모든 것에 대해 자신감이 만빵인 것이다. 그러니 광고마져도 당신이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다 하실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회장님은 전지전능에 만능이다. 공정비가 올라? 그럼 거래처 쳐! 임금이 올라? 그럼 비정규직 늘려! 신제품? 한 달 줄테니 죽어서라도 만들어! 개겨? 짤러!
모든 회장님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회장님들의 사고방식인 건 분명하다. 적어도 회사에서만큼은 회장님이 말씀 하시면 안되는 게 없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직장에 붙어있을 수 있는 것도 고마운데 하물며 대기업이다. 월급쟁이들에게 있어 회장님은 거의 신과 맞먹는 급인게다. 이 월급쟁이의 심리를 회장님들은 너무도 잘 안다. 직원이 만명이면 회장님은 만개의 카드를 갖고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이런 회장님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게되면 어떻게 될까?
대통령이 된 회장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럴 것이다.
국민 = 직원, 정부부처 = 비서실, 기업 = 거래처, 타국 = 동종 업계......,
대통령이 국가의 오너가 아니기 때문에 전임 회장이 있기마련이다. 전임회장이 해 놓은 건 죄다 반대 혹은 박살을 내 놔야 현 회장의 위엄이 서기 마련이므로 전임회장의 흔적을 싸그리 바꿔 놓는다. 그래야 맘이 놓이지 암.
회장님이 결정을 해 놓은 일에 직원들이 토를 달고 촛불을 들고 나온다. 엥? 이거 말이 되는 일이야? 자, 구사대 투입!
사내방송이 이거 왜 회장님을 까는 방송을 하고 지랄이야, 야 사내방송 책임자 누구야? 이거 왜 이렇게 정신을 못차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회사경영 하는 것으로만 인식을 해 온 탓에 더 큰 회사의 회장님께는 아부를 떨어서라도 밉보이면 안 좋은 거다. 직원들이 회장님의 이런 심정을 헤아릴 수나 있을까?
내가 회장인데 내 형이 일 좀 벌이면 어떤가? 꼬우면 너도 회장하든가!
담배를 들면 바로 불 들고 튀어 오고 재떨이 갖다 바쳐야 하는게 비서의 임무지 암, 그렇고 말고. 그리고 내가 말 안해도 이쯤되면 내가 뭘 바란다는 걸 딱 알고 움직일 줄 아는게 비서실인거고 말이야.
좋게 좋게 해주면 이것들이 늘 기어올라오는 거지근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서실도 때때로 조지고 직원들도 수시로 조져야 회장님 무서운 걸 아는 거지 암.
그런데 이 회장님이 몇가지 착각을 하고 계신게 있는데... 그리고 그 착각 때문에 일이 꼬이고 꼬여 되는 일이 없다는 걸 너무도 모르고 계신다는 게 문제다.
직원(국민)들에게 월급을 줘야 그게 회장님인데 직원(국민)들에게 월급을 타쓴다는 걸 모르고 계신다는 거...
회사(나라)가 어려워지면 뒤통수 칠 거래처가 있어야 되는데 그 거래처가 만만하게 할 수 없는 미국, 일본, 중국 등 회장님을 개무시하는 나라들이라는 거...
비서실(정부부처)이 심복이어야겠지만 임기 쫑날 때만 기다리며 일을 하는 듯 안 하는 듯 시간 죽이기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할 수 있는 철밥통들이란 거...
철학, 인간에 대한 애정, 세계관 등 회장님 때는 개뼉다구 같은 것들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아주 아주 중요하다는 거...
그래서 회장님이 대통령이 된다면 "씨바" 소리가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게 될 거라는 거......,
"씨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