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노무현에 열광하고 노무현을 추종했었던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의 내면 깊숙히 존재하여 왔지만,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그 가치를 노무현이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시춘님의 말씀은 일정분 옳기도 합니다. 이명박등 저들은 지금, 인간 노무현을 상처내는 것으로 노무현이 추구했던 가치, 우리가 추구했던 가치(원칙과 상식이 승리하는 사회를 위한 개혁)마저도 상처내려 합니다.
하지만, 유시춘님.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노무현에 집착하면 할수록 이명박등 저들이 원하는 결과가 돼 버린다는 점입니다. 노무현이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우리가 노무현을 통해 추구했던 그 가치도 함께 무너지게 되는 비극적 상황을 저들은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노무현도 그게 염려스러워 "저를 버리십시요."라는 말씀을 하신 것일 겁니다. 님의 글 "나는 노무현이로소이다"는 그래서 매우 아쉽습니다. 아직도 님께선 노무현과 노무현을 통해서 추구했던 우리의 가치를 동일시 하고 계십니다. 이명박등 저들이 원하는 결과에 일조하고 계신 겁니다.
유시춘님, 목로주점을 아실 겁니다. 선술집도 아실 겁니다. 술이 고프지만, 돈을 아끼려 종이컵 술잔에 소주를 부어선 오백원짜리 오뎅하나를 안주삼아 고픈 술을 채우는 숱한 서민들을 아실 겁니다. 저와 함께 잡부일을 하던 동료 아무개도 그랬습니다. 네살난 아들을 시골집 부모님께 보내고, 아내와 맞벌이를 하던 그는 아내의 배가 불러오자 아내마저도 시골 부모님께 보냈습니다.
네살박이 아들, 뱃속의 아기 그리고 아내, 네식구가 함께 오손도손 살 날을 꿈꾸며 몸이 부셔져라 일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해서 그가 손에 쥐는 돈은 한달 130만원도 안됩니다. 시골부모님께 50만원을 부치고서 고시원 월세 25만원과 생활비를 빼고 나면 그가 모을수 있는 돈은 많아야 한달에 40만원입니다. 그는 시민이 아닙니다. 서민입니다.
반면에 노무현은 서민이 아니었습니다. 변호사였고 국회의원이었으며 장수천이란 기업에 투자했던 자본가였습니다. 골프를 취미로 하던 그, 옥탑방이란 게 뭔지를 모르던 그는 절대 서민이 아니었습니다. 시민이었을 뿐입니다. 서민들의 25만원짜리 고시원생활이 뭔지도 몰랐을 겁니다.
중산층 혹은 중상류층 시민들의 이중적 작태는 서민들에겐 아픔입니다.
계층간 이동, 계급간 이동이 불가능했던 서구의 중세시대, 우리의 근세 조선 신분제 시대는 죽은 사회였음은 사실입니다. 계층, 계급간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는 현세, 지금의 사회야 말로 역동적인 사회이며 살아있는 사회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건 중산층 혹은 중상류층 시민들에게만 해당될 뿐입니다. 서민들은 꿈꿀수 없는 저 넘어 세상의 얘기일 뿐입니다.
유시춘님이 시민이신지 아니면 서민이신지는 저는 잘 모릅니다. 만약 시민이시라면 님의 "나는 노무현이로소이다."라는 글은 잘못된 글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님께서도 서민이시라면 매우 잘못된 글이며 아쉬운 글입니다.
시민들은 끊임없이 계층, 계급을 뛰어 넘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시민을 탈피해 특권계층, 특권계급으로 발돋음하려 합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면 그 발돋음이 더 쉬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참 안타까운 경웁니다. 특권계층, 계급이 존재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인정하고 그걸 타파하려 애쓰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론 그 특권을 동경하고 추구합니다. 시민들의 이중적 작태입니다. 그래서 노무현에 열광했다가 다음번엔 이명박에 열광했었던 겁니다.
반면에 노무현을 지지했던 서민들이 다음번엔 이명박을 지지했던 건, 노무현이 서민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며 시민계층, 시민계급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습니다. 그 반동으로 특권계층, 특권계급 이명박부류에게 기대었던 겁니다.
지금은 시민을 대표할 제2의 노무현이 아니라 서민을 대표할 제2의 노무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표변했던 시민들의 이중적 작태도 마침표를 찍고, 이명박에서 다시 노무현이 추구했던 가치로 되돌아 올 수 있을 겁니다. 서민들도 다시 노무현을 통해서 품었던 그 희망을 다시 품을수 있을 겁니다.
유시민님이나 유시춘님이 시민이기 보다는 서민이길 주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