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예쁘고 더 아름다운,
수 많은 장미들도 많지만,
네 장미만이, 특별히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건
네가, 네장미와
함께한 시간 때문이야...

어린왕자를 처음 접했던 건 국민학교 2학년 때 였다.(그때는 국민학교로 불렸다.)
지금도 기억 나는 건 모자그림, 양그림, 뱀그림......
앞 몇 페이지를 넘겨 보다가 그림만 대충 훑어 보고는 던져 버렸었다.
재미가 없더란 말이야.
그러다 다시 어린왕자를 만난 건 19살 때 였던 것 같다. 우연히 보게된 전혜린씨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내용중에 어린 왕자에 대한 언급이 많았거든.
그리고, 그리고 정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까만 밤을 하얗게 새운다는 말...
그렇게 난 어스름이 걷히는 새벽까지 잠 못이루며 창가에 앉아 있었지.
길들임의 의미,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 그리고 때묻지 않은 순수함의 의미......
그렇게 어린왕자는 나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고 그리고 자기의 별로 떠났다.

책의 마지막 그림, 메마른 사막에 별 하나,
이런 풍경속, 아프리카의 사막 어디엔가 어린왕자가 다시 돌아와 웃음짓고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그때의 그 감동과 아픈 마음은 지금도 생생히 가슴속 깊은 곳에 작은 떨림으로 남아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때가 묻는다는 거다.
거친 세파에 찌들어가며, 얍삽한 잔머리만 는다는 거다.
그렇게 난, 나이를 먹어 간다, 세파에 찌들어 가고, 얍삽함에 물들어 간다.
내가 과연 지금처럼 어린왕자와의 대화를 영원히 계속 할 수 있을까?
어느날, 멀지 않을 그 어느날엔간...
"아저씨도 다른 어른들과 똑같아"
소리치며, 눈물지으며, 어린왕자는 날 떠나겠지.
여러분들이 유시민을 사랑하는 이유는 뭔가?
진정한 사랑엔 이유가 없다고 한다. 예뻐서라든가, 착해서라든가, 지식이 많아서라든가, 도덕적이기 때문이라든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나와 비슷해서라든가 그 어떤 이유 때문에 사랑하는 거라면 그 이유가 사라지면 사랑도 끝나게 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노무현에 열광했던 초기 노빠들이, 이후 뿔뿔이 흩어지게 된 이유도 그렇다. 각자들 나름대로 이유가 달랐기 때문이다. 좌파적 노빠들은 그 나름대로, 난닝구적 노빠들도 또 그 나름대로 다들 그렇게 사랑할 이유가 사라져 버려 노무현을 떠나갔다.
잡부가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접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대북특검이었다. 나는 그때 난닝구였다. 김대중을 나와 동일시 하고, 김대중을 호남과 동일시 하고, 김대중을 "민주화"와 동일시 하고, 김대중을 대북 평화정책과 동일시 했던 그때의 나는 노무현이 그 모두를 부정하는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난닝구를 벗어나 좌파로 방향을 틀고 있는 지금은 약간 다르다. 대북특검보다 더 중요했던 건 이라크 파병이었던 것 같다. 이라크 파병이야 말로 이후의 참여정부의 향방을 가름할 바로미터였다. 당시 좌파적 성향의 노빠들은 대북특검보다 이라크 파병에 관심을 더 가졌었고, 노무현이 부시에게 단호하게 어떠한 형태의 파병이든 파병 자체를 거절하기를 바랬었다.
유시민도 노무현의 정치노선이나 성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만약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노무현노선에서 크게 벗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다행인 건, 이걸 잘 알면서도 내가 유시민을 주목하고 있다는 거, 그래서 실망할 일도 없을 것이라는 거.
내가 유시민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별거 없다. 이전글에서 밝힌 그대로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유시민이란 정치인을 알게 되고 그에게 관심을 가졌었던 지난 수년간의 시간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분들이 유시민을 사랑하는 이유도 본질적으론 나와 같을 거다.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시간들, 그와 함께한 시간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사랑은 더 깊어지겠지.
어쨌든 정치니 이념이니 뭐니를 떠나, 누구인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여러분들은 아름답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런 사랑을 받는 유시민도 아름답다. 스타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말, 정치인에게 적용한다해서 뭐가 문제일까?
미래의 어느날, 과연 그때엔 잡부가 유시민에게 실망하게 될 지, 아니면 오히려 더 좋아하게 될지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니 지금은 생각지 않는다. 다만, 최악의 경우가 닥치더라도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몇 걸음은 물러서서 그를 바라볼 것이다.
유시민의 시국강연이 다시 시작되기를 바란다. 유시민이 다시 정치의 전면에 나서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의 정치성향이 지금보다도 한참 더 좌쪽으로 방향을 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