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에서 방송된 시사토론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선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장하준 교수의 1:1 토론으로 진행되었던 이번 시사토론은 논리도 없고, 생각도 없는 떼기리들이 나와 막무가내로 자기 주장만을 외치는 다른 토론 프로그램에 비해 토론의 집중 및 완성도의 측면에서 다른 토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익했다고 평가한다. 다른 방송의 토론도 이러한 형식을 어느정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과 또 하나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을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뭐 이런 이애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이번 토론에서 나타난 정부의 입장 - 분명히 이창용 부위원장이 정부를 대변해서 나왔다고 전제하고 하는 이야기이니, 그가 단순한 사견이다라고 이야기 하면 유언비어(?)가 될 수도 있다. - 을 보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재정정책의 내용에 대해, 장하준 교수는 "SOC사업보다는 복지정책을 확대하는 것이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율을 고려한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하면서 정부 재정지출의 구조를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이창용 부위원장의 답은 "복지정책의 확대는 재정적자의 고착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복지재정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세수의 확대를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사정에서 세수의 확대는 꾀할 수 없다. 따라서 무리한 복지재정의 확대는 그간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장점인 재정건전성을 회손할 수 있다."라면서 복지재정의 확대는 현실의 여건상 여럽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또한 그는 "SOC사업의 장점은 사업이 일시적이기 때문에 고정적인 재정 부담의 증가를 막을 수 있고, 단순 노무직등의 저소득층 계층의 임시직이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하면서 삽질경제의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나는 이것이 현실을 바라보는 이명박정부의 기본입장을 너무나 잘 대변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나타난 이명박정부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이명박정부는 세수의 증가를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표현한 것이라 평할 수 있다. 세수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고소득층과 일부 기업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현실의 상황에서 보다 많은 세부담이 가능한 계층은 보다 많이 가진 계층의 부담을 증가하는 것을 의미할 수 밖에 없다. 일반 서민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싶지만 그러할 능력이 없고, 또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수록 그들 계층의 세부담능력은 감소할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명박정부의 기본 입장은 현 경제여건상 어쩔 수 없이 적극적인 재정확대정책을 쓰지만, 근본적으로는 감세정책이 이명박정부가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결국 이명박정부는 스스로 자신들이 소수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책을 수행하고야 말것이라는 점을 명확이 한 것이다.
둘째, 이명박정부는 복지재정의 확대가 필연적으로 정부지출의 증가만을 가져온며, 이는 재정건전성의 악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의식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복지재정은 소비적이며, 약자에 대한 시혜적 의미만을 가질 뿐 그것이 사회의 안전을 가져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복지재정의 투자적 기능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복지정책이나 복지재정을 한쪽눈으로만 바라보는, 어쩌면 기독교적 세계관을 반영하는 편협한 사고라 아니할 수 없다.
셋째, 이명박정부는 SOC사업의 경기부양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건설업계의 구조를 무시하는 어리석은 사고이다. 과연 정부가 지출하는 SOC사업에 대한 투자가 서민층의 고용확대로 연결될 수 있을까? 그건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는 그것이 안전할 것이라 믿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다단계 도급구조인 한국건설업체의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하는 금액이 어느정도가 말단에 존재하는 수규모 건설업체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또한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원가절감의 측면에서 내국인 보다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유인은 없을까? 이와 같이 간단한 몇가지만 고려해 보더라도 그들이 생각하는 SOC사업에 대한 투자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사회안전망 강화효과를 볼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왕된 주장인지 잘 알 수 있다.
넷째, 이명박정부는 한번도 검증된 적이 없는 감세정책의 경기부양효과를 금과옥조처럼 믿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불행이도 아직 감세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이론적으로만 설명가능할 뿐 그 효과가 직접적으로 검증이 된 바 없으며, 또한 효과를 인정하는 일부 견해를 받아 들인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그들은 애써 이러한 견해를 무시하고 감세정책이 강력한 경기부양효과라고 주장을 한다. 그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두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그들이 무지하기 때문이고 또다른 하나는 알면서도 감추는 것이다. 만일 전자라면 그들은 매우 무도덕한 사람들이고 후자라면 그들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다.
감세정책이 별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장기간이 필요한 이유는 상식적으로 고려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감세정책이 경기부양 효과로 연결되는 메카니즘은 다음과 같다. 감세 → 가처분 소득증가 → 소비 증가 → 투자 확대 → 소득 증가 → 소비증가 → 투자확대 ... 그런데 이러한 감세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감세로 인한 가처분 소득의 증가가 소비로 연결되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감세의 효과를 많이 보는 계층의 한계소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소비증가가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감세정책이 가처분 소득의 증가로 연결되기 까지는 짧게는 1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로 연결되지 못한다. 차라리 감세정책의 효과가 경기회복 이후에 발생한다면 국가경제의 인프레이션이 우려되기도 한다. 중학교 수준이면 이해가능할 이러한 간단한 사실을 과연 많은 전문가들이 포진한, 스스로 경제대통령이라는 대통령이 모른다는 것이 이해가 될까?
결국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정부가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가지고 있을까?" 글쎄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참 난감하지만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