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요3화음일까?
“우리 모두 다 같이 화음공부 합시다.
도미솔, 도파라, 시레솔
화음, 화음 사이 좋은 화음3형제~~~”
초등학교 시절부터 음악 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또 듣고 했던 주요 3화음.
1도화음, 4도화음, 5도화음을 주요 3화음이라 하며, 이를 각각 으뜸화음, 버금딸림화음, 딸림화음이라고도 부른다는 사실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또 들었다.
음악 이론이라고 해 봐야 조성 파악하고, 음정 볼 줄 알고, 계이름 읽을 줄 알고, 그저 수시로 반복되는 악상기호 외우면 그 다음부터는 거의 거칠 것이 없어서 시험 때 별 공부 안 하고도 평균 점수 올려주는 효자 과목 중 하나가 음악이었다. 그런데 시험 볼 때 마다 거의 100점을 놓치지 않았던 음악 이론에 대해 사실 난 거의 장님 수준이었음을 당시에는 몰랐다.
한 번 ‘주요3화음’에 대해 가만히 들여다 보자.
‘3화음’이면 그냥 ‘3화음’이지 왜 ‘주요’라는 말이 붙어있을까?
그럼 덜 중요한 다른 3화음도 있다는 말일까?
그 주요 3화음이 1도, 2도, 3도 순서로 가지 않고 왜 1도에서 난데없이 4도로 건너뛸까? 1에다 3을 더해서 4가 된 것이라면 그 다음은 7도가 돼야 하는데 이번엔 다시 1만 더해서 5도 화음이라니 이건 또 왠 일일까?
우리 말로 붙인 이름을 보면 ‘으뜸화음’ ‘버금딸림화음’ 뭐 이런 식으로 불리는데, 딸림, 버금딸림 이런 말들은 대체 무슨 뜻일까?
가끔 이런 의문들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심각하게 파고들 생각도 없고 그럴 가치도 느끼지 못한의문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 잘난 학교는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장장 12년 동안 왜 ‘3화음’ 앞에 ‘주요’라는 말이 붙는 지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도 자극도 주지 않았다. 결국 그 의문이 풀린 것은 대학 2학년에 올라가서 음악교육론을 배울 때였다. (참고로, 그런 사연이 음악교재에 아예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고등학교쯤 올라가면 부3화음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입시 위주의 공부에 시달리는 가운데 음악 이론을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당시 교수님은 작곡과를 전공한 분인데 그 인품과 실력면에서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는 멋진 스승이었다. 눈매가 맵게 생겼고 키도 작아서 첫 인상은 제법 까탈스러울 것으로 느껴졌는데 막상 겪어보니 의외로 항상 미소를 띠고 차분하게 강의를 진행하시면서, 12년간 감겼던 눈을 확 뜨이게 해 주셨던 전형적인 참스승이셨던 것이다. 그리고 이 분의 강의는 그저 초등학교 음악 교육론의 범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어서, 받아들이기에 따라 왜 과거 철학자들이 음악을 중요한 철학적 탐구 대상의 하나로 삼았는지를 부분적으로나마 깨닫고 실감나게 해 줄 정도였다.
자 여러분은 어떤가?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 말고 그저 학교 음악 수업 만으로 음악적 소양을 쌓아온 분들 가운데, 앞에서 나열한 주요3화음에 얽힌 의문점에 체계적으로 대답을 해 줄 자신이 있는 분이 있는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음악 속에 숨겨진 수학적 규칙성과 과학적 원리를 깨닫고 그 신기함에 전율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가? 만일 그런 경험을 선사해준 음악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면 여러분은 정말 행운아이다. 당장 선생님을 수소문해서 한 우 몇 덩어리 사 들고 가서 문안 인사 여쭙기를 권한다.
사설이 길었다. 그럼 이제 슬슬 주요3화음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왜 ‘주요’라는 말이 붙었는가?
그렇다. 3화음이 사실은 모두 7개였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3개를 골라 ‘주요3화음’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으뜸화음, 버금딸림화음, 딸림화음의 우리 말 이름의 사연은 무엇인가?
한 옥타브 안에는 모두 7개의 음이 있는데 이 각각의 음은 자기의 속성을 반영한 명칭이 붙어있다. 그리고 3화음은 그 각각의 음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3화음의 명칭도 기준음을 사용해서 만들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7개의 음에는 으뜸음, 웃으뜸음, 가온음, 버금딸림음, 딸림음, 버금가온듬, 이끔음 이라는 각각의 명칭이 붙어 있고, 으뜸음을 기준으로 그 위에 3도씩 음을 쌓아 올려서 화음을 만들면 으뜸화음, ‘웃으뜸음’을 기준으로 3화음을 만들면 ‘웃으뜸화음’… 이런식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3화음 이야기에 수학적 구조나 과학적 원리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정도 사실 만으로도 아하! 하고 무릎을 치는 분이 있다면? 그런 분은 나의 동지다. 난 정말 열 받게도 대학 2학년이 되고서야 비로소 왜 버금딸림이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는지 그 사연을 듣고 무릎을 쳤다. 동지애가 팍팍 느껴진다.
앞의 설명이 시시하게 느껴진 분이 있다면 이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주요 3화음이 왜 1,2,3도가 아니고 1,4,5도 화음인가?
이 질문부터는 이제 양상이 달라진다. 이 의문에 대한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으려면 소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부터 시작해서 좀 긴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리고 그 여행이 끝날 때 쯤이면 우리의 관심은 음악 만이 아니고 인간의 두뇌 활동, 측 인식론을 포함해 예술과 인간의 삶에 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소리란 무엇인가? 공기의 진동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기의 진동을 청각으로 인지하여 우리 머리 속에서 재구성한 그 무엇이다. 공기의 진동은 파동의 일종이므로 파장, 진폭, 진동수, 파의 모양 등을 사용하면 비로소 소리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그 중에서 진동수라는 것은 1초에 몇 번 진동하는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단위로는 Hz(헤르쯔)를 사용하는데 어떤 소리의 진동수가 124Hz라는 말은 공기가 1초에 124번 진동하고 있다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면 사람의 뇌는 이 진동수의 많고 적음을 어떻게 구별하는가? 바로 소리의 높낮이로 구별한다. 높낮이로 구별한다고? 얼마나 정확히? 그리고 어느 범위까지? 우리의 경험상 진동수 1599Hz와 1600Hz의 차이를 음의 높이 차이로 인식해서 구별해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음, 조금 전의 그 소리는 진동수가 1590Hz 였어. 어! 소리가 좀 높아졌네. 진동수가 4만큼 늘어서 드디어 1594Hz가 됐군....”
만일 이런 식으로 소리를 구별해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기계이지.
소리의 진동수라는 것이 그저 정수 단위로만 생각해도 1초에 1번, 2번, 3번…이렇게 해서 수백만 번까지 가능할 터인데 우리의 뇌가 수백만 가지 진동수를 일일이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더러 그럴 가치도 없지 않겠는가?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가급적 많은 종류의 소리를 구별하되 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구별해 내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첫째가 지나치게 적거나 많은 진동수는 무시하고 안 듣는 것이다. 인간이 인식 가능한 주파수 범위를 가청주파수라고 하는데, 인간의 뇌는 약 15Hz부터 인지하기 시작해서 많아야 20,000Hz 정도 까지만 인지를 하고 그를 넘어서는 진동수는 아예 인식의 범위에 넣지를 않는다. 없는 것으로 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범위를 한정해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종류가 너무 많다. 2만개라니….
그래서 인간은 범주로 인식을 한다. 미세한 차이는 그냥 하나로 묶어서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오차범위 3~4Hz 내에서는 그냥 하나의 소리로 인식한다고 하면 이제 구별해야 할 대상이 몇 천 개 수준으로 적어졌다. 이 정도면 소리를 외부 정보를 인식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간의 뇌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정수 배로 진동하는 소리를 별도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키웠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음악의 세계가 열린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물이 자연 상태에서 진동할 때, 한 가지 진동수의 소리만 내지 않는다. 다양한 종류의 진동수가 섞여서 소리가 발생한다. 그런데 관악기나 현악기를 통해서 나는 소리는 무작위한 진동수의 소리가 아니다. 바로 ‘배음’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배음이란 진동수가 정수 배의 관계인 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진동수 132Hz의 소리가 있을 때, 여기에 2, 3, 4와 같은 정수를 곱해서 나오는 264Hz, 396Hz, 528Hz의 진동수가 곧 132Hz의 배음들이다.
인간이 이 배음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하는가를 살펴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배음들이 동시에 울릴 때와 시간 차를 두고 발생할 때 그를 인식하는 방법이 다른데, 동시에 울릴 때는 여러 종류의 배음들을 가장 낮은 진동수의 배음 하나로 통일해서 인식을 하고 시간차를 두고 울릴 때는 주기성을 활용해 인식한다.
배음이 동시에 울릴 때는 가장 낮은 진동수로 만들어지는 소리 하나로 인식한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여러분이 피아노에서 가장 낮은 ‘도’를 쳤을 때 나는 소리는 사실 하나의 음이 아니란 말이 된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건반의 중간 쯤에서 ‘솔’을 찾아 오른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누른 상태에서 그 손가락을 떼지 않고 낮은 ‘도’를 짧고 강하게 끊어서 친 다음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자. 낮은 도는 스타카토로 친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 가운데서 ‘도’ 보다 높은 소리가 작게 들릴 것이다. 바로 오른 손으로 누르고 있는 ‘솔’ 음이 나는 것인데, 이는 낮은 ‘도’를 쳤을 때 ‘도’와 함께 발생한 ‘솔’ 음이 오른 손으로 누르고 있는 피아노 줄을 공명시켰기 때문이다.
‘솔’ 이외에 다른 아무 건반이나 눌러서 실험을 해 보면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는 곧 낮은 ‘도’ 소리가 실상은 자기보다 높은 피아노 건반의 모든 소리를 함께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낮은 ‘도’는 그냥 낮은 ‘도’ 하나의 소리로 듣고 넘어가는 것이다.
배음들이 시간 차를 두고 발생할 때는 주기성을 활용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살펴보자. 피아노 건반을 보면 대부분이 88개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인식하는 음의 종류가 88개인가? 아니다. 검정 건반을 포함해서 모두 12개의 음이다. 건반도 12개를 단위로 반복해서 만들어져 있다. 다시 말해 진동수가 커질수록 높은 음으로 인식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높이는 달라졌지만 같은 음이라고 느끼고 그 음을 기준으로 해서 다시 처음부터 다시 아까 들은 음이 반복해서 나온다고 인식한다. 이렇게 주기성을 이용해서 인식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경제적이다. 외울 것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히 공들여서 교육을 하지 않고 그저 음악적인 환경에 던져 두기만 해도 대부분 그런 능력이 생기는 것으로 봐서 인간의 언어 습득 능력과 속성이 비슷한 선천적 능력의 범주에 들지 않을까 여기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계이름과 배음의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진동수 132Hz를 ‘도’라고 약속을 할 경우 여기에 두 배의 진동수를 갖는 음, 즉 264Hz는 한 옥타브 위의 ‘도’로 들린다. 그러면 처음 소리의 세 배인 396Hz는 두 옥타브 위의 ‘도’가 될까? 아니다. ‘솔’이 된다. 네 배인 524Hz에서 두 옥타브 위의 ‘도’ 음이 나온다. 다섯 배는? ‘미’가 된다. 이런 식으로 진동수가 배가 될 때마다 들리는 음을 차례대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도 - 도 – 솔 – 도 – 미 – 솔 – 내림 시(시 플랫) – 도 – 레 – 미 – 올림 파(파 샵) – 솔
위 음들의 배열 가운데 처음부터 6개까지의 음만 먼저 살펴보면 아주 익숙한 계이름을 발견할 것이다.
“도 – 미 – 솔”
바로 1도 화음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렇게 우리 귀에 익숙한 음들이 알고 보니 배음의 관계였다는 것인데, 각각의 음들이 기준이 되는 음과 비교해서 배음이 된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도’와 ‘솔’과 같이 인접한 음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를 손쉽게 살펴보려면 기준 음을 1로 놓고 다시 써 보면 된다.
(1) 도–(2)도–(3)솔–(4)도–(5)미–(6)솔–(7)시플랫–(8)도–(9)레–(10)미–(11)파샵–(12)솔
이를 살펴보면 ‘도’와 ‘솔’의 진동수 비는 2:3인 것을 알 수 있다. 음정으로 다시 표현하면 진동수 비가 2:3이면 완전5도의 음정이 나온다. ‘솔’에서 ‘도’까지는 올라갈 때의 음정은 완전4도인데 이 때의 진동수 비는 3:4이다. ‘도’와 ‘미’ 사이의 음정은 4:5의 진동수 비를 갖고 있고 이는 장3도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진동수의 비가 간단한 정수 배로 돼 있으면 인간의 뇌는 이러한 음들 사이의 이동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서로 어울리는 음정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상호 잘 어울리는 음들로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도’와 ‘솔’이다. ‘솔’은 ‘도’로부터 완전5도 만큼 떨어져 있는 음이다. 그리고 ‘솔’에서 그 위의 ‘도’까지의 음정은 완전4도이다.
이제 드디어 주요3화음 왜 1,2,3도가 아니고 1,4,5도 인지를 알 것 같다. 1도, 4도, 5도 음정은 배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음정들이고 그 만큼 서로 잘 어울리는 음정인 것이다.
물론 주요3화음이 1,4,5도인 이유는 이것 말고도 더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를 설명하려면 음계와 조성 등등에 대한 기초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겠다. 그 보다 ‘음정’에 대한 설명이 더 시급하다. 음악 이론 가운데 조성이나 화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음정’을 빼 놓고는 아예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