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김연아의 세계선수권대회 피겨스케이팅 프리 부문을 보았습니다.
점프의 높이, 스케이팅 속도, 말 그래도 연기가 몸에 익은 그 모습은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정도입니다. 장삼이사로 사는 내 눈에도 알아차릴 정도이니
채점위원들은 오죽 잘 알겠습니까. 모두 다 아는 대로 207.71 이라는 전에 없는 기록으로
2,3위와 큰 차이를 벌이며 우승을 했습니다.
시상대에 올라가고 캐나다 국기와 일장기 보다 높은 한 가운데 우리나라 태극기가 올라갑니다.
내 개인 취향 일 수도 있지만 엄숙하지도 않고 따라 부르기도 쉽지 않은 애국가가 울려 퍼집니다.
(차라리 윤도현이 부른 락버전의 애국가라면 어떨까? 바닷물이 바짝 마르고 과 해발 2,744미터인
백두산이 닳아 없어지도록 하느님이 보호하여 우리 나라 만세라는 과장법 가득한 이 가사를
외국인이 안다면 뭐라할까 싶습니다. 프랑스 국가는 18세기 대혁명 때 부른 '라마르세이유'라지요.
내용도 좋고 따라 부르기도 좋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 자리에서 울려 퍼졌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김연아 선수는 모든 한국인들이 어려서 부터 배워온 대로 오른 팔을 왼쪽 가슴에 대고 태극기를
바라봅니다. 카메라가 김연아를 크게 잡아 당깁니다. 전에 보던 것과는 달리 눈가에 물기가
촉촉합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눈물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 만세.' 하는 대목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떨어 집니다.
보는 저도 마음이 찡합니다만 과연 이 나라가 김연아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생각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CF도 많이 하고 후원금도 제법 들어 온다지만 피겨선수들이 훈련을 할 전용
스케이트 장이 없는 나라입니다. 일반인들이 다 타고 자리가 비면 밤 12시 부터 새벽까지
스케이트를 타곤 했다지요.
난방이 안돼 하도 추워서 상체는 잠바 입고 스케이트를 탄다지요. 일본 선수들은 비행기 특등석을
타고 가는데 연아 어머니가 자비로 비행기 일반석을 끊어서 좁은 의자에서 10시간도 넘게 쭈그리고
도착해서 메달을 따오면 대한빙상연맹에서는 그 상금의 30%인가를 사채업자들이 선이자 떼듯
떼었다지요.
물론 지금은 김연아가 워낙 세계피겨스케이팅계에 빛나는 기량을 가진 선수가 되었지만
항공사에서 비행기 비지니스 클래스 태워주는 것 말고는 아직도 똑 같지요.
동갑이라고 자꾸 비교하는 아사다 마오는 올림픽 메달만도 수십개를 따낸 러시아 코치가
일본에 들어와서 가르치지요.
김연아는 조건이 안되니 브라이언 오셔 코치의 수제자이자 첫 제자라면서도 그 코치가 있는
캐나다에서 연습을 하지요.
만약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못 따면 유달리 결과에 집착하는 우리 나라는 김연아에게
또 뭐라고 할까요?
나라와 시민의 관계로 보아서 나라에서 보호해주고 챙겨주는 것 보다는 간섭하고'
없는 것이 많고 시민으로서 따지고 싶은 게 많은 우리 나라에 김연아 같은 선수가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2중 국적을 허용하는 캐나다이고 보니 어지간한 나라 선수 같으면 캐나다 국적도 따 놓고
자기 편리한 대로 국적을 제시하겠지만서두 태극기가 올라가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눈물 흘리는 김연아가 같은 한국인으로서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좀 뛰어난 사람에게는 우리나라 국적은 거추장스러우니 팽개쳐도 되는가하는 것입니다.
일본에 귀화하는 것만 아니면 자기 사는 나라에 시민권이라도 가지더라도 나중에 잘되면
또 우리 나라에서 더 크게 써먹을 수 있는 실정이지요. 박지원,김혁규씨 처럼
애 낳을 때 되면 미국에 가서 낳고 오는 많은 사람들 처럼요.
그렇게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나라의 존립과 국민 전체의 행복을 팽개치면,
만약 1910년 처럼 나라의 주권이 넘어간다면 그래도 외국에서 시민권 가지고 있으니까
자기가 살고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는 그저 행복하겠습니까?
그래도 내가 사는 나라입니다. 내 가족이 살고 있고 앞으로 내 후손들이 살 나라입니다.
이 나라 안에 나하고 처지가 다르고 주장이 다르고 생각과 행동이 180도로 다른 사람이라도
말과 글이 통하는 사람입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구성하는
우리 사는 공동체, 우리나라가 잘되는 것이 제일입니다. 우리 나라가 못 되면 작년에 캐나다로
이민간 내 누이와 조카들도 기를 못 펴고 살 것입니다.
시민광장도 각 지역광장,참여광장에서 일어 날 수 있는 갈등도 그러할 것입니다.
시민광장이 없으면 유시민을 좋아하는 우리들이 어디가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생각을 나누고 번개를 하고 즐겁게 지내겠습니까?
자기 주장도 좋고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억울함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시민광장을, 자기가 속한 광장을 흔들고 뒤집는 우를 범할 사람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