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과연 애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가? 애들의 장래를 위해서, 애들의 미래 행복을 위해서 혹은 부모의 의무라고 하지만, 부모의 만족을 위해 아이들의 행복을 우리 맘대로 설계하고 강요하는 건 아닌가? 애들은 과연 뭘 원할까? 애들이 좋아하고, 평생 행복을 느끼며 잘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뭘까? 고민스럽지 않나요?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고, 우리 애는 뒤쳐지는 것 같으니까 우리도 남들처럼 해야 하는 걸까요? 난 좀 혼란하고 고민스러워요. 난 우리 애들이 제도권 교육과 사교육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정말 자유롭게, 공부보다는 감성을 키우며, 하고 싶은 것을 후회 없이 해보게 만들고 싶었는데 현실은 참 냉혹한 것 같네요. 아이들은 자기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선택에 따라 이리 저리 끌려 다녀야 하고, 즐기며 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된 틀 속에 공부 기계처럼 살아야 하고. 참 불쌍하고 비참하지요.
내가 어릴 땐 사는 게 팍팍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었지요. 공부를 지속하고 싶어도 가정 형편상 학교를 계속 갈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했었으니까요. 그러니 '공부' 이 외의 것들은 모두 '사치'였었지요. 남들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엘 가고 싶었어도, 한창 유행이던 주산 학원에 다니는 애들이 부러웠어도, 중학교 때 난생 처음 들어본 바이얼린 소리와 플룻 소리에 매료되어 꼭 배우고 싶단 소망이 생겼어도 그건 내가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닌 그저 '사치'에 불과했던 것이고 나의 존재 가치는 오로지 '공부'를 해서 1등을 할 때라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죠.
그렇게 공부만 해서 전교 1등을 하고, 장학금을 타고, 선생님과 부모님의 자부심을 높여 주었기 때문에 지금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내 일을 즐기고 있는가, 내 인생에 아쉬움은 없는가 라는 자문을 할 때 만족스럽지 않거든요. 지금도 뭔가 내 인생은 2% 부족함을 느끼지요. 친구들과 놀았던 추억도 없고, 공부 이 외의 다양한 경험과 문화를 접해본 적도 없고, 혼란했던 대학 시절에도 으쌰으쌰 구호 한번 외쳐본 적 없고, 설레이는 미팅도 짜릿한 연애 경험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나 세상을 원망할 줄도 몰랐고 그저 순응하며 살아온 무미건조한 인생 여정 속에서 내가 건질 수 있는 값진 것이 과연 있긴 할까?
이런 내 인생의 아쉬움 탓인지 내 아이들에게는 '공부'를 제 1의 과제로 정해주기 싫은 것 같습니다. 그 나이 때에 가지고 있는 모든 관심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살게 해주고픈데 현실이 그렇게 녹록치 않음에 수시로 벽에 부딪치고 나 또한 널널한 편이긴 하지만 잔소리꾼 엄마가 되어 애들을 쥐잡듯 할 때도 있고.
솔직히 TV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에 빠지는 것도, 인터넷 게임도, 인터넷 불량 소설도, 인터넷으로 보는 일본 만화도,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와중에 블로그 뒤져가며 좋아하는 가요를 듣더라도 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관심 대상은 늘 변할 것이며 지금 빠져 있는 것에 평생을 걸진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생기지요. 그런 것들을 얼마든지 허용할 수 있는데, 조건을 달지 않을 수 없으니. 숙제를 먼저 해야 하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 한 후에 하라는 건데 애들은 그걸 지키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또 한가지 문제는 수시로 책을 사줘도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죠.
몇 번을 주의 주고 다시 약속을 정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을 때, 인터넷에 있는 것을 전자 수첩과 MP3에 다운 받아서 보기 때문에 그걸 빼앗아 못쓰게 하고, 그렇게 해도 통제가 되지 않으니까 학원으로 돌리고 공부방으로 밤 늦게까지 돌려 아예 자유 시간을 박탈하는 것이 과연 부모로서 최선의 방법일까요? 다른 애들은 이미 초등 저학년 때부터 공부방 다니면서 선행 학습으로 저만큼 앞서 나갔는데 우리 애만 늦은 데다 엉뚱한 곳에 정신 팔려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주위 부모들이 6학년 때 선행학습 시키지 않고 중학교 보냈더니 따라갈 수가 없더라, 후회막심이다, 6학년 엄마들 보면 도시락 싸다니며 말해주고 싶다는 얘기로 불안감을 조성해서?
영어학원과 공부방만 다녀도 벌써 아이 하나에 40만원이 넘어가는데 이런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부모들은 또 어떤 자괴감을 느끼며 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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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에는 교육 관련 주제라 할 만한 꼭지가 두 개 있습니다. '교육' 문제는 정말 어디서부터 무슨 얘길 해야 할 지 모르겠고, 뾰족한 대안도 안 보이고 점점 사교육 천지로 가속화되는 것 같아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습니다.
『후불제 민주주의』에서는 '학생 인권'과 '체벌'에 대한 소주제를 자타의 경험과 연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학생 인권'편에서는 주로 학부모의 입장에서 본 일부 교사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시니컬한 비꼼 같은 논조로 전개시키고는 지나가는 주장처럼 단 세 줄로 '수습교사제'와 '교원평가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체벌' 편에서는 폭력의 부당함에 대해 강한 어조로 말합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예전에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매질이 있었는데 저자는 아마 이것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를 때려서 인격을 함양할 수는 없다. 특히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때리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하며 '오죽하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하겠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두개의 소주제 편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특정한 교육 정책이나 제도가 아닙니다. 어린이도 온전한 인간이기에(버스비 반 값 낸다고 半 인간이 아니란 것) 헌법 제 10조의 권리(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에 '학교가 즐거운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초등학교에서 '극소수' 부적합한 교사가 어린이의 인권을 유린하는 문제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이 전혀 없는 현실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새로운 의문도 들면서 반성도 하게 됩니다. 학교가 그렇다면, 과연 어린이의 존엄과 가치, 행복권이 '가정'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한창 꿈을 가지고 커야할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공부의 노예가 되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참 답답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진정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헌법 제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닞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