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 밤늦게 기사를 보자니 ‘프레시안’에 이런 칼럼이 있다.
배신의 추억을 더듬는지,
‘배신의 추억 - [손호철 칼럼] <10> '자유주의세력'은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배신했나?’라는 칼럼이다. 아마도 배신 시리즈 중 열 번째인가 보다.
민주당이 미디어법과 관련하여 100일간 논의 후 표결 처리키로 한 일에 못내 아쉬웠던지, 의원직 총사퇴 주장의 글을 썼던 서강대 손호철 교수가 쓴 칼럼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배신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칼럼 내용 중에 사실과 다른 일이 있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라도 몇 자 적어야겠다.
어떤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나 또한 의원직 총사퇴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글을 보면 의원직 총사퇴가 결과적으로는 본회의 의결이나 의장의 사표 수리라는 정치적 과정이 필요한바, 결국 사퇴로 결말이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그런 각오와 결의로 민주당이 임해줄 것을 요구했던 내용이었다. 물론, 민주당 내부의 의사 결정은 또한 다른 일면일 것이다.
칼럼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 전략,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호기 좋게 민주개혁을 위한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특히 반민주성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에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진영이 일제히 일어나 단식에 들어가는 등 대대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데다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의석을 합치면 충분히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해찬 총리가 차기 대권을 겨냥해 지지자 결집에 나선 것인지 총리로는 적절하지 않게 한나라당에 대해 "차떼기당"이라고 공개적으로 조롱을 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울고 싶은 차에 이총리가 빰을 때려주자 한나라당은 얼씨구나 하고 국회를 전면거부하고 나섰다. 결국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개혁 법안들을 단독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었다.” 후략 ……
손호철 교수는 정치를 강의해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이고, 나는 다른 직업을 통해 내 밥벌이를 하면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일 뿐이기에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의 체면을 생각한다면 전화라도 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설명해야겠지만, 연락처를 모른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 된다면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하겠다. 그리고 수정해 주셔야 할 부분이 있다면, 즉시 수정해 주시리라 믿는다.
다름 아니라, 이해찬 전 총리의 차떼기 발언 때문에 국가보안법 폐지에 실패했다는 부분이다. 이게 무슨 선전선동도 아니고 대학이 교수라는 분이 사실과 전혀 관계없는 부분을 들어 대중 매체에 칼럼을 쓸 수 있는지 사실 어안이 벙벙하다.
아래, 2007년도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데일리서프라이즈 최한성 기자]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2004년 10월 말 정국을 냉각시켰던 ‘차떼기당’ 발언에 얽힌 비화를 털어놨다. 30일 자신에 대한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다.
이 전 총리는 당시 발언에 정국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고 밝혔다.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노무현 대통령이 비판, 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판단해 의도성을 갖고서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끔찍해지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막으려면 판을 바꾸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마침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격해와 ‘차떼기당’ 발언을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나서 “이후에 사과논란이 일었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노 대통령의 발언을 잊어버렸다. 언론은 물론, 한나라당은 사과를 받겠다는 생각에 더더욱 그랬다”며 “내가 가만히 지켜봤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더라”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내용이 2004년 10월 차떼기 발언의 속사정이다.
손 교수도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국가보안법과 관련하여 다른 기사들을 검색해 보면, “2004년 12월30일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놓고 야당인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의안을 상정하지 않자 열린우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기습상정을 시도”한 기사는 차고 넘친다.
논리의 비약도 분수가 있어야 하고, 사실을 꿰 맞춰 선전, 선동, 날조를 해도 날짜와 팩트는 적당히 맞추어야 글이 글다워지고 읽는 이가 속아서라도 감동하게 된다.
누가 자유주의세력인가?
그럼 당신은 진보인가? 글을 보건대 당신은 보수고, 수구에 가까운 사람이다!
조선일보 사설과 당신의 칼럼이 행태에 있어 쌍둥이이기 때문이다.
진보를 말하면서 행태로는 수구 보수만도 못한 사이비 진보가 누구인지 나도 안다.
진보 장사로 기득권이 된 자 또한 많이 알고 있다.
그렇게나 세상을 나누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를 진보로 누구를 자유주의자로 몰아 부쳐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 것은 당신이 당신의 학생들에게 지식 장사를 할 때, 해맑은 어린 학생들에게 먹물의 가면을 쓰고 우월감 뽐내고 싶을 때나 쓰면 딱 좋은 방법이다.
학자가 사실의 근거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학문적 분석의 글도 아닌 정치적 주장을 대중 매체에 게재하는 행위는 사실상 학문을 더럽히는 행위에 다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느 당의 대변인도 이렇게는 논평을 내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대학의 교수가 쓴 칼럼이라니 얼마나 해괴하고 망측한지 당신이 다시 읽어보라!
국가보안법을 국무총리가 폐지하는가?
차떼기 발언이 지난 후에도 열린우리당은 폐지 법안을 상정하려 노력했고, 추운 겨울날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떨고 있을 때 당신은 어디 있었는가?
시간대를 보면, 차떼기 발언 후 2개월여가 지난 후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고 국회 내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치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당신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 역사를 바꿔 쓰면서까지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고, 이에 더하여 타인의 이념을 규정하고 편가름을 하고 있다.
파쇼 정권이 불도저처럼 자라나고 그 힘을 강고히 하고 있는 시국에 힘으로 따지면 한줌도 안 되는 세력을 그나마 또 진보세력으로 자유주의세력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누가 차기 대권을 겨냥해 지지자 결집에 나섰는가?
2007년의 경선을 준비하려고 2004년부터 지지층 결집을 생각할 정도의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만, 아쉽게도 이 전 총리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국무총리 취임하자마자 자신의 홈페이지부터 없앤 사람이니 말이다.
오늘의 현실은 아프고 후회스럽다.
그러나 당신이 비판에 사용한 ‘차떼기 당’이라는 단어 하나가 어쩌면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꿀지도 모른다. 일반인들이 ‘조중동’이란 단어를 몰랐듯이 말이다.
부지불식간에 대중이 간과하고 있던 불합리와 야만을 이렇게도 간명하게 규정해주는 단어가 또 있을까? 아마도 그 중에 백미가 ‘조중동’이고, ‘차떼기당’일 것이다.
오늘의 현상을 규정하기 위해, 과거의 사실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망각하거나 의도적으로 재단하는 것이 어떻게 학자의 도리이고 일반 상식인지 대답을 듣고 싶은, 정말 피곤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