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아이디 · 비밀번호 찾기 | 회원가입
회원 게시판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청와대 비서관에겐 간디도 우습게 보이나?"
Lucida | 2009-03-04 10:42:08 | 조회 4440 인쇄하기
http://usimin.co.kr/32186     


트위터 페이스북

"청와대 비서관에겐 간디도 우습게 보이나?"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10년 전으로 : "사탕을 먹지 말거라"


 "사탕을 먹지 말거라"

"이 아이의 사탕 먹는 버릇을 아무도 고쳐주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말씀이라면 아이가 들을 겁니다. 사탕 먹지 말라고 아이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아이를 데리고 중년의 간디를 찾아온 어머니가 간절히 부탁했다.

아이의 눈을 그윽이 들여다보며 입을 뗄듯하던 간디가 눈길을 어머니에게 돌리고 말했다. "보름 후에 아이를 다시 데려오세요. 그때 말해 주겠습니다."

"저희는 먼 곳에 살기 때문에 보름씩 여기 머물기도 어렵고 보름 후에 다시 오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말씀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간디는 다시 한 번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고는 또 말했다. "아무래도 보름 후라야 말해줄 수 있겠습니다."

할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돌아갔던 어머니가 보름 후 다시 찾아왔다. 간디는 아이의 눈을 한동안 그윽이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얘야, 사탕을 먹지 말거라."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하고 고마워하며 어머니가 물었다. 왜 그 말씀을 보름 전에는 해주실 수 없었느냐고. 간디가 대답했다. "그때는 저도 사탕을 먹고 있었어요."

간디는 인도의 예속상태가 영국의 욕심보다 인도의 도덕적 무기력에 근본원인을 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제창한 사티야그라하(비협조-불복종)운동은 압제자에 대한 저항에 앞서 인도인의 도덕성 함양 과업에 치중했다.

1931년 영국과의 협상에서도 간디는 인도인의 자치 권한 확대보다 소외계층 대책에만 주력해 민족주의 진영에 실망감을 주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천민층의 참정권 제한 방침에 항의해 옥중단식을 하는 등 인도 내부의 문제를 영국과의 관계보다 늘 앞세웠다.

성실한 도덕적 실천만이 진정한 인도 독립의 길임을 간디는 몸으로 보여주었다. 배타적 권리의 주장보다 인류에게 책임질 줄 아는 능력이 인도 독립의 열쇠라고 한 그의 가르침은 수미일관(首尾一貫)한 그의 실천으로 인해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청문회 증인들에게 호통치고 설교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간디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마치 완전무결한 인간인 듯 증인들을 질타하는 그들이 증인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도덕성을 가졌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사탕 먹지 말라는 한 마디를 위해 스스로 가다듬기를 마지않는, 그런 지도자가 아쉽다. (1997년 4월 11일)


 

◀ 물레가 간디의 상징처럼 온 세상에 통하게 된 까닭이 무엇일까? 왜곡된 산업화로 식민지를 착취하는 구조적 문제를 직시한 통찰력, 그리고 검소하고 근면한 기풍을 통해 인도인 내부의 억압 체제를 극복하려는 도덕적 의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차원 높은 간디의 독립 사상을 방직공업 발전의 걸림돌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인 모양이다. 코끼리의 큰 뜻을 쥐새끼가 어찌 알랴. ⓒ프레시안

 


영국의 인도 정복은 1761년 프랑스의 경쟁을 따돌리고서부터 1858년 이른바 세포이 반란 진압까지 한 세기에 걸쳐 이뤄졌다. 이 정복은 근세 이전의 정복과 다른, 새로운 성격의 정복이었다. 대규모 이주를 위해 땅을 빼앗기 위한 정복도 아니고, 재물을 약탈하기 위한 정복도 아니었다.

이 정복의 기본 성격은 산업혁명에 발맞춰 진행된 경제체제의 확장에 있었으며, 이것이 이후 근대 제국주의의 일반적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피정복 사회를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맹목적으로 파괴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본국 경제에 유리한 형태로 피정복 사회를 개편하는 것이 정복의 목적이었다.

피정복 사회의 개편은 새로 형성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하부구조에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어떤 정복에나 피정복 사회 출신의 협조자(피정복 사회 관점에서는 배반자)가 맡는 역할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런 종류 정복에서는 특히 그 역할이 컸다. 종속적인 산업화라도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식민지 사회의 경제 규모는 성장했고, 그 안에서 정복자에게 협조하는 엘리트 계층이 사회의 상층부를 형성했다. 이 상층부와 기층민 사이의 불평등 관계가 식민지와 본국 사이의 불평등 관계와 맞물려 서로 지탱해주는 구조를 이뤘다.

한국의 식민지 시대를 놓고도 이 상층부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 그 역할이 일본의 식민 통치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몽땅 친일로 몰아붙이는 것은 비현실적 순결주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식민 통치건 민주 정치건 어떤 정치라도 효과적 시행을 위해서는 대다수 인민의 반응 양식을 감안하여 정책 노선을 결정한다. 당연히 예상될 만한 범위의 행동을 놓고 친일이건 항일이건 딱지를 붙이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소수의 행동 중에 밑으로는 저열한 친일 행위가 있었고 위쪽으로는 자기 희생적인 항일 활동이 있었던 것이다.

인도에도 한국에도 적지 않은 독립 운동가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힘으로 싸우러 나선 무장 투쟁가들도 있고 독립의 사상을 키워낸 사상가들도 있었다.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당연히 예상되는 범위를 뛰어넘는 운동을 많은 보통사람들로부터 이끌어냄으로써 독립 사상가들 중 최고의 명망을 세운 인물이다.

독립 사상가로서 간디의 탁월성은 두 가지 방향의 통찰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데 있었다. 한 가지는 식민 통치의 구조적 문제를 꿰뚫어본 사회과학적 통찰력이고, 또 한 가지는 인도인이 독립의 자격을 얻기 위해 추구할 실천의 길을 제시한 도덕적 통찰력이다.

이 결합이 빚어낸 가장 두드러진 강령이 '비폭력'이었다. 식민 지배자들은 물질적 이익을 당근으로 활용했고 폭력을 채찍으로 휘둘렀다. 이에 대항하는 독립 운동가들은 채찍에 맞서면서 당근은 챙기려 했다. 그런데 간디는 채찍을 거부하는 것보다 당근을 거부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저항임을 꿰뚫어보았다. 그래서 산업화의 물질적 혜택을 거부하며 금욕적 자세를 추구하는 그의 노선이 인도 독립 운동의 뼈대가 된 것이다.

간디가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인 1918년 간디에 대해 이렇게 쓴 영국인 교수가 있었다. "쾌락도, 재물도, 안락도, 명예도, 출세도, 어느 것도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 그저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데만 마음을 쏟는 사람을 다루는 것이 권력자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런 사람이 위험하고도 불편한 적이 될 수 있는 것은 권력자가 쉽게 정복할 수 있는 그의 육체가 그의 정신을 옭아매는 미끼 노릇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관 이상목이란 자가 지난 주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그를 '질책'하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 발언 중 간디가 방직공업 확장에 반대한 일을 들먹이며 "(일제 때) 일부 독립운동 지도자가 이런 유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 우리의 근대화가 늦어졌다"는 대목도 있었다고 한다.

식민지 시대의 인도에서나 한국에서나 중요한 과제는 독립과 근대화였다.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은 근대화에 절대적 가치를 두는 관점이다. 그 근대화가 종속적 구조를 가진 것이어서 본국과 식민지 사이, 그리고 식민지의 사회계층 사이에 불평등과 억압이 유발되는 문제는 개의치 않는다. 약육강식의 원리만을, 그것도 아주 좁은 범위에서만 생각할 뿐, 인간의 존엄성이나 민족주의적 가치를 완전히 배제하는 관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간디가 제창한 저항 운동에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간디가 영국인에 대한 저항보다 인도인 내부의 억압체제를 해소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에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인도인을 독립의 자격을 갖춘 도덕적 주체로 키워내기 위해 간디가 이끈 실천운동에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 청와대에 앉아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위 칼럼에 나온 아이의 어머니를 보자. 그는 간디가 자기 아이에게 훈계 베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에 수고를 무릅쓰고 보름 후에 아이를 다시 데려왔다. 우리 국민 중에 그런 훈계 하나를 위해 그런 수고를 무릅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일화는 간디가 전국적 명성을 얻기 전의 일이다.) 그 아이가 버릇을 고쳤다면 그것은 간디의 정성만이 아니라 그 어머니의 정성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김기협(문천) 역사학자

 

     

김기협, 간디, 청와대
덧글쓰기 | 전체글 5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솔향!  

그 어려운 솔선수범을 실천하신 위대한 간디.
간디의 반의 반만 닮은 이들이 국회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해 봅니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이, 정치가가 그립습니다.
어제 금산분리완화법을 날치기 하는 걸 보면서
막장을 향해 치닫는 것이 보입디다.

독립기념관에 가서 난동을 피운 청와대 비서관의
언행은 이 정부의 수준을 보여준 빙산의 일각이겠죠.
저열하고 파렴치한 것들...
09-03-04

두 아들 아빠  

솔향님!
기독교인으로서 간디에게 한 없이 부끄러운 점은 간디가 말한
'기독교인은 예수를 닮지 않으려고 한다.'라는 단 한 마디입니다.
예전에 첨맘님이 이 말을 풀어서 말하셨다가 한국 교회에 치도곤을 당하셨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여기 중계도 유시민님을 닮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왜 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09-03-04

이거 뭐냐?  

중게에 스스로 글 끊겠다고 한 문천의 글을 퍼오는 것도 모자라 왜 떡하니 대문에 걸어놓나?
사무처 상근들, 정말 이딴 식으로 할래?
09-03-04

가람^^*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09-03-04

사랑시  

그러니까 천박하다는 소리가 나오죠.

잘 읽었습니다.
09-03-05

시민광장 일정표 시민광장
31615 [사회민주주의적 기획] ⑤ 자유민주주의라는 게임의 룰, ‘1..   7 루제로스 09-03-05 7 1 847
31614 사회자유주의는 괜찮고 사회민주주의는 나쁘고 진보는 좋고..   29 운유하숙 09-03-05 11 3 1149
31613 비극의시작!   1 무명 09-03-05 1 0 742
31612 후불제 민주주의 단상   8 가람^^* 09-03-05 12 1 4861
31611 또다시 시민팬님께...   9 잡부 09-03-05 5 0 840
31610 전여옥 폭행사건의 정확한 진상파악을 위한 부검 청원   5 정의 09-03-05 0 0 709
31609 ●● 만평 종합 2009. 03. 05 목요일...돌았군!!   3 순수 09-03-05 5 0 702
31608 니미럴리스트님이 정말 부드러워 졌다...   4 거지 09-03-05 2 2 760
31607 면박식민주주의 유시민의 민주주의   2 청주운짱 09-03-05 0 1 904
31606 [펌] 정치하지 마라 / 노무현   7 가람^^* 09-03-04 8 0 8784
31605 2008년4월 대구에서   10 사진감상 09-03-04 6 0 1037
31604 헌법 정신에 걸맞는 국민이라...   25 니미럴리스트 09-03-04 2 0 1018
31603 할머니들 전여옥 허위위증과 공갈자해 고소해야한다   1 정의 09-03-04 3 0 682
31602 조선일보 직원 승차거부했습니다.   31 고랑창 09-03-04 31 1 1338
31601 May Be a Price to Pay.   2 노래듣기 09-03-04 2 0 2790
31600 어이~광리자 양반   3 오르가재미 09-03-04 4 1 785
31599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   36 국사봉 09-03-04 2 3 1377
31598 노공이산님 글을 읽고   10 유학생수학도 09-03-04 18 0 1096
31597 책사냥꾼은 책을 사서 읽고 쓴다   12 해당화 09-03-04 13 1 7303
31596 민주당, 빈껍데기 야당인가   1 두루객 09-03-04 0 0 905
31595 '유빠빠룰라'님이 제작한 <후불제민주주의> 동영상   26 컨텐츠팀 09-03-04 26 0 7082
31594 아빅도 정신못차린 전여옥의원의.........망말~!! 정의 09-03-04 0 0 843
31593 발의   1 놀지말고 09-03-04 1 5 722
31592 유시민책껍닥봐라   7 옛다 09-03-04 0 0 1315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청와대 비서관에겐 간디도 우습게..   5 Lucida 09-03-04 18 2 4441
31590 [후불제민주주의] Yes24 초청강연회 신청!   19 시민광장 09-03-04 15 0 13104
31589 유시민 "무소속으로 총선에 임할 것...."   3 모라구 09-03-04 0 0 2010
31588 유선생의 충남대 인터뷰.. 시민팬 09-03-04 0 10 1000
31587 여기는 시민광장입니다. 껌정닉 분홍닉 타령 좀 하지마세요.   1 지구돈다 09-03-04 6 4 738
31586 [통산 제 200호 글] 2009년에 대한 암울한 전망과 2009년을..   10 루제로스 09-03-04 13 0 5324
31585 ●● 만평 종합 2009. 03. 04 수요일...비난받을 넘들!!   2 순수 09-03-04 4 0 747
31584 회원님중에 불교신자를 위하여 만들어 보았 습니다.   6 복사골새우대 09-03-04 4 0 1082
31583 굶는 이웃 보살피기운동을 제안합니다.   2 격랑 09-03-04 13 0 694
31582 16대 진짜 대통령 이회창이 16대선부정개표 진상규명에 나서..   3 부국단 09-03-04 0 10 719
31581 어이없는 전자개표현장 동영상, 16대통령선거 개표당시에는..   2 전민모 09-03-04 0 10 709
31580 선관위 KBS MBC SBS는 사기개표방송의혹 즉각 해명하라!!! 석종대 09-03-04 0 10 736
31579 <레시앙>이상이교수 의 유시민 비판에 대하여....   1 leecapa 09-03-04 3 0 898
31578 나는 리버럴 리스트 입니다   3 하기야 09-03-04 1 0 831
31577 시민광장에서 활동하시는 위대하신 ㅄ분들께 바치는 상소문   11 과객1인 09-03-04 2 5 924
31576 노무현대통령님이 글을올리셨네요 퍼왔습니다   5 민채아빠 09-03-04 9 0 863
31575 이상한나라 한국!   1 한국인 09-03-04 1 0 580
31574 유시민선생에게는 연대가 아닌 양심이 필요하오   34 시민팬 09-03-04 3 5 990
31573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사봉의 오해   7 울트라진이 09-03-03 3 0 704
31572 후불제 민주주의는 식민사대역사관으로 이어지는가   39 니미럴리스트 09-03-03 3 6 1041
31571 사이버공간쉼터ㅡ시민광장   7 무명 09-03-03 8 0 728
31570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유시민의 오해   8 국사봉 09-03-03 0 3 809
31569 ▶◀ 시일야 방성대곡 : 근조 독립은행   3 새벽21 09-03-03 8 0 1459
31568 스나이퍼 선생의 개인주의가 놓치는 것들.   17 시민팬 09-03-03 3 1 1050
31567 또 확인된 박근혜의 위력   1 .... 09-03-03 0 0 657
31566 아고라로 펌질 했어요~ 첨맘님 인터뷰 내용..   2 펌질 09-03-03 5 0 730
31565 어이 시민팬, 기본도 모르는주제에 잘난체하기는   18 심사랑 09-03-03 2 3 884
31564 차기 대통령 당선자   1 미리보기 09-03-03 0 0 621
31563 민주당에 희망이 있는가?   4 준마 09-03-03 18 1 738
31562 대리운전기사의 일기...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   22 오도리 햇반 09-03-03 24 1 1229
31561 [대망의 개인통산 200호 글 달성 D-1] 드디어, 내일이면 저의..   9 루제로스 09-03-03 7 0 700
31560 "신해철 결국 장사 위한 연출이었나" 기번 09-03-03 1 0 678
751752753754755756757758759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