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이 몸살을 앓다가 어느 순간 공부하는 토론 게시판으로 전환이 되었다. 그 덕분에 나도 상복 입었던 닉네임에 색깔을 입히고 다시 설쳐보려고 한다.
회원들이 좀 더 냉정해지고 진정이 되면서 서로 자중한 덕분도 있을 것이며, 대논객이라 불리우는 스나이퍼님이 게시판에 '화두'를 던지고, 그런 먹잇감을 눈빠지게 기다리던 몇 분이 받아치면서 게시판 분위기가 삽시에 달아오른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솔직히 시민광장엔 조금은 낯설다. 시민광장이 '정치웹진'을 추구하고 있고, 이 게시판도 명색이 <시민토론방>이지만 토론다운 토론이 꾸준히 이어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가볍게 참여하는 '팬카페'였을 뿐이고, 게시판 역시 '동호회 게시판' 수준이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게시판 수준과 문화에 회의감을 가지고, 제대로된 토론 게시판을 갈구하던 회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있었지만 의지가 약했던 건지 능력이 모자랐던 건지 아무튼 토론이 사라진 중게가 되었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지역광장에 안주하고 참여광장으로 숨어들곤 했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상이었다.
이런 와중에 모처럼 불어온 토론 바람은 항상 몇 % 부족함에 목말라하던 회원들의 잠을 깨웠고, 표현할 수 없는 희열조차 느끼게 했으며(적어도 내 경우엔 희열감까지 느꼈음), 함께 토론에 끼어들 능력이 못되어도 좋은 글을 읽는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에 젖는 회원들까지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이 시민광장 토론방이 대논객들이 생각하는만큼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토론다운 토론을 꾸준히 해본 적이 없으니 토론자조차 올바른(혹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토론 방식과 토론 자세(마음가짐)를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자기 주장만 열심히 하진 않았는지, 남은 잘못 알고 있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이라는 식으로 접근하진 않았는지, 반론을 그저 주장에 대한 반대 혹은 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에 대한 도전'으로 느끼진 않았는지 등등. 그런 점이 일부에서 보여 지켜보는 눈팅들은 때로 불편할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위에 지적한 연유 때문인지 토론자들은 반론이 나오면 즉각 재반론을 하고, 또 다른 논객이 의견을 표출하는 등, 띵가띵가 놀고 있던 눈팅들에게 글을 읽을 틈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글 저 글을 읽고 생각도 해보고 나름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야 댓글 한 줄이라도 달을 것인데, 글 읽기에도 벅차니 어떻게 공부 잘하고 있다는 표시를 할 수 있었을까? 특히나 우리들은 공부를 업으로 하는 학생들도 아닌데, 일하면서 짬짬이 나는 시간에 시민광장에 오는 것이고, 지역광장, 참여광장 활동을 하면서 중게에서 읽을 거리를 찾는 사람들인데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글, 게다가 긴 글들을 다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니 앞에서 토론을 이끌고 있는 분들은 답답함이 느껴질만도 할 것이다. 반론하는 사람과만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을지 모르겠고, 그러다 보니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은, 토론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글을 올리는 수고를 하는 것보다는 눈팅들에게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본인들도 시민광장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여 생업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꾸준히 지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스나이퍼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게시판을 토론 분위기로 달궈주신 일등공신이니까. 그런데 겨우 일주일만에 떠나신다니 무지 아쉽기도 하고 서운해지려고 한다. 본인이 1/N 주장하는 것 싫다고 하셨다. 내가 보기엔 스나이퍼님은 1/N이 아니다. 수많은 눈팅들을 이끌어가는 존재이다. 그리고 보답(?)으로 '논객'이라는 칭호를 듣는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책임감도 부여된 존재라는 것이다.
<공부는 할 때 집중적으로 하는게 좋습니다. 물론 꾸준히 하는게 최고이구요.>(2/19 15:37)
한 줄 떼어와 이렇게 따지듯 하는게 싫지만 어쩔 수 없다. 어제 이렇게 글 쓴 분이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그 동안 잘 놀았다고 간다고 하니, 처음엔 '그래 니 자유지'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은근히 화가 나고 배신감 비슷한 것이 느껴지려 한다. "당신글 따라 다니던 수많은 눈팅들은 그 눈을 둘 데 없어 또 길을 잃게 생겼는데 무책임하게 간다고? "
선생님이라면 공부하는 학생 수준이 초딩인지, 중딩인지, 고딩인지, 대딩인지 파악해서 진도를 나가야 하고, 같이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면 상대의 관심사나 지식의 깊이 정도를 파악하여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 아닌가? 공부 안하고 진도 못따라 오고 이해를 못한다고 야단만 치고 간다면 우린 어쩌라고? 졸지에 바보 되어서 멍~만 때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시민광장이 모처럼 토론 광장이 되어 행복하고 기쁨에 들떠 있던 회원들에게 찬물 뿌린 거 거두시고 오래도록 꾸준히 공부하면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 
p.s.
참, 내가 이런 글을 쓰다니 내가 놀라겠다. 사람은 이렇게 자꾸 변하는 존재인가? 그래, 변해야 한다, 단 좋은 쪽으로!
난 예전에 서프 안간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해대곤 했었다.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가 무슨 자랑이냐는 소리도 들었었지. 서프에서의 '논객 추종' 현상 같은 것이 내겐 참 거부감이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눈팅들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논객에게 판단을 맡기는 듯 느껴지는 것이 이상했었다.
'추종'이 아니라 '공감'을 이뤄가는 거라 생각해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