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아이디 · 비밀번호 찾기 | 회원가입
회원 게시판
(펌)미국 금융위기와 자본주의의 미래-이정우교수
aha | 2009-02-20 12:16:21 | 조회 2344 인쇄하기
http://usimin.co.kr/31885     


트위터 페이스북
 

                미국 금융위기와 자본주의의 미래


                                                    이정우(경북대, 경제학)





 

                 <목차>

 

 Ⅰ. 머리말

 Ⅱ. 금융위기의 발발과 전개

   1. 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

   2. 금융대량살상무기 CDS의 등장

 Ⅲ. 금융위기를 가져온 미국자본주의의 특질

   1. 자본주의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경향

   2. 미국 금융의 증권화(Securitization) 경향

   3. 시장만능주의의 발호

   4. 미국경제의 양극화 경향

 Ⅳ. 미국의 양당정치와 경제

   1. ‘광란의 1920년대’가 주는 교훈

   2.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제성적 비교

 Ⅴ. 미국 자본주의는 어디로?

 Ⅵ. 맺음말

 




Ⅰ. 머리말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끝없이 진행중이다. 루비니 같은 용감한 경제학자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제학자도 자신 있게 그 끝이 어디일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수렁은 넓고도 깊게 패였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가을은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한 세대 동안 금융에서 손을 떼고 수수방관하던 정부가 이제는 은행체제와 시장을 구원하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유시장, 자유기업, 민영화의 아성인 미국과 영국에서 금융기관들은 다급하게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국가에 의한 부분적 소유조차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나라에 따라서는 이미 부분적 국유화가 나타나고 있고, 그밖에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 감독 강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탈규제와 자유방임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에서 나타난 금융위기의 진행을 살펴본 뒤, 그것을 가져온 미국 자본주의 모델의 몇 가지 특징을 검토하고자 한다. 지난 30년 동안의 자본주의의 금융화 현상, 또 금융에서 나타난 증권화 현상을 검토하고 규제완화를 향해서 치달아온 지나친 시장만능주의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일단 나타난 금융위기는 필연적으로 실물 부문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여기서 미국 경제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구매력의 부활을 가로막고, 불황을 더 깊게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아주 비슷한 현상을 미국의 ‘광란의 1920년대’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제정책이 가져온 결과의 차이에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복마전과 같이 얽히고 얽힌 현대 금융문제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다만 우리는 미국의 자본주의가 앞으로 취해야 할 큰 방향에 대해서 약간의 검토는 필요하다고 본다. 대체로 미국이 취해온 극단적 시장만능주의는 그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이상 오직 한 가지 공약, 즉 ‘변화’를 약속하고 집권한 오바마 정권에서는 어느 정도 거리 두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미국 자본주의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체질이 다른 유럽형의 조정된 시장경제 혹은 더 나아가서 북구형 사민주의 모델로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는 참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다.



Ⅱ. 금융위기의 발발과 전개


1. 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


  프랑스의 사상가 알렉시스 더 톡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1835년 신생국 미국을 둘러본 뒤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라는 탁월한 여행기를 남겼다. 그는 조국 프랑스에 불만을 품고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서 신생국 미국을 여행하였는데, 프랑스에서 볼 수 없었던 많은 좋은 면을 미국에서 발견하고, 프랑스와 미국을 대비하면서 이 책을 썼다. 이 책의 한 대목에 이런 말이 나온다. “미국은 부동산 분배의 공평성 면에서 독보적인 나라인데, 한 나라의 개인 부동산이 많아지고 골고루 분배되며, 부동산 소유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혁명이 일어날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 톡크빌의 동조자들이 나타났다. 2002년 6월,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소수민족 등의 주택 소유비율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주택구입 촉진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부동산과 주택담보대출 업계에 협력을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부시 대통령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계약금 구상’을 밝혔다. 이것은 약 4만명의 저소득자에 대해 주택을 취득할 때의 계약금을 정부가 보조한다는 정책이었다(Henderson, 2008, pp. 52-53).

  다시 부시 대통령은 2004년 10월 재선을 향한 선거운동에서 톡크빌을 연상시키는 연설을 했다. “미국의 가족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때마다 미국은 더 강한 나라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의 아이디어다. 대통령이 연거푸 내집 마련을 강조하자 기다렸다는 듯 각종 정책적 지원이 뒤따랐다. 사람들에게 보증금 없이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는가 하면, 2년 동안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주기도 하고, 차입자의 구두 답변만 듣고 아무 증빙서류도 없이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바탕으로 각종 채권과 섞은 뒤 이리 저리 쪼개서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따라서 그 진정한 가치가 얼마인지를 심지어 대출자조차 모르는 금융파생상품도 나타났다.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데다가 금리가 낮으니 중산층, 서민들이 내집 마련 대열에 대거 동참하였다. 미국 연방은행은 2001년에 정보산업 거품의 붕괴와 9.11 테러 이후 미국경제의 불황을 우려해서 금리를 13회나 인하하였다. 2001년 6.5%이던 기준금리가 2006년에는 1%대로 하락하였다. 한편 수요 측면을 보면 엄청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는 중국, 한국 등 신흥국(Emerging Countries)이 무역흑자로 쌓은 달러를 처분하기 위해 미국의 국공채 시장에 등장해서 확실한 수요를 뒷받침해주는 바람에 저금리가 지속될 수 있었다.

  중산층, 서민들이 내집 마련에 대거 나서면서 미국의 자가소유 비율은 1995년 64%에서 2005년에는 69%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무리는 무리를 낳는 법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이란 반갑지 않은 손님이 따라 왔고, 그것이 바로 현재 진행중인 금융위기의 震源이다. 현재 220만이 넘는 미국 서민, 중산층 가구가 집을 압류당하고 길거리에 나앉을 위험에 빠졌다. 많은 금융기관이 파산하고 서민들이 집을 잃었지만 아직 위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주택가격은 피크에 비교해서 20%나 하락했는데, 앞으로 적어도 10%는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소유자 사회’에 보다 접근했지만 부시가 희망했던 더 강한 나라는커녕 더 약한 나라가 돼버렸고, 오히려 거대한 금융위기를 일으켜 세계경제를 나락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영국도 비슷하다. 과거 대처총리가 ‘부동산 소유 민주주의’를 강조하였고,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이에 적극 호응해서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런던 금융가가 돈을 투입해서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부동산 가격이 최근 13% 하락하고도 계속 하락중이다. 영국의 금융위기는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도 있다. 런던 금융가에서 일하는 35만명 중 올해 4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의 GDP 중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간 7%에서 10%로 증가하였고, 2007년 법인세 세수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높은 25%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한 부문이 금융이지만 역시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사상누각이 무너지는 과정에 있다. 금융가의 엄청난 고액연봉과 보너스에 영국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오래 전 톡크빌의 지극히 온당한 말이 21세기 미국, 영국에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현실은 너무나 역설적이다.


                        <표 1> 미국 모기지 발행과 증권화

                                                               (단위: 10억달러, %)

 

 

 

총모기지

발행

서브프라임

발행액

서브프라임 

발행액 비중

서브프라임

MBS 발행액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화율

2001

2,215

190

8.6

95

50.4

2002

2,885

231

8.0

121

52.7

2003

3,945

335

8.5

202

60.5

2004

2,920

540

18.5

401

74.3

2005

3,120

625

20.0

507

81.2

2006

2,980

600

20.1

483

80.5

자료: Inside Mortgage Finance, Mortgage Market Statistical Annual (Joint Economic Committee, October 2007) 조복현(2008)에서 재인용



  <표 1>에서 보듯이 이번에 문제의 발단이 된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은 2001년 이후 발행액이 급증했다. 2001년에는 1,900억 달러로 전체 모기지 발행액의 8.6%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에는 6,000억 달러에 이르러 전체 모기지 발행액의 20.1%를 차지하게 되었다. 더욱이 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다시 다른 채권들과 혼합해서 다양한 신종 파생상품으로 둔갑해서 주택저당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 MBS)이나 담보부채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CDO)으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갔다. <표 1>을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택저당증권은 2001년 950억 달러에서 2006년에는 4,830억 달러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행액의 80%가 증권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조복현, 2008).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거품 발생 과정에서 여러 관련 경제주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투기적 금융자본, 헤지 펀드, 은행, 보험회사, 신용평가회사, 규제 당국, 주택구입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체들이 불투명, 거짓,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다(장상환, 2008). 주택거품이 팽창하는 동안 모기지 대출가구는 자신의 정보를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고 대출을 받았고, 모기지 융자은행은 수수료를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대출을 확대했다. 주택건축업자와 개발업자들은 고객이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주택거품 기간 중에 많은 저소득층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주택 보유자 증가에 따라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하였고, 빈곤층은 차입이 점점 더 곤란해졌다. 그들은 좀 더 느슨한 대출 조건을 요구했고, 증권화를 통해서 계속 대출은 증가했다. 저금리의 매력에 끌려 집을 산 저소득층은 나중에 금리가 오르자 추가 부담에 시달렸고, 소득의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담보대출로 마련한 주택의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모기지 대출을 짊어지게 되었고, 주택 거품 붕괴 이후에는 다수가 주택을 압류당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나아가서는 미국과 전세계에 금융위기를 불러오게 되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으로 세계로부터 비난받고 있지만 몇 년 전에만 해도 자가 보유자 증가는 좋은 징조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세상 일이란 참 알 수가 없다.


2. 금융대량살상무기 CDS의 등장


  1980년대 인플레가 해결된 뒤에 자산(재산, 채권, 주식)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자산 거래와 자산담보부 대출이 큰 이익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금융산업은 날로 번창하였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5.2%에서 2007년 23.5%로 성장하였다. 은행은 대형화, 다변화하고, 위험을 분산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특히 시카고에서 옵션 거래가 발달했다. Fischer Black과 Myron Scholes는 옵션 가결결정이론을 개발하여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本山, 2008 참조). Black-Scholes 공식에 의하면 옵션의 가치는 자산의 변동성에 달려 있다. 가격 변동이 심할수록 옵션을 행사할 확률이 높아진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변동성을 계산하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 그러나 아주 역설적인 것은 노벨상을 받은 바로 다음 해에 Myron Sholes와 Robert Merton이 주도하던 Long Term Capital Management가 부도가 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문제가 된 금융파생상품 중 최고의 단계가 스왑 거래이고, 그 중에서도 최후의 결정적 작품이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CDS)이다. 통화 스왑에서 시작해서 얼마 안 되어 곧 금리 스왑이 개발되었고, 스왑의 마지막 단계로 도달한 곳이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CDS)이다. 이것은 금리 변동의 위험과 부도 위험을 분리한 것으로서 보험료를 내면 부도 위험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이하 CDS 설명은 Nesweek 2008. 10. 8 참조).

  CDS라는 괴물은 1994년 JP모건 은행의 발명품이다. 원래 은행은 대출금을 못 받을 경우를 대비해서 법에 따라 준비금을 비축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보호장치를 도입해서 대출금을 못 받는 사태에 대비하면서 준비금을 안 쌓는 방법이 없을까를 모색하던 머리 좋은 사람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일종의 보험을 발명한 것이다. 채권 부실화의 위험을 제3자에 넘기고, 그 대가로 보험료처럼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JP모건의 회계장부에서 위험을 들어내고 거액의 준비금을 수익성 높은 데 투자할 수 있다. 이것은 과거부터 있던 금리나 원자재 가격의 변동에 대비한 헤지 시장에서 사용하던 기법을 약간 응용한 것이다. JP모건은 1990년대 중반에 스왑 부서를 신설하고, MIT와 캐임브리지 출신 수학자, 과학자들을 채용해서 새 모델 개발에 착수하였다. 얼마 안 가서 CDS는 위험을 회피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보장해주는 인기 있는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JP모건은  1997년에 포드, 월마트, IBM 등에 대출해준 97억 달러 상당의 융자 300건을 모아 여러 조각(tranches)으로 쪼개서 위험을 분산시켰다. 그 중에서 가장 위험도가 높은 10%의 조각을 모아서 BISTRO(Broad Index Securitized Trust Offering)라고 이름 붙여 투자자에게 상품을 팔았다. 이것은 MIT 출신 25세의 테리 듀혼의 작품이었다. 곧 CDS는 중남미, 러시아 같은 신흥시장에서 매력 있는 투자상품으로 각광 받고, 엔론, 월드컴 같은 대기업의 도산에 대비한 보호장치로도 환영 받았다.

  CDS는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했다. CDS의 규모는 2000년에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고, 2004년에는 6.4조 달러였다. 그러다가 주택시장 호황이 찾아와 CDS는 호랑이가 날개를 단 꼴이 되었다. 미 연방은행이 계속 금리를 인하하자 너도 나도 주택 구입에 나서면서 모기지 담보증권이 인기 투자대상이 되었다. 금융기관이 모기지를 모아 쪼개고 썰어서 채권을 만들면 투자은행, 상업은행, 헤지펀드, 연금기금 등이 사갔다. 부실 우려가 있긴 했지만 CDS를 장치했으므로 충분히 위험을 대비한 것으로 간주되어 인기상품이 되었던 것이다. 2007년에는 물경 62조 달러에 달했다. 올해 1/4분기에는 55조 달러로 축소했고, 최근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규모가 축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세계총생산에 맞먹는 엄청난 규모다.

  문제가 터진 것은 올해 세계 최대 보험회사 AIG가 보유하던 CDS 4,400억 달러 중에서 투자은행, 보험회사 등과 계약한 140억 달러에 대한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면서부터다. CDS 시장에 전통적인 보험방식을 적용한 것이 치명적 실수였다. 전통적 보험에서는 위험 발생이 서로 독립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CDS는 한 군데에서 부도가 발생하면 상호작용을 통해서 눈덩이처럼 커지는 성격이 있으므로 보험으로 적합치 않다. 리먼 브라더즈는 7천억 달러가 넘는 스와프 계약을 맺으면서 상당수를 AIG에 보험으로 들었다. AIG가 손실을 감당 못하게 되자 부실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정부는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즈는 파산하도록 방치하면서도 보험회사인 AIG에는 긴급 구제금융을 발표했다. AIG는 다우 존스에 포함되기 때문에 다우 존수 주가지수도 폭락했다.

  문제는 CDS가 워낙 얽히고 섞여서 아무도 정확한 규모나 범위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크기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어디에 어느 정도 있는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 CDS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이 방대한 규모의 CDS 전체가 문제가 아니고, 채권, 채무가 상쇄되면 총액의 3%에 해당하는 1.6조 달러 정도의 CDS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Economist, Oct. 18, Nov. 8, 2008).

 선물, 옵션, 스왑은 모두 같은 특징을 갖는다. 즉 “너, 비록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나중에는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처럼 초기에는 소액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거액으로 확대된다. 선물계약은 소액만 예치하고도 구매가 가능하다. 옵션, 스왑도 하나하나의 순부담은 작으나 총계는 거대하다. 따라서 금융 감독당국에서도 기업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당국은 시장의 기반 조성에만 주력하게 되고, 겨우 할 수 있는 것이 거래를 명확히 기록하게 하고, 중앙결제소 같은 것을 만들어 거기서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요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과거에 이미 비슷한 일이 일어난 적이 있다. 1987년 주식시장 붕괴로 가격이 크게 요동칠 때, 선물시장 가격과 주식시장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가격의 폭락을 가져왔던 적이 있다. 그런데도 알란 그린스팬은 1987년에서 2006년까지 연방준비은행 의장으로 있으면서 CDS를 적극 옹호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성장을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 “고부채 채무자의 위험을 이전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경제안정을 위해 긴요하다.” 그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 나와서는 “CDS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좀 더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지금 CDS는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워렌 버핏은 일찍이 CDS의 위험을 간파하고 2002년에 이미 “금융대량살상무기”라고 이름붙인 바 있으니 과연 명불허전,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이란 그의 별명이 그냥 붙여진 게 아님을 알 만하다. 



Ⅲ. 금융위기를 가져온 미국자본주의의 특질



  이번에 미증유의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발생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였다. 그것을 주요한 몇 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자본주의의 금융화 경향, 증권화 경향, 그리고 시장만능주의의 발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된 금융위기가 실물 부문으로 옮겨가서 전반적 불황이 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황을 깊이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서 미국경제의 양극화와 그로 인한 구매력의 제한을 들 수 있다. 아래에서 이들을 하나씩 보기로 하자.


1. 자본주의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경향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0년간 급속히 증대해 왔다. 그 선두주자는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의 금융업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의 5%에서 2007년의 24%로 급상승하였다. 금융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영국은 10%, 미국은 20%에 달한다. <그림 1>은 영국, 미국, 독일, 일본에서 GDP 중에서 차지하는 금융의 비중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난 30여년간 네 나라가 비슷한 추세를 보이면서 15% 수준에서 30% 수준으로 배증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미국이 가장 앞서고 일본이 가장 뒤떨어지는데, 그 차이는 예상만큼 크지는 않다.

  이 그림은 금융업에다가 부동산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순수 금융업은 아니고 따라서 일본의 금융 비중도 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만약 순수 금융업만을 자료를 찾는다면 이들 나라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단연코 금융의 선진국으로서 만국의 부러움의 대상이던 미국과 영국이 이번에 가장 심각한 금융위기에 시달리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림 1> 각국 GDP 대비 금융업의 부가가치 비중

자료: OECD, Factbook, 2008



  그 반면에 있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2009년 1월 이탈리아에서는 G8 수반이 모여 금융위기 대처방안 논의할 예정인데, 이탈리아 재무장관 Giulio Tremonti는 현 국제금융질서를 급진적으로 개혁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서 G8을 확대하고, IMF와 세계은행의 역할을 재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Tremonti는 “헤지 펀드는 완전히 미쳤고, 자본주의와 관련도 없으므로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은행은 유럽에서 가장 건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왜냐하면, Tremonti 재무장관이 의회에 보고하기를, 이탈리아의 은행들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덜 발달되고 덜 세련되었기 때문”(Economist, Oct 18, 2008)이라고 하니 人間萬事는 塞翁之馬라는 말이 옳을 때가 많은가 보다.


2. 미국 금융의 증권화(Securitization) 경향


  이번 위기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것이 금융에서의 증권화(securitization) 현상이다. 이것은 1970년대에 탄생하였는데, 채무를 여러 개로 쪼개어 외부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데서 시작했다. 최초의 큰 시장은 미국의 주택모기지 시장이었다. 주택소유자가 매달 모기지를 납부하면 서비스 대행업체에서 이것을 거두어 투자자들에게 채권으로 팔고, 이자가 지불되었다. 이런 거래 역시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장려되었고, 시장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이익을 보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은행은 자신의 대출을 대차대조표에 올리지 않고 수수료 챙기고,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대출할 때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이점이 있었다. 투자자에게는 정부채권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해주었다.

  증권화는 급성장했다. ABS(Asset-Backed Securities) 규모는 1995년에만 해도 5억 달러 이하였는데, 최근에는 25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내용도 훨씬 복잡해졌다. 담보부 부채(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CDO)는 각종 채권을 묶어서 다양한 투자자의 입맛에 맞게 새로 여러 조각을 내서 판매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채권의 내용이 불투명해서 끝없는 위기를 불러온다는 사실이다. 증권화 덕분에 은행들은 이제 소규모 예금 유치에 주력할 필요가 없어졌고, 증권화를 통해서 주식시장에서 바로 자금조달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중간에 Baring Brothers 등에서 사고 발생했으나 체계적 결함이 아니라 단순한 관리 소홀, 혹은 사기로 인한 개별적 사고로 치부되었다. 1980년대 말에 일어났던 미국 저축대부조합(Savings & Loans Associations)의 부실도 규제완화로 인한 실패였는데, 이것조차 확장적 금융정책으로 인한 일시적 탈선 정도로 간주되고 지나갔다.

  바젤 협약(Basel accord)는 은행들이 장기 채권(기업 대출)과 단기 채무(소비자와 투자자 예금) 사이의 불일치와 항상 존재하는 예금인출사태(bank run)의 위험에 대해서 최소한의 자기자본을 확충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은행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조차 비용이 들므로 은행은 몇 가지 비용절감 방안을 찾아냈다. 즉, 증권화를 통해서 비용절감을 시도하거나, 둘째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이용하거나, 셋째, AIG 같은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내고 신용부도스왑(CDS)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계의 사정이 좋은 태평성대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막상 금융시장이 붕괴하자 이들 자산이 대차대조표에 되돌아와 부채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재 금융위기의 주요 특징이다.

  지난 20년간 금융기관의 DNA가 위험한 돌연변이를 계속해왔다. 매번 용감한 혁신자들이 더 높은 레버리지와 더 많은 위험을 주장할 때마다 무모해보였지만 결국 용감한 사람이 옳은 것으로 판정되고, 더 높은 보수를 받아챙겼다. 그 반면 보수적으로 안전한 금융운용을 주장하는 임원은 항상 실패하고, 승진도 못하고 보수도 낮아졌다(Nesweek 2008. 10. 22).

  증권화의 진행과 더불어 미국의 가계부채는 급증하였다. 가계부채는 1974년 6,800억 달러에서 현재는 14조 달러로서 거의 미국 GDP에 맞먹는 규모다. 특히 가계부채는 지난 7년간 두 배로 급증하였다. 미국 가계는 평균 신용카드를 13개 소유하고 있으며, 지출금액의 40%를 돈을 빌려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1970년에는 불과 6%가 신용카드 부채였던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미국에서 큰 채무자는 정부다. 1980년 레이건 집권 이래 공화당 대통령들은 부자들에게 감세의 선심을 쓰는 바람에 대규모의 재정적자를 만들어왔다. 최근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무려 5천억 달러에 달해서 유럽에서 정한 적정 재정적자 기준인 국민소득 대비 3%를 초과하고 있다. 장기간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1990년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조 달러에 이르더니, 2000년에는 5조 7500억 달러에 도달했고, 지금은 물경 10조 2천억 달러로서 드디어 14자리 숫자에 도달하였다. 뉴욕 타임즈 스퀘어에 있는 국가부채를 표시하는 전광 시계판이 13자리 밖에 없어서 고장이 나는 바람에 내년에 새 시계를 설치한다고 한다.


3. 시장만능주의의 발호


  케인즈경제학은 1970년대 석유위기로 인해 발생한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이 드러나면서 40년 만에 위세가 꺾였다. 경제학의 큰 물줄기가 이동하였다. 1980년대부터는 케인즈경제학의 대척점에 서있던 시카고 대학의 시장만능주의 경제학이 호령하는 시대가 되었다.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은 레이건과 대처에 의해 채택되었다. 자유시장은 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칭송받고, 보수파의 명분을 살려주고, 좌파의 공격으로부터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수호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시장이야 물론 경제운용에서 불가결한 제도지만 매사를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경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시장근본주의(market fundamentalism)가 영국, 미국의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은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통화정책에서 종래 중심 변수이던 금리를 조작하는 정책이 퇴색하고, 통화량을 중시하는 통화주의가 전면에 부상하였다. 주택시장에도 이런 경제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종래의 공공주택, 임대주택 대신 개인의 내집 마련을 위한 각종 주택담보 제도가 발달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자가 소유자가 증가하였다. 외환시장에서도 유럽 각국은 투기적 외환 이동을 우려하여 European Monetary System을 제창하였다. 그러나 사실 변동환율제 하에서는 자본통제 자체가 불필요하므로 레이건과 대처는 자본통제를 폐지하였다. 보험회사, 연금 등의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이동 가능해졌고, 따라서 달러와 파운드의 가치가 상승하여 수출에 타격을 주었다. 이것이 1980년대 초의 불경기를 가져왔다. 미국경제의 어려움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의 팔을 비틀어 옌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임으로써 일단 해결되었고, 1990년대 미국은 유례없는 호황에 접어들었다. 때마침 발달한 정보통신산업이 더욱 날개를 달아주어 1990년대 미국은 소위 ‘신경제’(the New Economy)의 붐을 구가하였다.

  공화당은 개인간 경쟁과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철학에 따라 원래부터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에 적극적이다. 그 점에서는 1920년대부터 최근까지 일관성이 있다. 민주당은 시대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 민주당이라고 해서 금융 규제완화에 항상 반대한 것은 결코 아니다. 클린턴 밑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은 원래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회장 출신으로서 월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각종 규제완화에 적극 나섰다. 그의 후임 Lawrence Summers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원래 투자은행은 자문 수수료 등으로 살아가는 영세한 산업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거물로 변했다. 이들은 자본 필요성 때문에 초기의 합자회사 형태를 포기하고 대형화했다.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상업은행과의 제휴 등을 통해서 대형화에 성공하였다. 투자은행들은 문어발 식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더욱 승승장구하여 금융시장에서 전통적 상업은행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1999년 폐지되었다. 이 법은 원래 대공황 때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기 위해 도입했던 법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는 2004년에 들어와서 투자은행의 레버리지 비율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였다. 그 결과 단시간 안에 투자은행의 레버리지 비율은 급상승하여, 그 전에 10 - 12 수준에서 30 - 40으로 올라갔다. 여기에 장외거래까지 포함하면 레버리지 비율이 70 - 80에 이른다는 지적도 나온다(한광호, Newsweek, 한국판 2008. 10. 22 인터뷰에서).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본시장이 자유화되어 가는 현상은 아시아의 높은 저축이 뒷받침해주었다. 각국에서 금융센터가 세수증대에 도움이 되므로 그 나라 정부도 금융산업을 열심히 감독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 영국의 양대 정당은 금융산업에게서 큰 정치헌금을 받기 때문에 그다지 열심히 규제, 감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 정부가 규제하려는 마음을 먹더라도 은행과 투자자들은 항상 규제자보다 한 걸음 발 빠르게 움직인다. 1980년대 이후 케인즈주의가 각국에서 퇴조하고, 시카고학파의 시장만능주의가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면서 규제완화의 요구는 감히 맞서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해졌다. 지나친 규제완화와 시장에 대한 맹신이 결국 이번의 화를 불러들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4. 미국경제의 양극화 경향


  지난 4반세기 동안 미국은 소득 및 부의 양극화 추세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그 악화 정도가 워낙 심해서 미국은 단시간에 선진국에서도 가장 높은 소득 및 부의 불평등을 보이고 있어서 혹자는 ‘두 개의 미국’(the Two Americas)을 논할 정도다. 분배의 악화 자체는 금융위기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심각한 소득불평등으로 인해 광범위한 중산층, 서민들의 구매력이 제한되므로 일단 시작된 경제위기가 더 오래 가고, 불황의 골이 더 깊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것이 미국의 불황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표 2> 미국 가계 소득분배의 변화

가계 소득

최하 5분위

둘째 5분위

셋째 5분위

넷째 5분위

최고 5분위

최고 5%

세전소득 변화(1949-79)

 +116%

 +100%

 +111%

 +114%

 +99%

 +86%

세전소득 변화

(1979-2003)

 + 3.5%

 +9.1%

 +12.6%

 +21.5%

 +45.7%

 +68.0%

세후소득 변화

(1979-2000)

 + 9%

 + 13%

 +15%

 +24%

 + 68%

 +201%*

자료: Frank, 2007, chap 2

주: *표 있는 세후소득의 최고집단은 최고 5%가 아니고, 최고 1%임.



  <표 2>에는 미국의 前後 소득분배의 변화가 요약되어 있다. 가계의 稅前所得으로 볼 때, 1949년에서 1979년까지 30년간 미국의 가계는 빈부에 관계없이 거의 비슷한 속도로 소득이 증가하였다. 그리하여 30년 동안 미국의 소득분배는 변동이 없었다. 또한 전체적으로 소득의 증가 속도도 빨라서 대부분의 가계가 30년 동안 소득의 倍增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1979년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전반적으로 소득 성장이 아주 저조하다. 중위소득은 24년 동안 겨우 12.6%의 증가에 그쳐서 그 전의 30년과 아주 대조적이다.

  소득분배도 크게 달라졌다. 최하 5분위의 세전소득은 24년 동안 겨우 3.5% 증가에 그친 반면, 상위로 갈수록 증가 속도는 빨라서 소득분배가 현저히 악화했다. MIT의 경제학자 Frank Levy와 Peter Temin의 추정에 의하면 1980-2005년 기간에 미국의 稅前 실질소득 증가분의 4/5는 최고 1%에게 귀속되었다고 하니 너무나 충격적이다(Bartels, 2008, p. 13). 이런 증거를 종합해 볼 때, 2차대전 후 미국에서 1980년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후기는 확실히 저성장, 양극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또 하나 이 표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레이건, 부시 부자의 감세정책의 효과다. 최고 부자들에 대한 소득세 감세정책의 결과 맨 아래 줄에 있는 최고 1%의 세후소득 증가 속도(201%)는 그 윗줄에 있는 최고 5%의 세전소득 증가 속도(68%)의 3배에 달한다. 레이건, 부시의 감세정책의 혜택이 최고 부자 1%에게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왜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소득분배가 이렇게 양극화가 심해졌을까? 지금까지 미국 경제학계에서 제시된 양극화의 원인으로는 첫째, 기술진보의 성격, 정보격차(digital divide) 등 기술적 요인을 강조하는 가설, 둘째로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 해외 이민의 증가 등 세계화 요인을 강조하는 가설, 셋째로 노조 약화 및 낮은 최저임금 등 제도적 요인을 강조하는 가설의 셋으로 압축된다(拙稿, 2008). 지금까지 논의의 결과는 기술혁신, 특히 정보화, 지식기반사회의 도래가 양극화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며, 세계화, 제도적 요인도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Gordon and Drew-Becker, 2008). 

  이 논의와 관련하여 흥미 있는 사실은 제도적, 정치적 요소를 강조하는 연구가 나오고 있는 점이다(Krugman, 2007: Bartels, 2008). 종전의 연구에서는 제도적, 정책적 요인은 다른 두 가지 요인에 비해 덜 중요하고, 기껏해야 아주 약소한 중요성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이를 뒤집어 정치와 제도가 소득분배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연구결과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Paul Krugman은 미국에서 공화당의 철학이나 강령은 1950 - 60년대 아이젠하워나 닉슨이 집권할 때까지는 민주당과 별로 차이가 없었는데, 1980년대 레이건 이후에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본다. 실제로 1960년대에는 양당 사이에 교차투표(cross-voting) 현상도 많았다. 예컨대 민주당의 존슨 대통령이 추진한 의료보호제도에 대해서는 의외로 민주당 내에서 반란표가 많았던 반면 공화당 쪽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강경보수를 대변하는 소위 네오콘들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공화당의 철학, 체질은 완전히 바뀌어 대외적으로는 배타적 힘의 우위 전략이 강화되고, 국내적으로는 부자를 위한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에 치중하는 부자 정당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레이건, 부시 부자의 집권이 장시간 계속된 뒤 미국의 소득분배는 날로 악화하여 2차대전 후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본다.

  거시경제 전체의 불평등이 심화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기업 내부의 소득격차도 엄청나게 벌어졌다. 대표적인 지표로서 회사의 사장, 회장과 노동자 사이의 소득격차는 원래 미국에서는 20-30:1 정도였다. 이 수치는 일본에서는 6:1이라는, 자본주의경제 치고는 비상하게 낮은 값을 취하고 있었고, 과거 중국, 쿠바, 유고슬라비아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3:1을 이상으로 삼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하기도 했다. 미국 대기업에서 이 값은 지난 30년 동안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거의 400: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Krugman, 2007: Reich, 2007). 배우, 가수, 농구, 야구, 골프 등 예술, 스포츠 분야 뿐만 아니라 재계조차 보상체계가 심한 불균형을 보이게 되니 미국 전체가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싹슬이 사회’(Winner-Take-It-All Society)라는 향기롭지 못한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 덧붙여 스톡 옵션이라는 인센티브까지 감안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이번 금융위기가 이렇게 심하게 나타난 것도 이런 불평등한 보상체제가 촉발한 면이 있다. 엄청난 보상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냉철한 기업가, 금융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수많은 신종 금융파생상품을 발명한 것도 바로 그런 물질적 인센티브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 “큰 상 밑에는 반드시 용감한 사나이가 나타난다”(重賞之下 必有勇夫)고 하지만 용감을 지나쳐 반칙을 예사로 생각하는 풍조는 곤란하다. 몇 년 전 일어난 엔론, 월드컴의 분식회계와 주가 조작 사건도 따져 보면 0이 몇 개인지 한참 헤아려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천문학적 크기의 스톡 옵션의 유혹 앞에서 이성이 힘을 잃고만 경우이다. 이번 기회에 금융개혁과 더불어 과도하게 불균형한 미국 경영자들의 보상체제 역시 반드시 개혁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독일에서는 금융기관에 긴급 지원을 해주는 대신 국가의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기관의 임원은 연봉을 50만 유로 이상 못 받게 하는 것을 독일의 재무상 페르 슈타인브뤽(Peer Steinbruck)이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꽤나 시사적이다.



Ⅳ. 미국의 양당정치와 경제



1. '광란의 1920년대'가 주는 교훈


  ‘재즈의 시대’(the Jazz Age) 혹은 ‘광란의 시대’(the Roaring Twenties)라고 불리는 1920년대 미국은 여러모로 금융위기를 가져온 최근의 미국 상황과 흡사한 점이 많아서 여러모로 참고가 된다. 당시 플로리다에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어 심지어 부동산을 산 사람이 그 자리에서 되팔아 투자액의 10배를 남기기도 했다. 마이애미에는 전국에서 몰려오는 투기꾼들을 맞이하기 위해 중개인들이 부동산 목록을 들고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920-23년까지 미국 대통령으로 있던 워렌 하딩(Warren Harding)은 무능하기로 유명한 인물인데, 운 좋게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전형적인 공화당의 경제정책을 추구하였다. 부자에 대한 감세와 대기업 지원이 핵심이었다. 그는 한때 이런 말을 해서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나는 작은 시골마을 출신으로 능력이 한정된 사람입니다. 나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한번은 어떤 기자가 “최근 유럽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라고 질문을 하자, 하딩은 대답하기를, “나는 그런 유럽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습니다.”라고 했고, 또 한번은 세금을 스스로 의회에 제안해놓고는 기자가 그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자, “나는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해서 질문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임기는 온통 무능과 부패로 얼룩졌는데, 그나마 4년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1923년 돌연 세상을 떠났다(이구한, 1993, pp. 360-361).

  하딩을 승계해서 부통령에서 대통령이 되고 다시 1924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공화당의 쿨리지 대통령은 “사업이 미국의 사업(“Business of America is Business")이라고 선언하면서 친기업적 정책을 채택하였다. 당시 Wall Street Journal은 쿨리지의 친기업정책을 적극 환영하며, “그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정부와 기업이 이처럼 완벽히 혼연일체가 된 적이 없었다.”고 논평하였다. 쿨리지는 재벌 출신 앤드루 멜론(Andrew Mellon))을 재무장관에 임명하여 경제를 일임하고는 철저하게 규제완화, 친기업 정책으로 일관한 반면 노조에는 법과 질서를 강조하였다. 그는 노조 파업에 엄중한 포고문을 발표했는데, 이는 나중에 항공관제사 파업을 강경진압한 레이건을 연상시킨다. 레이건이 백악관에 쿨리지의 초상을 소중히 걸어둔 것도 그런 인연 때문일지도 모른다.

  쿨리지는 주가가 폭등하여 투기 조짐이 역력한데도 불구하고 경제는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하에 아무런 조치 없이 수수방관하여 결국 대공황을 일으킨 대통령이란 오명을 남겼다. 대공황 발발 직전인 1928년말 쿨리지는 국회에서 이런 연설을 하여 나중에 웃음거리가 되었다. “지금 상황처럼 낙관적인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국내에는 평온, 만족, 수년간의 번영이라는 최고기록이 있습니다.” 그는 1929년 3월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물러나면서 “현재 주식 가격은 낮은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비슷한 낙관조의 연설을 쿨리지에 이어 다음 대통령이 된 역시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후버는 1928년 8월에 이렇게 말했다. “오늘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나라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빈곤을 극복하기 직전의 상황에 도달해 있으며, 이제 구빈원은 우리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습니다.” 그는 또 “실제로 굶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빈곤이 전국을 휩쓸었다. 사람들은 후버를 조롱하기 위해서 집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후버 마을’(Hoovervilles)이라고 불렀고, 벤치에서 자는 사람들이 덮는 신문지를 ‘후버 담요’라고 불렀다(이구한, 1993, p. 384).

  전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으로 헨리 포드가 있었다. 그는 1931년 3월 경제위기가 도래한 이유가 “보통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말려들어 빠져 나올 수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하루에 해야 할 일을 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라고 말해놓고는 스스로 몇 주일 뒤에 7만 5천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해버렸다(Zinn, 2006, p. 60).

  공화당의 하딩, 쿨리지에 이어 후버 밑에서도 계속해서 앤드루 멜론이 재무장관으로 있었는데, 그는 부자에 대한 감세정책을 선호하였다. “1923년 최하위 소득 집단의 세율이 4%에서 3%로 인하되는데 반해 최상위 소득 계층은 50%에서 25%로 인하되는 소위 ‘멜론 계획’이 의회에 제출됐다. 매사추세츠 출신 하원의원 William P. Connery는 다음과 같이 이 법안에 반대하였다.


  “저는 1주일에 3일밖에 일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공화당 번영의 시대에 Lynn의 구두공장, Lawrence의 방직공장, Peabody의 가죽공장 등에서 일하는 우리 선거구민들이 제가 이 법안에 동의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Mellon 조세법안의 한 조항으로 Mellon씨 자신은 소득세 80만 달러를, 그의 동생 Richard B. Mellon은 소득세 60만 달러를 경감받게 되는데, 저로서는 그런 법안에 지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Zinn, 2003, pp. 55-56)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멜론의 감세법안은 의회를 통과하였다. 멜론은 나중에 대공황이 일어나자 “노동자도 청산하고, 주식도 청산하고, 농민도 청산하고, 부동산도 청산하라”고 황당무계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초토화 정책을 통해서 “사람들은 더 열심히 일하고, 좀 더 도적적인 생활을 하게 될 것이며, 모든 가치가 조정되어 기업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로부터 ‘난파선’을 인수하여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버는 19세기 미국에는 15번이나 공황이 찾아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대공황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겼다. 그는 1930년 10월 전국은행가협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1929년 이래 미국이 당면한 시련은 “위대한 조국 미국이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꼭 겪어야 하는 일시적인 장애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무심했다(시바쵸프․야쯔코프, 1993, p. 89). 그는 항상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가는 곳마다 위기 상황일수록 사람들이 허리끈을 졸라매야 한다고 연설을 하고 다녀서 불황이 더 오래 끌도록 하는 데 기여하였을 뿐이다. 주위에서 정부 차원의 구조사업을 권고하면 그는 정부가 나서서 실업자와 무주택자, 빈곤층을 돕는 것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에서나 하는 일이라며 완강히 반대하였다.

  1932년 11월 대선에서 유권자는 변화를 원했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선택하였다. 루즈벨트는 국민들의 투표수에서 56%의 지지를 얻었고, 42개주에서 승리하여 선거인단 수에서 472: 59로 후버를 침몰시켰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의회의 상하원을 석권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 모든 것이 최근 미국 상황과 너무나 닮았다.

  1920년대 기업이 번창하는 동안, 노동자, 농민의 처지는 상대적으로 악화하였다. 농업은 1차대전 중 전시 수요로 호황을 누리다가 평화협정 이후 가격이 폭락하면서 침체에 빠졌다. 농산물 가격은 공산품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했고, 외국에서 수입되는 값싼 농산물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노동자의 세력도 약화했다. 1920년대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는 전체의 12%인 5백만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정부가 1920년대초에 ‘빨갱이 사냥’(red scare)에 나섰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 노조는 좌익과 연결된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서 노동운동은 운신의 폭이 좁았다. 기업가들은 차제에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들은 노조원에게만 취업기회를 주는 closed shop 제도를 반미국적인 것으로 공격하면서 반대로 노조 비가입자만 채용하려고 했다. 심지어 노조 내부에 스파이를 보내 염탐하기도 하였다.

  또한 기업가들은 회사 수준에서 기업별 노조(company unions)라는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동운동을 잠재우려고 노력했다. 어용노조의 조합원들이 고용주로부터 노동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진정한 노동조합에는 가입하지 않고 파업에도 참가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강요받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노동자들이 ‘黃犬契約’(the yellow dog contract)이라고 이름붙인 이런 불법적인 합의 서약서는 1920년대에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시바쵸프․야쯔코프, 1993, p. 76). 기업별 노조는 그 수가 계속 증가하여 1928년에는 노조원이 150만명에 도달한 반면 전통적인 미국노총(American Federation of Labor: AFL) 소속 노조원은 후퇴를 면치 못하고 전체 노동자의 7%까지 감소하였다. 기업별 노조는 1935년 와그너법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되기까지 미국의 노조운동을 방해하는 중요한 장애요인이었다.

  20세기 초 소위 ‘진보의 시대’(the progressive era)에 강력했던 노동운동, 농민운동이 쇠퇴하면서 빈부격차는 확대되었다. 공업에서는 고용이 불규칙적이어서 대량 생산 분야도 실업률이 10%를 상회했다. 전체 가구의 71%의 소득은 당시 이른바 ‘빈곤선’인 연간 2,500달러에 미치지 못했다(Beatty, 2001, p. 302). 최고 5%가 차지하는 소득몫이 35%, 최고 10%의 몫은 50%까지 상승하여 유례없는 소득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빈부격차가 직접 대공황을 일으킨 요인은 아닐지 모르나 대중의 구매력을 제한함으로써 불황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는 것은 틀림없다. John K. Galbraith는 저서 『대공황』(The Great Crash)에서 투기가 일어난 이면에는 경제가 근본적으로 불건전하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강조하였다. 즉, 허약한 대기업 및 은행구조, 불확실한 해외무역, 잘못된 경제정보의 확산, 최상위 5%가 개인소득의 1/3을 차지하는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지적하였다.

  1920년대와 최근 미국의 유사성은 부자 감세, 규제완화, 친기업, 반노조 등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발견된다. 1920년대 미국에서는 극단적 보수 사상인 기독교 근본주의가 널리 유행했다. 전국에서 특히 남부지방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법률로 금하고 있었고, 창조론적 인간기원론을 부정하는 견해를 표방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법률이 있었다. 1925년 테네시주 Dayton 시에서 젊은 과학 교사 스코프스(John T. Scopes)는 수업시간에 다윈의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당시 테네시주 법률에 의하면 “어떤 공립학교 선생이든 성경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인간을 신이 창조하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어떤 이론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더구나 기가 막히는 것은 스코프스를 기소한 검찰측의 검사로 나온 사람이 과거 ‘진보의 시대’(the progressive era)에 반독점과 진보주의 운동의 선봉장으로서 민주당 혹은 인민당 대통령 후보로 3번이나 출마했던 윌리엄 브라이언(William J. Bryan)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재판은 전국적 주목을 끌었다. 브라이언은 피고를 심문하면서, “피고인 스코프스는 무엇보다 먼저 신을 모독했고, 다음으로는 법을 위반했으며,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토록 허무맹랑한 이론인 진화론을 성스러운 교육 현장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쳤다는 사실입니다.”라고 공격했다(이구한, 1993, p. 376). 결국 스코프스는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다행히 처벌은 받지 않았다. 조지 부시가 ‘악의 축’ 운운하면서 근거도 없이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백악관에서 매일 새벽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장면은 누가 뭐래도 1920년대의 기독교 근본주의를 연상시킨다.


2.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제성적 비교

  Barack Obama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역대 최다의 투표자에 역대 최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것이다. 그가 흑인이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급작스레 닥친 금융위기도 있었지만 미국경제의 심각한 양극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았던 흑인, 소수민족, 여성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가서 압도적으로 오바마를 찍은 것은 지금껏 차별 받아온 사람들이 오바마에게 뭔가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바마가 선거 과정에서 줄기차게 내걸었던 구호는 ‘변화’ 한 단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1930년대 대공황 하에서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미국 국민을 위한 변화’를 연상시키는 구호다. 그러면 과연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까? 제일 중요한 과제를 꼽는다면 단기적으로는 난마와 같이 얽힌 금융위기를 해소하는 것이요, 장기적으로는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를 돌아보면 오바마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2차대전 후 지금까지 미국 민주당은 공화당 정권보다 우수한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Krugman, 2007: Bartels, 2008).

  첫째, 민주당 집권기는 공화당 집권기보다 평균 경제성장률이 높았다. 둘째, 민주당 집권기는 소득분배가 개선되었는데 반해 공화당 집권기에는 소득분배가 악화하였다. 2차대전 후 소득분배가 악화한 시기를 보면 아이젠하워, 닉슨, 포드, 레이건,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 때인데,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공화당 대통령이다. 반면 민주당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는 카터만 예외로 하고 트루먼, 케네디, 존슨, 클린턴 때 모두 소득분배가 개선되었다.


          <표 3> 미국 양대 정당 대통령의 경제성장 성적표(1948-2005)

 

전체

민주당 대통령

공화당 대통령

양당 차이

20%

1.42(.50)

2.64(.77)

 .43(.61)

2.21(.97)

40%

1.54(.39)

2.46(.58)

 .80(.49)

1.67(.75)

60%

1.73(.34)

2.47(.52)

1.13(.43)

1.33(.67)

80%

1.84(.33)

2.38(.50)

1.39(.42)

 .99(.77)

95%

2.00(.38)

2.12(.65)

1.90(.46)

 .22(.77)

N

  58

  26

  32

  58

자료: Bartels, 2008, p. 32

주: 소득분배 분위별 집단의 가계 세전 실질소득의 성장률를 나타냄. 예를 들어 20%는 최하 20%에 해당하는 가구를 말하고, 95%는 최고 5%에 속하는 부유한 가계를 나타냄.



  <표 3>은 미국에서 2차대전 이후 양대 정당의 대통령 하에서 이루어진 경제성장의 성적을 비교하고 있다. 전체 58년 중 민주당 대통령이 있었던 해가 26년이며, 공화당 대통령이 있었던 해가 32년이다. 민주당 대통령 하에서 경제성장률은 대체로 2% 대로서 전반적으로 1% 대 혹은 그 이하에 불과한 공화당 대통령하의 그것보다 높은 편이다. 또 하나 뚜렷이 드러나는 특징은 민주당 대통령 하에서는 각 소득계층의 소득성장률이 거의 대동소이하며 약간이나마 저소득층 쪽이 성장률이 높은 데 반해서 공화당 대통령 하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득성장은 1% 이하로 미미하고, 그 대신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소득성장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민주당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성장일 뿐만 아니라 분배를 개선하는 성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공화당 대통령 하에서는 경제성장 자체가 낮을뿐더러 분배가 악화하는 성장을 한다고 해도 좋다. 민주당의 고성장/분배 개선과 공화당의 저성장/분배 악화는 너무나 뚜렷이 대비된다.

  이것은 정권에 따라 경제정책이 달라지고, 소득분배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예를 들어 공화당은 부자와 대기업에 감세를 해주는데 반해, 민주당은 저소득층에 감세를 해준다. 소득분배에 큰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과 비교해보아도 공화당 정권 때는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민주당 집권기에는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발견된다(Massey, 2007). 결국 정권의 철학이 관건이다.


<그림 2> 미국 상위 10%의 소득점유율 추이: 1917-2006


자료: Saez(2008), 장상환(2008)에서 재인용

주: 소득은 시장소득에 자본이득을 합친 것

   2006년 최상위 10%는 소득이 연간 104,700달러 이상인 모든 가족 포함.



  <그림 2>에서 보듯이 지금 미국의 소득분배는 역사적으로 최악이다.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분배가 악화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하나 이 그림에서 충격적인 장면은 최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 몫이 50%에 달한 것은 역사적으로 대공황 직전의 1920년대 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라는 사실이다. 그 중간 기간에는 보통 그 몫이 35% 정도를 유지했다. 이것 때문에 대공황이 다시 온다든가 하는 예측을 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 하겠지만 이번의 금융위기가 가져온 불황이 상당히 장기화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추측을 할 만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하겠다.

  미국의 소득분배는 레이건, 부시 이후 계속 악화해서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후반의 ‘鍍金時代’(the Gilded Age: 마크 트웨인이 풍자적으로 붙인 이름)나 ‘광란의 1920년대’(the Roaring Twenties)에 비유되고 있다. ‘도둑남작’(robber barrons)으로 불리던 록펠러, 반더빌트 등이 거대한 부를 쌓은 반면 빈부격차가 극심해졌던 도금시대에 빗대어 현대 미국을 신도금시대(the new Gilded Age)라고 부르기도 한다. ‘변화’를 내걸고 당선된 오바마가 과연 변화를 내걸고 당선되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선례를 따라 뉴딜과 같은 개혁적 정책을 추진하여 극심한 양극화를 특징으로 하는 신도금시대를 끝내고 보다 평등한 자본주의를 가져올지 자못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Ⅴ. 미국 자본주의는 어디로?



  앞으로 신국제금융질서의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다. 국제간에 재정확장정책의 공조 논의도 일어날 것이다. 이미 중국은 4조위안(6천억 달러)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지출 계획을 발표하였다. 현재 IMF의 규모 2,500억 달러는 국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에 그것을 확충하는 문제도 탁자 위에 올라올 것이다. 토빈세의 도입도 논의될 것이다. 오래 동안 논의만 무성하고, 각국 정부가 도입 의지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위기를 맞아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DS 시장에 대한 대처도 중요한 의제다. CDS를 취급하는 일종의 결제소 설치도 가능한 하나의 방법이다.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와 감독 강화도 피할 수가 없다. 감독 대상으로는 은행 뿐만 아니라 헤지펀드나 GE 같은 최신 금융기관도 포함되어야 한다. IMF 총재 Dominique Strauss는 새로운 금융감독기구를 주장하고 있고, Barry Eichengreen 교수는 World Financial Organization의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 규제의 강화에 수반되어 나타날 수 있는 각국의 주권 상실과 금융의 안전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두 개의 가치다(Economist, Nov. 15, 2008).

  이와 같은 국제적 금융개혁과 더불어 미국 자본주의의 체제 개혁에 관한 논의도 바람직하다. 일찍이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미국의 거대기업은 이미 사적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1950년대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軍産複合體(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위협을 언급한 바 있다. 2000년 대선 과정에서 기자가 공화당의 존 멕케인 상원의원에게 “미국에서 기업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요?”라고 질문하자, 그는 “말할 필요가 없죠, 말할 필요가 없어요. 워싱턴에서 매일 느끼는 게 그겁니다.”라고 대답했다(Kelly, 2001, 번역서). 맥케인은 자기 생각을 감추지 못하고 솔직히 털어놓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영국의 기업은 자본조달 방식 중 주식, 채권발행을 통한 직접금융 비중이 높은 반면 독일, 일본은 은행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간접금융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파생하여 앵글로-색슨 모델에서는 기업 경영에서 주주들의 발언권이 거의 절대적이어서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이라고 불린다. 영미형 자본주의, 혹은 월가 자본주의에서는 주주가 주인(principal)이고, 경영자는 대리인(agent)에 불과하다.

  매년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실적을 평가해서 성적이 좋으면 경영진에 대해서 승진, 연봉 인상, 스톡 옵션 제공 등 후대하지만 혹시 성적이 나쁘면 가차 없이 경영진을 해임해버리는 살풍경이 벌어진다. 따라서 주주형 자본주의 기업에서는 경영자들은 아주 단기적인 시야를 갖고 경영에 임하게 되고, 아무리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여유가 없다. 최고경영자는 눈앞의 실적에 급급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고, 구조조정, 대량해고도 불사한다. 한때 유능한 경영자로 손꼽히던 ‘중성자탄 잭’이란 별명을 가진 GE의 전 회장 Jack Welch가 주주형 자본주의 기업에 딱 맞는 대표적 인물이다. 회사 조직은 그대로 두고 안에 있는 사람을 대량으로 해고하는 모양이 탱크는 그대로 두고 그 속의 사람만 죽이는 중성자탄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 반면 독일, 일본에서는 은행, 노동자, 부품업체, 소비자, 지역주민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흔히 ‘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고 부른다. 독일, 일본 등 관계자 자본주의 기업에서는 영미형 기업에서의 주주처럼 눈앞의 이익을 놓고 재촉하는 집단이 없으므로 보다 장기적 관점을 갖고 회사를 경영할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독일, 일본 같은 관계자 자본주의하의 자본을 ‘참을성 있는 자본’(patient capital)이라고 부른다.

  “과연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라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주주 자본주의와 관계자 자본주의에서 아주 다르게 나온다. 주주 자본주의에서는 간단히 주주가 주인이다. 관계자 자본주의에서는 답이 간단치 않다. 은행, 노동자, 부품업체, 소비자, 지역주민 등이 다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주주들이 과연 주인인가? 주주들은 시세차익 혹은 배당을 노리고 어떤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주식을 팔아치운다. 어제까지 주주이던 사람이 내일부터는 전혀 남이 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회사의 주인이라니 과연 말이 되는가? 이런 사람이 회사에 무슨 애착이 있을까? 그보다는 노동자, 부품업체, 은행, 소비자, 지역주민의 관심과 애착이 훨씬 높다. 특히 노동자들은 이 회사에서 평생 일하고,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말해서 주주는 그저 흘러가는 물이요, 애착을 갖고 이해관계를 가진 관계자들이야말로 진정한 회사의 주인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영미형의 주주 자본주의 모델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맹점이 있다.

  그래도 주주들은 주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 아닌가 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Kelley는 이것마저 부정한다. 실제로는 주식에 '투자된' 대부분의 돈은 기업이 아닌 다른 투기꾼들에게 돌아간다. 주식 투자 자금이 기업까지 흘러가는 것은 신규 보통주가 발행될 때뿐인데, 이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Dow-Jones 주가에 포함되는 기업 가운데 지난 30년간 신규 보통주를 매각한 기업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지난 50년간 단 한번도 그러지 않은 예도 수두룩하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의하면 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에서 오간 돈 가운데 기업에 돌아간 돈은 100달러에 1달러 꼴이었다. 달리 말해 '투자된' 100달러 가운데 99달러는 투기에 쓰인 셈이다(Kelley, 2001, p. 30).

  오래 전에 이런 이야기를 한 선각자가 있었다. 피터 드러커가 경영학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손꼽을만하다고 평가했던 Adolf A. Berle and Gardiner C. Means의 『현대자본주의와 사유재산』(The Modern Capitalism and Private Property)의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주식 시장은 더 이상 ‘투자’의 장이 아니다. ...주식시장은 생산적인 산업과 기업이 실제로 의존하고 있는 자본 모집 및 자본 활용 시스템과 오직 심리적으로만 연결되어 있다. ...주식구매자들은 자신이 저축한 돈으로 기업에 기여하지 않으며, ...단지 기업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만 노릴 뿐이다. 주식을 구매함으로써 구매자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현금으로 전환하려는 다른 주주들을 위해 환금성을 유지시켜 준다는 점일 것이다.”(Berle and Means, 1967, pp. xxxiv-xxxv)


  Kelley에 의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주자본주의 모델은 귀족제 자본주의 형태이며, 거기에서 목표는 오직 ‘주주 수익 극대화’ 하나밖에 없다.


  “주주의 수익 극대화라는 개념은 자유경쟁 시장에서 한 집단의 이익이 체계적으로 다른 집단의 이익보다 우선시된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주주 제일주의는 일정한 자격에 따른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이 같은 권리보장은 시장경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특권인 것이다. 그리고 재산 소유에 따른 특권은 지나간 귀족제의 잔재이다.”(Kelley, 2001, p. 35)


 과연 귀족제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민주적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게 가능할까? 1980년대 이래 요란한 시장주의 반혁명에도 불구하고, 영미형 주주자본주의 모델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혁명의 기수는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이었다. 한국에서는 대처 총리가 대단한 영웅으로 추앙받는데, 정작 그의 집권기 성장률을 보면 그 전후 시기에 비해 높은 것도 없고, 그저 평균적인 성적일 뿐이다. 레이건 대통령도 설익은 공급측의 경제학을 채택했지만 남긴 것은 거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쌍둥이 적자였다. 그 뒤에 온 부시 父子 역시 거대한 쌍둥이 적자를 만들고 말았다. 영미형 시장주의 모델은 여러 가지 가능한 시장경제 모델 중 하나일 뿐이고, 그것이 다른 모델에 비해 우월하다는 증거는 없다(Hall and Soskice, 2001: Amable, 2003: Pontusson, 2005).

  오히려 <표 4>가 보여주듯이 지난 10-20년간의 경제 종합 성적표를 보면 영미형 시장모델과 대척점에 서 있는 북구 모델이 오히려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북구 모델은 영미형 모델과 비교할 때 효율성, 성장에서 비슷한 성적으로 올리면서도 분배의 평등, 사회적 통합성에서는 훨씬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 영미형 모델을 능가하고 있다. 북구는 소득분배가 평등하고, 빈곤이 훨씬 적으며, 범죄도 훨씬 적다. 최근 발표된 각국 국민의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북구 여러 나라가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들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표 4> 자본주의의 3대 모델

 

고용보호

   지수

 

실업보호     지수

 

성장률

 (1991

~2003)

실업률

 (1993

~2004)

빈곤(2000)

  노조

조직률 (2000)

 단체

 협약

 (1985

  ~92)

노동시장

   지출

  /GDP

   (2003)

     북구  모델

     (사민주의)

0.70

0.66

2.8

  8.38

5.3

76

    2.8

3.31

     라인 모델

 (거시담합주의)

0.71

0.73

1.9

  5.35

8.7

33

    2.3

2.45

    영미형 모델

 (자유시장경제)

0.24

0.18

3.3

  7.01

12.5

25

    1.5

0.95

Source: Hall and Soskice, 2001: 김형기, 2006



  미국자본주의는 성장, 효율, 일자리 창출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의 금융위기가 보여주듯이 지나친 시장만능주의의 발호로 인해 커다란 불안정, 불균형, 불평등이란 함정이 내재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나친 소득 및 부의 불평등 심화는 불황을 더 깊게 만들고 오래 가게 만든다. 차제에 금융산업의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감독을 철저히 할 방도를 찾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것에 그칠 게 아니고, 미국자본주의의 체질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영미형 시장만능주의의 한계는 명백히 드러났으므로 유럽의 조정된 시장경제 모델 혹은 북구의 사민주의 모델을 심각하게 대안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 길에는 장애요인이 많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노동운동이 취약하고, 사회주의 운동도 미약하다. 좌파 정당이 한 번도 본격적인 정당으로 자리 잡은 역사가 없고, 노동운동, 농민운동, 진보운동이 최고조에 달했던 소위 ‘진보의 시대’라고 불리는 20세기초에조차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하원의원이 단 2명 의회에 진출했을 뿐이다. 1906년에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Werner Sombart(1863-1941)는 『왜 미국에는 사회주의가 없나?』(Why Is There No Socialism in the United States?)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미국에서는 “잘 익은 소고기 스테이크와 사과 파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모든 종류의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는 종말을 고했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미국은 물질적 풍요 때문에 사회주의가 자리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에서 ‘미국 예외론’(American exceptionalism)은 오랜 역사와 다양한 내용을 갖고 있다(Lipset, 1996).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종의 신념을 기반으로 건설된 국가인데, 이 신념은 <독립선언서>에 아주 교조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Lipset에 의하면 미국적 신조는 자유, 평등주의, 개인주의, 포퓰리즘, 자유방임주의라는 다섯 가지인데, 이것은 역사적으로 고유한 배경 하에 오랜 시간을 두고 형성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책에서 톡크빌은 이미 중앙집권적인 프랑스와 비교하여 미국이 상당히 분권화된 나라에 주목하고 있다. 또 톡크빌은 미국이 기독교 세계에서도 가장 종교적인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또 미국은 봉건제 혹은 귀족제가 결여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는 아주 희귀한 경우에 속한다.

  미국은 독특한 과정의 혁명을 거친 결과 특이한 종교적 배경에 뿌리를 두고 개인주의, 평등주의, 반국가주의가 엄청나게 강화된 반면 유기체적인 공동체 가치관은 크게 약화하였다. 그리하여 미국에는 사회주의 정당도 없을 뿐아니라 영국적인 토리당이나 유럽적인 보수 정당이 발전한 적도 없다. 사상가이자 문필가인 H. G. Wells는 이미 100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양대 정당은 영국으로 치면 중산층을 대변하는 자유당에 해당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토리당도 없고,.. 노동당도 없다.”(Lipset, p. 34에서 재인용)


  이에 반해 스웨덴은 100년전에 이미 노총(LO), 경총(SAF)을 만들고, 사민당이 탄생했으며, 1938년에 이미 노사가 대타협하는 살츠요바덴(Saltsobaden) 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공동체적 자본주의란 점에서 북구 여러 나라는 비슷한 역사적 발전상을 보인다. 물론 우리가 다양한 자본주의 모형의 비교 분석할 때, 각각의 모형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 서로 보완적 관계에 있고, 아무렇게나 필요하다고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들 자본주의 모델은 역사적인 배경 하에 오랜 시간을 두고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소위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 있기 때문에 한번 길을 들고 나면 좀처럼 다른 경로를 채택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제체제를 유럽 쪽으로 바꾸는 것은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고수해온 시장만능주의 경제철학은 더 이상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미국이 직면한 딜레마다.



Ⅵ. 맺음말



  미국의 사학자 Boorstin에 의하면 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와 사회주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개인주의란 개념은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 1835)에서 처음 사용한 말인데, 광대한 개척지를 가진 미국은 정부가 생기기 전에 자연발생적으로 지역사회가 생겼고, 정부의 도움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알아서 살아가라는 개인주의가 자연히 발달했다고 본다(Boorstin, 1989, 번역서 pp. 282-283).

  허버트 후버가 대통령 선거유세 과정에서 행한 연설(1928. 10. 22)은 미국에서 개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대립을 잘 요약해서 보여준다. “전쟁이 끝났을 때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 것은 전쟁 중에 정부가 소유하고 운영했던 그 많은 생산 및 분배 수단을 계속 정부가 관장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평화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거친 개인주의’(rugged individualism)라는 미국적 체제와 그와 정반대에 있는 온정주의(compassionism) 또는 국가사회주의(state socialism)라는 유럽의 철학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고, 상황은 많이 다르다. 예컨대 국가사회주의는 비참하게 종말을 고해서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선택지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풍전등화 같은 금융위기, 쌍둥이 적자라는 경제난국,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일대 위기 상황을 맞아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승리한 오바마의 앞에 놓인 길은 여전히 ‘거친 개인주의’라는 시장만능주의와 ‘온정주의’라는 유럽형 조정된 시장경제 혹은 사민주의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오바마가 과연 1930년대 대공황을 맞아 오랜 공화당의 경제 실정에 실망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선거에서 승리하여 뉴딜이라는 의미 있는 개혁을 추진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뒤를 이어 제2의 루즈벨트가 될는지, 아니면 깊은 상처에 반창고 하나 달랑 붙이고 돌아서는 돌팔이 의사가 되고 말는지를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순간이다.



                                   <참고문헌>


김광수경제연구소, 2008, 『위기의 한국경제』 Human & Books

김형기, 2006, 『한국경제 제3의 길: 지속가능한 진보를 위한 대안적 발전모델』한울 아카

  데미

시바쵸프․야쯔코프, 1993, History of the USA since World War Ⅰ, 『현대 미국의 역

  사』 편집부 역, 과학과 사상

양동휴, 2000, 『1930년대 세계대공황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이구한, 1993, 『이야기 미국사』 청아출판사

이정우, 2008, “한국경제, 제3의 길은 가능한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프레시안북

______, 2008, “세계화, 불평등과 복지국가” 『사회경제평론』30호

______, 2008, “성장만능주의는 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가?” 『내일을 여는 역사』34호

장상환, 2008,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명박정부 경제정책” 제5회 사회경제학계 공동학술대

  회 집담회 발제문

정태인, 2008, “미국 금융위기와 한미 FTA, 그리고 대안” 미발표 원고

조복현, 2008, “미국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정치적 금융위기 가설”, 한국사회경제학회

  2008년 봄 정기학술대회

本山美彦, 2008, 『金融權力』 岩波書店(김영근 역, 『금융권력』 전략과 문화, 2008)

Aliber, Robert and Charles Kindleberger, 2000, 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 Willey & Sons (김홍식 역,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

  의 역사』 굿모닝 북스, 2006)

Amable, Bruno, 2003, The Diversity of Modern Capitalism, Oxford University Press

Bartels, Larry M., 2008, Unequal Democracy: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New

  Gilded Age, Russell Sage

Beatty, Jack, 2001, Colossus, Raphael Sagalyn(유한수 역, 『거상: 대기업이 미국을 바

  꿨다』 물푸레, 2002)

Berle, Adolf A. and Gardiner C. Means, 1967, The Modern Capitalism and Private

   Property, 2nd ed. Transaction Publishers

Boorstin, Daniel J., Hidden History, 1989(이보형 역, 『미국사의 숨은 이야기』 범양사,

  1991)

Brenner, Robert, 2004, "New Boom or New Bubble?: The Trajectory of the US

  Economy" New Left Review, vol 25, Jan/Feb

Dumenil, Gerard, and Dominique Levy, 2004, "Neoliberal Income Trends: Wealth,

  Class, and Ownership in the USA" New Left Review, vol 30 Nov/Dec

Frank, Robert H., 2007, Falling Behind: How Rising Inequality Harms the Middle

  Clas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Galbraith, James K., 2008, The Predator State: How Conservatives Abandoned the

  Free Market and Why Liberals Should Too, Free Press

Glyn, Andrew, 2005, "Imbalances of the Global Economy" New Left Review, vol 34,

  Jul/Aug

Gordon, Robert J., and Ian Dew-Becker, 2008, "Controversies about the Rise of

  American Inequality: A Survey"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orking

  Paper No 13982

Hall, Peter A., and David Soskice(eds), 2001, Varieties of Capitalism: The

  Institutional Foundations of Comparative Advantage, Oxford University Press

Henderson, Bruce E. 2008, The Economic Tsunami(김정환역『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

  랜덤하우스, 2008)

Kelly, Marjorie, The Divine Right of Capital: Dethroning the Corporate Aristocracy,

  Berret-Koehler, 2001(강현석 역, 『자본의 권리는 하늘이 내렸나?』 이소출판사, 2003)

Krugman, Paul, 2007, The Conscience of a Liberal, Norton(예상한 역, 『미래를 말하

  다』 현대경제연구원, 2008)

Lipset, Seymour Martin, 1996, American Exceptionalism, Norton(문지영 등 역, 『미국

  예외주의』 후마니타스, 2006)

MacEwan, Arthur, 1999, Neo-Liberalism or Democracy?: Economic Strategy,

  Markets, and Alternatives for the 21st Century, Pluto Press

Massey, Douglas S., 2007, Categorically Unequal: The American Stratification

   System, Russell Sage

Mishel, Lawrence, Jared Bernstein, and Sylvia Allegretto, 2007, The State of

  Working America: 2006/2007, Cornell University Press

Morris, Charles R., 2008, The Trillion Dollar Meltdown: Easy Money, High Rollers,

  and the Great Credit Crash, PublicAffairs(송경모 역, 『미국은 왜 신용불량국가가 되

  었을까?』 예지, 2008)

Pontusson, Jonas, 2005, Inequality and Prosperity: Social Europe vs Liberal

  America, A Century Foundation Book

Reich, Robert, 2007, Super Capitalism(형선호 역, 『슈퍼자본주의』 김영사, 2008)

Saez, Emmanuel, 2008. “Striking It Richer: The Evolution of Top Incomes in the

  United States(Update using 2006 preliminary estimates), March

Zinn, Howard, 2003,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유강은 역『미국민중사』

  시울, 2006)

Newsweek, Oct 8, 2008: Oct. 29, 2008

The Economist,

  Special Report on Globalization, Sep. 20, 2008

  Special Report on the World Economy, Oct. 11, 2008

  Briefing a Short History of Modern Finance, Oct. 18, 2008

  Briefing Credit Derivatives, Nov. 8, 2008

  Briefing the Global Economic Summit, Nov. 15, 2008

     

덧글쓰기 | 전체글 1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아름공간  

숨차네... 결국 우리에겐 부시 판박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놨으니 희망이 없단 야그네... 펌하신분 고생 하셨고요. 잘 읽었습니다...
09-02-20

시민광장 일정표 시민광장
31335 [관전평] 사회자유주의 포지셔닝, 그리고 삽질   4 니미럴리스트 09-02-22 1 3 823
31334 아고라 펌(떡방) ........부동산에 관한 견해중 내가본최고의..   3 울트라진이 09-02-22 5 0 787
31333 당신들은 틀렸다!   5 국사봉 09-02-22 4 0 865
31332 정 떨어지게 하는 법   2 눈팅 09-02-21 0 0 708
31331 천천히 토론합시다......... 바쁠것도 없는데........ 울트라진이 09-02-21 3 1 554
31330 [동영상] 지나간 영상입니다 하지만..내용을 함더.. 미늘바늘 09-02-21 1 1 669
31329 어이 마케터, 갈데도 없는데 여기서 놀지 그래.   3 시민팬 09-02-21 1 2 738
31328 토론이 되지 않는 이유   27 마케터 09-02-21 8 0 1485
31327 어이 심사랑, 윤리와 정책을 구별도 못하나?   2 시민팬 09-02-21 0 2 651
31326 서사연 심포지엄 진보 학자들 한목소리... 김근태·유시민도..   1 ty 09-02-21 1 0 806
31325 사민주의 그 이상과 현실   3 귄터반트 09-02-21 7 0 782
31324 어이 잡부 그리고 루제로스, 자네들이 놓치고 있는거   7 시민팬 09-02-21 0 4 859
31323 [제안] 뜨거웠던 일주일, 건전하고 흥미진진한 시민광장 노선..   3 루제로스 09-02-21 14 1 738
31322 ●● 만평 종합 2009년 02월 21일 토요일...아직도?   1 순수 09-02-21 1 0 652
31321 마케터와 잡부, 그리고 유시민의 [사회자유주의]   1 잡부 09-02-21 6 0 687
31320 열린우리당 해산무효소송 상고이유서   5 국사봉 09-02-21 2 0 1217
31319 아니 이럴 수가... 으악 09-02-20 1 0 578
31318 이 정권은 형용모순의 난장판 정권이다. 늘 처음처럼 09-02-20 6 0 1469
31317 한번 웃어봅시다....가볍게 클릭.클릭.........   2 네이버하이에나 09-02-20 0 0 2942
31316 김수환추기경에 대한 가벼운 단어와 판단들은 거두어 주시기..   6 노아-2 09-02-20 15 4 930
31315 봄이 오면 북방에 꽃이 피겠습니다 ?? 09-02-20 0 3 603
31314 심지어는 혁명에 성공했다가 선거에서 져서 정권을 내줬다가.. 투사 09-02-20 0 0 2156
31313 [아고라 펌]딴나라당 알바 수기   1 준마 09-02-20 0 0 877
31312 그런데 무장투쟁을 포기하고 선거에서 집권한 모택동주의 그.. 투사 09-02-20 0 0 752
31311 추기경의 죄 그리고 신격화,,,,, ㅠㅠ   60 다반향초 09-02-20 147 10 2936
31310 세계에는 아직도 포기안한 그룹들이 좀 있읍니다 투사 09-02-20 0 0 863
31309 어이 마케터, 개혁의 주체가 누군데? 시민팬 09-02-20 0 9 648
31308 세상을바꾸는 작은것들..   2 영업용기사 09-02-20 12 0 695
31307 도대체 언제까지 관료탓만 할껀가?.   4 마케터 09-02-20 12 0 787
31306 [펌]정치권도 꽃남 패러디…구준표-홍준표, 금잔디-전여옥, M..   1 준마 09-02-20 3 0 678
31305 왜 사회주의여만 하는가?   16 시민팬 09-02-20 0 1 757
31304 착시(심심풀이)   29 ^핑^ 09-02-20 1 0 1124
31303 한국경제의 근본 개혁이 안되는 이유 -김종인 박사(펌)   2 aha 09-02-20 0 0 809
31302 [2월 26일] 서울은평광장 창립을 추진합니다.   4 당희(당원희망) 09-02-20 7 0 851
31301 어이 마케터, 한나라당하고 뭐가 다른데?   16 시민팬 09-02-20 4 3 928
31300 엄마가 좋아....아빠가 좋아?   6 ball 09-02-20 12 0 900
31299 눈물 진심보기 09-02-20 2 0 647
31298 같이 놀아야지, 혼자 놀다 가면 어쩌유?   13 사랑시 09-02-20 17 2 1143
31297 아이디어 - 8 출석부 컨테스트   15 가람^^* 09-02-20 13 0 2535
31296 내 사랑 자기에게...사랑해 자갸....미치도록!!   3 한숨고백 09-02-20 3 0 985
31295 내 사랑 자기에게...사랑해 자갸....죽도록!!   5 진심고백 09-02-20 3 0 870
31294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김수환 추기경, 그는 과연 변절했..   13 Lucida 09-02-20 9 3 3761
31293 한국경제, 제3의 길은 가능한가?-이정우교수 밑에글이 참고자..   1 aha 09-02-20 3 0 984
(펌)미국 금융위기와 자본주의의 미래-이정우교수   9 aha 09-02-20 1 0 2345
31291 "건강의 적 3%" by 성남광장 솔빠님의 건강한(?) 출석부   12 Lucida 09-02-20 12 0 5205
31290 스나이퍼도 뜨고 나도 뜰 때가 된 것 같네. 잘들 게이소.   5 더불어 09-02-20 4 1 987
31289 경주 최부자 이야기 2 - 일제시대와 광복 이 후   4 천국문지기 09-02-20 10 0 7874
31288 사민주의는 한국의 현실에 무리다   6 마케터 09-02-20 13 1 5516
31287 (한겨레펌)문재인 “노 전 대통령, 조문 오고 싶었지만…”   4 도연아빠 09-02-20 5 0 1123
31286 나에게는 사랑하는 친구가 하나있다..   17 거지 09-02-20 5 9 933
31285 어이 잡부, 뭐좀 아는거 같은데?   1 시민팬 09-02-20 0 7 667
31284 일본 공산당 대약진중! 젊은 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공산..   5 루제로스 09-02-20 8 4 967
31283 ●● 만평 종합 2009년 02월 20일 금요일...이제 그만!   1 순수 09-02-20 5 0 658
31282 사회자유주의: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우아한 조화   12 반전할까요 09-02-20 11 1 964
31281 사민주의는 섹시하지 않다. 마케터의 오류...   11 잡부 09-02-20 7 3 892
31280 잘 놀았습니다. 다음에 봅시다   38 스나이퍼 09-02-20 23 1 1633
751752753754755756757758759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