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행복한 고민이 부럽다.
당의 대선주자들에 대한 지지율이 합해서 70%를 넘는다. 차기 집권은 떼논 당상인데 단지 누가 당의 후보로 출마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상황이 되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분당을 염려하는 그들이 참으로 부럽다. 그들의 지지자 또한 부럽다.
그러나 이런 현상에 분노를 느낀다. 민주공화국의 국민이 선택하면 그것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몸서리치도록 싫다. 국민의 99%가 지지하더라도 나는 그들의 집권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왜 그들의 집권을 반대하는가?
그들의 과거에 대한 반감도 부인할 수는 없다. 5.16쿠데타와 유신의 폭압이 아직도 미워서 그들이 싫다. 아니 용납할 수 없다. 광주에서의 학살행위를 증오한다. 수 많은 민주인사들이 죽었고 또 고문을 당했다. 그들의 만행에 치를 떨고 있다.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삼당합당을 하고 수구언론의 대대적 응원속에 호남증오를 확대재생산하여 집권했다. 그들의 반민주성을 일점일획이라도 잊고싶지 않다.
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만든 외환위기를 초래한 세력이다.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증오하고 싶다. 지금의 왜곡된 경제구조는 대부분 그들이 만든 것이다. 그것을 덮어두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야당이 되어서도 국정운영을 가로막고 반대만을 일삼던 그들의 면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정권이 망해야 집권할 수 있다고 속내를 드러낸 세력이다. 그들을 어찌 내나라의 치리자로 세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그들이 진심어린 반성을 한다면 지지할 수는 없지만 경멸은 거둘 용의가 있다. 혹시 개과천선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보다 국익을 진심으로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과거는 모두 잊고 지지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을 반대하는 일보다 우리의 미래가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반대를 위한 반대에 열중하고 있고, 기득권층의 이익에 종사하고 있다.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은 있으되 진지하게 국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냉전, 지역주의, 성장우선론이 그들의 정체성이다. 국민의 눈속임을 위해 수구언론과 여전히 배를 맞추고 있다. 그들이 미래에도 변화하고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눈꼽만큼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집권이 예상되는 상황에 몸서리가 처진다.
심정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막기 위하여 옳지않은 방법을 동원하거나 국민의 선택을 거부할 방법은 없다. 만일 그들중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다면 그 사실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고, 수용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해도 정당한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진 선거의 결과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 중에 한사람이다. 정당한 방법이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다. 문제는 그것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추구되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막으려는 것은 그들을 반대하는 논리도 정당하지 않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반한나라당 연합이다.
정책적 차이나 정체성의 괴리가 극심한 세력들이 서로 단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만 뭉치는 일은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각기 주장하는 통합론들의 문제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정책은 오히려 한나라당과 같지만 그들의 집권은 막아야 겠다고 서로 뭉치자고 주장한다. 심지어 다른 모든 요소가 한나라당과 비슷하지만 지역기반이 달라서 반한나라당 연합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을 막아야할 명분이 없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은들 그리 역사를 진전시킬 것같지는 않다. 또 다시 정치적 이해관계를 계산하다가 분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민주, 평화, 개혁, 양심, 중도, 실용 등 모든 단어를 동원하여 해당되는 사람들은 대동단결하자고 주장한다. 따지고 보면 그런 것은 역사의 퇴보를 제촉할 뿐이다. 그저 반한나라당 및 반영남 연합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은 배타와 지역주의일 뿐이다.
어떤 정치인은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것이 이시대의 최고의 개혁이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라면 좀 옳지 않은 방법도 좋다는 태도를 보인다. 그것은 성립하지 않는 논리이다. 그 이유는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이유를 깊이 살펴보면 해답이 나온다. 그런 이유를 자신들도 만들어가면서 막을 일이 아니다.
또한 그러한 반한나라당 연합이 그리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모두 입으로는 통합을 말하지만 각기 분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설적 모습을 정리하지 못하고 옳지도 않지만 통합이 된다고 하더라도 곧 스스로 자멸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사분오열하는 원인도 바로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창당후 지속적으로 지지자와 당원에게 실망을 던져 주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노골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하는 정당에 아직 지지자가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일이다. 스스로를 망한 정당이라고 주장하고 당헌과 당규가 잘못되어 고쳐야 된다고 주장하는 정당에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도 오죽 대안이 없으면 그럴까?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이라며 창당하고는 당원이 맘에 안든다고 당헌당규를 고쳐서 당원들을 쫓아내기에 바쁜 정당에 애정을 가지고 지지할 사람이 있겠는가? 마치 머슴이 주인을 바꿔 달라고 떼쓰는 꼴이다. 당헌당규를 모르고 참여한 사람들도 아니고 왜 뒤늦게 그런 억지를 썼을까?
당정분리를 당정분란으로 만들고, 심지어 당이 대통령을 지배하는 것으로 여기던 사람들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당이 대통령을 지배하는 것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에 의한 지배여야 한다. 당소속 정치인들의 지배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분란과 분열에 열중한 것일까?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룩하겠다며 창당하였다. 그런데 지역구도를 극복하려는 어떤 노력도 보여주지 못했으며, 지역구도를 그리워하였다.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정당을 누가 지지할 것인가? 왜 그렇게 지역구도로 돌아가고 싶어한 것일까? 극복하는 일이 어렵지만 그것을 미리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백년가는 정당을 만들자고 하더니 4년도 못가서 국민의 지지율이 낮다고 당을 해체하자고 주장한다. 그런 정당을 누가 지지할 것인가? 지지율이란 등락을 거듭하는 것이고,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국민에게 약속한 일을 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야 할텐데 왜 당을 부수는데 그렇게 열심일까?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 나가기 위하여 창당된 여당이 앞다퉈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열중하고 있다. 그들을 누가 믿어줄 것인가? 유리하면 자기편이고, 불리하면 바로 적이 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보낼 국민이 없을 텐데 그들은 왜 대통령을 흔드는데 노력을 기울일까?
그것은 정치를 잘 못 배운 탓이다.
그동안 권모술수만을 정치의 유일한 기술로 배워왔기 때문이다. 정치를 상행위로 착각하고 해왔기 때문이다. 모든 판단은 자신과 자신의 무리들에게의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기준을 두고 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다른 세력을 제압하고 압살해야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이 당원이라는 원칙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치자영업을 영위하는데 유리한 것만 선이고, 그것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모두 악이라는 인식하에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구도를 신주단지 모시듯하고, 공천장사에 방해되는 상향식 정치가 싫고, 장사에 역시 재미를 보지 못하는 낮은 지지율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을 이름하여 정치자영업자라 부를만하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영업에 유리한 것이 무엇이고, 불리한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된다. 그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한나라당에 맡기는 것에 비하여 그리 나아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집권은 몸서리치게 싫다. 개혁세력이라고 여기던 정치인들은 모두 개혁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말로는 잡탕통합을 외치고, 행동은 분열에 열심이다. 그들중 아무도 국민의 관심을 끄는 대선주자조차 없다. 이시대의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이 피할 수 없는 불행이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