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MB 정부 안보불감증은 DJ-盧 성공 때문”
친노특강 “盧 외교의 반은 UN총장 만들기였다” 회고도
[데일리서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9일 남북 정책과 관련 “이명박 정부의 비극은 역설적이지만 지난 10년의 성공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서 “안보 불감증을 비판했던 보수진영이 안보 불감증이라는 전염병에 감염돼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좋은민주주주의연구소’ 주최 “오바마 행정부, 전환기 세계질서, 한반도 정책 전망”이란 주제의 신년
에서 “지금 같은 위험적인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정례
에서 자신있게 ‘남북관계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됐다고 보는 것이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문 교수는 “그러나 내가 볼 때 지금 그렇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최악의 사태까지도 준비하는 외교적 신중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선거 때 이룰 수 없는 선거 공약을 무수히 남발하는 것은 경미한 죄악이지만 실현할 수 없는 공약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은 치명적 죄, 원죄와 같다’고
의 한 지인이 말했다”고 소개한 뒤 “남북간의 간극이 너무나 심하다, 747 공약도 바꿨는데 왜 남북정책은 바꾸지 않는가”라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문 교수는 “그냥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고 하면 되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이북 사람들이 그렇게 비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다, 국가 안보에 관한한 보수와 진보의 양분 논리를 벗어난 초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1월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온 문 교수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다”며 포럼 분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지난해는 26개국에서 국가 원수들이 왔는데 올해는 45개국 원수들이 참석했다”면서 “그간 시장주의자들 중심의 포럼에서 벗어나, 세계 금융 위기로 국가의 역할이 중요시되니까 국가 원수들을 불러 국가 개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역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보스포럼 시장주의자들 공황상태…희망 메시지 서로 권장”
문 교수는 “당시 IMF의 올해 경제 성장 예측 보고서가 나왔는데 2차대전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얘기했다”면서 “7000만 실업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 등이 발표되자 분위기는 더욱 침통해졌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아담 스미스가 얘기했던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규제가 실패했다는 것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기 시작했다”며 “시장의 자기 조절 기능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그간 시장을 신주단지처럼 믿었던 시장만능주의자들에게는 거대한 공포이며 공황심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공포 그 자체에 포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서로 희망의 메시지를 권장했다”면서 “자신만만했던 시장 숭배자들이 모여서 ‘국가가 개입해 달라’, ‘국가 개입을 위해 서로 협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 교수는 “금융 자본가들의 탐욕에 대해
들의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면서 “올바른 윤리와 가치에 기초하지 않는 자본주의는 망할 수 있다, 이윤 추구에 대한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문 교수는 “‘1979년에는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고 1989년에는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이제 2009년에는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는 한 중국인 참석자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며 ‘중국 구원론’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또 한국 경제와 관련해선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관심 보다는 당시 발표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전면대결 성명 등에 관심이 높았다”면서 “외신을 통해 계속해서 이 뉴스가 나오자 모든 참석자들의 관심사는 남북 관계가 중단될 가능성과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집중됐다”고 소개했다.
문 교수는 “상황을 잘 설명해 안심시켰지만 정부는 이런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잘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핵무기 폐기되면 한국 관계없이 김정일 만날 것”
문 교수는 북미관계와 관련해선 “북한이 3단계의 ‘검증 가능한 폐기’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때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미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며 “과거에는 우리 정부가 북미가 서로 만나도록 노력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북미간 차단을 중점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의 무기가 폐기될 경우 한국 정부의 입장과 관계없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한미FTA와 관련해선 문 교수는 “비준을 추진한다면 차라리 대선 전이 나았는데 선거가 끝났다면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다음에 해야 한다”면서 “서둘러 나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우선 미국은 지금 경제적 어려움이 많다, 또 민주당이 상원, 하원 다수석을 갖고 있으며 오바마는 지난 대선에서 노동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당선됐다”고 지적하며 “상황이 FTA 추진을 더 압박할 경우 미국 진보 진영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많다, 오바마 정부 진영이 갖춰진 후 정책 검토하는 과정 등을 다 보고 같이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명박 정부는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기 위해 한국 국회에서 먼저 통과시켜 부담을 주겠다는 것인데 몇개월 빨리 하고 안하고에 따라 결과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니까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 교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력으로 탄생했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의 배려가 없었으면 오늘의 반기문 총장이 없었을 것이다, 반 총장 본인도 잘 안다”고 밝히고 “사실 참여정부 정상외교의 반은 반기문을 유엔총장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유엔총장은 원래 미얀마, 스웨덴 등 중립국에서 나오고 다른 상임 이사국들의 비토 때문에 동맹국에서는 나오기 힘들다”고 제약 상황을 지적한 뒤 “한국에서 유엔총장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참여정부가 추진한 동북아 균형자론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에 너무 편중되지 않고 근거리 외교를 하면서 제 3세계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대통령이 4~5개월 정도의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해외 순방을 했다”면서 “본인의 자질, 대통령의 헌신적 노력, 참여정부의 외교적 행보 등이 합쳐져 중국, 제3세계의 표를 받게 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날 특강 및 토론회는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용섭·백원우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 및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회원 등이 참석했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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