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언론이 본 대통령, 대통령이 본 언론
2007.2.25 / 참여정부 4년 특집 KBS 미디어포커스
<전문> 언론이 본 대통령, 대통령이 본 언론
2007.2.25 / 참여정부 4년 특집 KBS 미디어포커스
지난 1963년 10월, 공화당 박정희 민정당 윤보선 후보가 격돌한 제 5대 대통령 선거.
표심은 막판까지 오리무중이었다. 선거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민정당은 박정희 후보의 좌익 경력을 들춰, 막판 폭로전을 펼쳤다. 동아일보는 호외까지 발행해 박정희 후보가 여수순천반란사건과 관련해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야당의 폭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박정희 후보는 투표일 하루 전, 다급하게 "정적을 빨갱이로 모는 악습을 없애야 한다"고 항변해야 했다.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등 3후보가 각축을 벌인 지난 92년 14대 대선.
조선일보는 선거일을 20일 앞두고 정주영 후보가 적당하게 많이 득표하면 김영삼 후보는 떨어지고 김대중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며 노골적인 여권 표 단속에 나섰다.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일을 사흘 앞두고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대선이 이회창, 김대중 양자구도로 압축됐다며 막판구도에서 이인제 후보를 사실상 배제해버렸다. 이 기사는 국민신당의 항의시위와 함께 주요언론사 정치부 기자 103명이 중앙일보의 불공정 보도를 질타하고 나서는 사태로 번졌다.
하지만 언론의 대선 막판 개입 사례는 이후에도 반복됐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일 조선일보가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 언론은 이처럼 권력 교체기의 길목마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극대화하기 위한 편파보도를 일삼았다. 반면 권력의 힘이 압도적 우위에 있을 땐 몸을 낮춰, 아부와 굴종을 택하고 권언유착의 단물을 즐겼다. 방송 또한 독재 권력의 충실한 대변자로, 통치이데올로기의 선전기관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
한국 언론의 이런 정파적 편향성과 기회주의적 속성은 언론을 통제해 안정적인 통치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정치권력의 속성과 맞닿아 있고, 그 뿌리는 미군정시대로 거슬러 간다. 해방 이후 남한에 진주한 미군은 초기에 자유방임적 언론정책을 펴지만 곧 좌파는 물론 진보적 민족주의 성향의 신문까지 폐간시켰다. 당시 미군정보고서가 극우나 우파 성향 신문으로 분류한 동아, 조선일보 등만이 살아남았다.
그 이후에도 언론의 이념적 다양성은 단 한치도 용납되지 않았다. 영구집권을 꾀하던 독재 권력은 제도권 언론을 동원해 국민들의 불만을 무마시키고 통치기반을 강화했다. 전두환 정권은 언론통폐합과 언론인 숙청을 통해 본격적으로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언론 길들이기 정책을 폈다.
그러나 주류 언론과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집권 세력이 등장하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참여정부 출범 4년.
대통령과 언론 사이의 난투극이 지난 4년간 계속됐다. 그러나 기득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주류 언론의 욕망과, 언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권력의 욕망은 이 난투극 속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내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4년이 되는 날입니다. 저희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4년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를 되짚어보고, 바람직한 언론과 권력의 관계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특집으로 마련했습니다.
이 자리에 오세균 기자와 윤상 기자 나와있습니다.
윤 기자, 앞서 준비한 화면에서도 봤듯이 지난 4년 동안 전개된 대통령과 언론의 대립은 곡절 많았던 한국 언론역사를 통틀어서도 분명 생소한 상황이었는데, 먼저 4년 전 취임초기 상황부터가 그렇지 않았습니까?
네, 흔히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국정 운영의 틀을 다지기까지 비판보도를 자제하는 관행이 있는데, 이를 밀월 시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취임 때는 이 최소한의 밀월 시기도 없었습니다. 참여 정부가 출범한지 만 4년, 보수 일간지들은 요즘 거의 매일 날 선 언어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거론하는 보수 언론의 평가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4년 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첫 날부터 비판은 시작됐습니다.
"새 정부는 개혁과 통합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 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나갈 것 입니다."
취임식 당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약속이 똑같은 제목의 기사로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문제 삼았고 취임 이튿날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에 대해 기사와 사설 할 것 없이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논조를 드러냈습니다.
새 대통령 취임초기 한시적이나마 비판기사를 자제한다는 이른바 밀월 기간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참여 정부 출범 이후 2주간의 사설을 분석한 결과 동아일보는 35건 가운데 21건이 조선일보는 37건 가운데 19건이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습니다.
"지원하지도 않은 후보자가 대통령이 됐고 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언론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에 이런 밀월관계는 기대해 볼 수 없었고 취임 첫날부터 이런 시장 지배적 신문들은 아주 비판과 비난 일색의 보도로 시작을 했고"
하지만 이 같은 보수 언론들의 태도는 이전 정권 출범 때 보여준 모습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쿠데타와 광주학살에 이어 체육관 선거로 출범한 5공화국. 12대 전두환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경쟁하듯이 내놓은 기사와 사설은 찬양과 희망 일색으로 채워졌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두환 정권 출범에 비해 정도는 덜 했지만 지면에는 축하와 기대의 분위기가 가득 찼습니다.
밀월 보도의 관행은 김영삼 정권 출범 때도 어김없이 지켜졌습니다. 문민정부에 대한 낙관을 담은 기사들은 김영삼 정권의 개혁 구호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새 대통령과 언론의 밀월 관계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 때도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통일이나 대북관이 자신들과는 달랐지만 국민에 의해 선출된 만큼 최소한의 예를 갖추긴 한 것입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때는 이런 최소한의 밀월관행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게 언론의 책무라고는 하지만 정부와 국민에게 이렇게 큰 괴리감을 주면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제대로 국정을 수행해 나갈 수 없습니다."
네, 새 대통령을 예우하는 밀월 관행이 노무현 대통령 대에서 아예 끊어진 것인지, 아니면 새 대통령에 따라 내년 이맘때면 부활할 것인지 보수 언론의 내년 보도태도가 주목되는군요. 오 기자, 그런데 노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은 취임 전에도 충분히 예상된 일이죠?
그렇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장관 시절이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일부 언론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취임 초기부터 특유의 어법으로 언론에 대한 공세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국정토론회에서 언론 보도행태를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부당하게 짓밟고 항의한다고 더 밟고 맛볼래 하며 가족 뒷조사하고 집중적으로 조지는 횡포를 용납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의 이런 부정적인 언론관은 사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주요 언론사에 대해 전면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가자 야당과 해당 언론사들은 언론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언론과의 전쟁 불사론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전쟁 불사 발언은 큰 파문을 일으켰고, 보수 언론들은 장관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당시 노 장관은 조폭적 언론에 맞서야 한다며 다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노 대통령과 보수 언론의 악연은 지난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당일,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던 정몽준씨가 투표를 7시간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철회하자, 조선일보는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습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회에서 가진 첫 국정연설에서 이 사설을 염두에 둔 듯한 대 언론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동안 대통령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었던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사정권이 끝난 이후에도 몇몇 족벌언론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했습니다. 저 또한 부당한 공격을 받아 왔습니다. 그 피해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고통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발언은 이제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취임 초기 언론과의 화해를 권유하는 외부 보고서가 전달되기도 했지만 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그 이후 언론 유화책을 건의하는 보고서는 더 이상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J 정권이 언론과 유화책을 제시했지만 끊임없이 공격을 받았고 그러면서 그런 식의 유화책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참여정부 취임초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말자 하면서 단호한 태도를 갖게 됐습니다."
취임이후 노 대통령이 수없이 쏟아낸 언론 관련 발언을 분석해 보면 크게 4가지 유형의 언론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일부 언론이 반개혁 세력의 중심에 있다는 인식입니다.
"바꾸어 가고 있는데 끝까지 안 바꾸고 정치하는 사람들도 그 중 한 가지고 언론사도 그런 기초 위에 서 있습니다. 그냥 자기들끼리 그러면 좋겠는데 저를 못살게 하니까 자구적인 방어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인식은 3년 후 더욱 강화된 형태로 표출됐습니다.
"언론은 또 하나의 권력입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입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합니다. 더우기 몇몇 언론사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언론이 지식사회의 중요한 축이고, 특히 시장지배적 언론의 경우는 이미 권력화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비판과 견제의 대상이 돼야한다는 것입니다.
"공직사회가 이 언론 집단에게 절대 무릎 꿇어서는 안된다."
언론도 비판과 견제의 대상이라는 인식의 연장선에서 잘못된 보도에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습니다.
"정부는 부당한 왜곡보도에 있어서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오보에 대해 서는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로 대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형사상의 책임도 물어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개혁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오로지 언론과의 부당한 유착관계를 끊은 일 뿐입니다. 과거 권언유착의 악습을 탈피하자는 것도 노 대통령의 언론 발언에 주로 등장하는 화두였습니다. 서로 정도를 걸으며,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정도를 걸어 갈 것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언론도 정도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윤 기자, 노 대통령의 언론관은 나름대로 확고하고, 신념에 차 있는 것 같은데요, 대통령이 말한 이른바 족벌 언론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 없었죠?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겨냥했던 신문들은 기사 뿐 아니라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문제삼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미디어포커스는 노 대통령에 대한 주요 신문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언론이 역대 대통령들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살펴보기 위해, 조선, 동아, 한겨레 등 3개 신문의 사설 가운데 제목에 대통령이 언급된 사설을 뽑아 심층 분석했습니다. 지난 1980년부터 2007년 1월말까지 대통령이 제목에 들어간 사설은 세 신문 합쳐 1183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때까지는 대통령을 언급한 사설이 50건 미만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 시절 100건을 넘어서더니 노무현 대통령 때는 아직 임기가 1년이 남았으나 무려 276건이나 됐습니다.
동아일보도 조선일보와 비슷한 추세로 노무현 대통령 들어서 대폭 늘어났습니다.
반면 노태우 정권 초기 창간된 한겨레는 별로 큰 차이는 없었으나, 김대중 대통령 시절 상대적으로 대통령 사설 수가 가장 적었습니다. 1980년부터 연도별로 보면 2003년 초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신문들의 대통령 사설이 폭증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조선과 동아의 경우 역대 대통령 시절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언론 관련 주제를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각각 14건씩 실었습니다. 대통령의 인사나 친인척 관련 사설도 조선과 동아일보의 경우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이 제목에 언급된 사설에서는 단 한 건도 없었지만,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양 신문 합쳐 76건이 게재됐습니다.
"민주화 이후에 정부에 대해서 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그런 평가를 담은 사설을 쓸수 있는 재량이나 능력이나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기자, 사설의 전반적인 논조는 어떤가요?
네, 그래서 사설 논조를 크게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로 나눠 봤는데요, 조선과 동아의 경우 역대 대통령 중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었고, 역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부정적 사설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분석 결과 조선일보는 전두환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설이 분석 대상 사설 전체의 98%에 이르는 반면, 반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설이 전체의 89% 가량이나 됐습니다.
이어 김대중,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순으로 부정적 사설을 많이 썼습니다. 동아일보의 경우 분석 대상 사설의 87% 가량이 전두환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93%가 부정적 사설이었습니다. 이어 부정적 사설의 비율은 김대중, 노태우 대통령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김영삼 대통령이 가장 낮았습니다.
한겨레는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사설이 91%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순이었으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비판 사설이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각 신문이 분석 대상 사설에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릴 때 그 이유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분석했는데요,
조선은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인성, 품성, 태도를 문제 삼아 가장 많이 비판했으며 김영삼,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에는 정책 능력의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습니다. 동아는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인성, 품성, 태도에서 부정적 평가 이유를 가장 많이 찾았으며, 노태우 대통령은 주로 정책 능력의 부족을 들어 비판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적 사설이 없었기 때문에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조선과 동아일보의 경우 이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거의 적용하지 않았던 이념 성향과 역사관을 문제 삼아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사설이 각각 분석 대상의 27%와 24%에 달했습니다.
"대통령과 언론이 정치적으로 정파적으로 이념적으로 갈등관계에 있을 때 보도는 객관적인 보도나 권력감시형의 비판 보도를 넘어서 정치적인 비방이나 공격의 성격을 띄게 된다는 것이죠."
이번에는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 기자. 앞서 언급한 언론관과 함께 노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런 피해의식이 대통령의 언론 정책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네, 노 대통령 스스로가 과거 독재에 굴종했던 언론들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자신을 매도하고, 공격하는 현상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이고, 이런 부분이 권언유착을 깨고, 소수 언론의 여론 독점 현상을 타파하자는 언론 정책으로 구체화됐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직후인 지난 2003년 3월, 기존의 출입기자 제도를 폐지하고 개방형 기자실과 공식 브리핑제를 도입합니다. 기존의 폐쇄적인 출입기자제도 대신, 일정요건을 갖춘 모든 언론과 기자에게 취재를 개방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의 정부기관 사무실 방문 취재도 제한했습니다.
가판신문 구독도 중단했습니다. 공무원들이 부정적이거나 잘못된 기사의 삭제 또는 정정을 요구하면서 발생하는 권언유착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개방형 브리핑제와 가판폐지는 어떤 효과가 있냐면 소수 영향력을 발휘하던 특권언론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다른 언론에게 나눠주는 효과가 있다."
참여정부의 기자실 개방과 브리핑제 시행성과에 대한 한 연구는, 새로운 언론취재 시스템이 언론사 간 차별과 취재원과의 유착, 촌지 수수와 향응 등 기자실의 각종 폐단들을 크게 해소시킨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언론 보도의 질적 향상은 크게 저하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6개 정부부처의 4개 신문 출입기자들이 작성한 574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75%, 즉 4건 중 3건의 기사가 이른바 관급기사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부처 사무실 방문취재가 제한되면서 고급 정보의 입수가 힘들어져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위협받는 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브리핑제도의 운영부실도 문젠데, 지난 2004년 상반기 중 21개 장관급 중앙부처와 장차관 브리핑 횟수는 주 0.5회 이하였던 것으로 나타나, 당초 목표한 주 1회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타나났습니다.
"브리핑에서 제공된 정책 정보가 기사 요건에 갖춰지지 않은 경우 많기에 기사 만들게 된다. 쉽게 만들어지는 게 정부 공격하고"
브리핑 자체의 부실도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운을 좌우한다는 한미 FTA 협상의 경우 협상을 총지휘하고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개시 선언 이후 1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기자 브리핑을 갖지 않았습니다.
또 웬만한 자료는 대외비 등으로 지정해 통제를 가하다보니, 협상 내용 등과 관련해 수많은 오보가 발생하고, 국민적 혼란만 가중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포커스는 이번 대통령과 언론관련 특집 취재를 위해서 청와대와 국정홍보처에 개방형 브리핑제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청와대나 정부의 새로운 취재 시스템이 결국은 대통령의 통치철학이나 국정 방향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활용되고, 언론 인터뷰에도 홍보 효과를 따져 선별적으로 응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정부부처 출입기자 10명 중 8명가량은 개방형 브리핑제의 부분적 개선 또는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방형 브리핑제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너무나 형식적 측면에 치우쳐서 실질적으로 언론자유의 확대라든가 그 기사의 획일성개선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보다 오히려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그런 인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 기자 언론의 대통령에 대한 보도 태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네, 신문 사설에 역대 대통령의 정책수행 능력과, 인성, 품성, 태도, 그리고 이념과 성향 등이 어떻게 묘사되고 평가됐는지를 여러 변인을 두고 분석해 봤는데요. 신문의 입장에 따라 또, 대통령에 따라 흥미로운 패턴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조선과 동아, 한겨레가 대통령에 대해 정책과 품성, 이념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대통령 사설 내용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다면적으로 평가한 내용을 알기 쉽게, 보기 쉽게 도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상응분석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강남과 서울대에 대한 증오 심리, 기업인과의 소통부족, 비현실적 조세 정책,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능력에 대해 주로 갈등을 조장하고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으며 정책 이해도도 떨어지는 유형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국익을 위해 애쓰는 대통령, 정치의 선진화에 앞장서는 대통령, 소신 있는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전두환 대통령은 신문 사설에서 추진력이 높고, 갈등 조정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책 몰이해, 추진력 부족 등의 부정적 평가로 사설에 거론됐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정책 이해도와 갈등 조정 능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노태우 대통령은 여론 수렴 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추진력에선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겨레 사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추진력과 정책 이해 능력은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갈등 조장이란 부정적 평가도 곁들여져 있습니다. 조선과 동아는 노무현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오만하며 경망스럽고, 책임을 전가하는 유형에 가깝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두환 대통령은 결단력이 있는 유형으로 분석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변덕스럽고 책임을 전가하는 유형에 김영삼 대통령은 신중하고, 책임감이 있고 겸손한 유형에 노태우 대통령은 우유부단한 유형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이에 반해 한겨레의 경우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책임감 있고, 신중하며 결단력이 있는 유형으로 평가했습니다. 반면 노태우 대통령은 변덕스럽고, 경망스럽고, 책임을 전가하는 유형에, 김영삼 대통령은 오만한 유형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우유부단한 유형으로 분석됐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이념 평가의 경우 조선과 동아 사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급진적이다, 반시장적이다, 부정적 대미관을 갖고 있다, 신자유주의적이다, 포퓰리즘적이다, 이런 유형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조선과 동아에서 전두환 대통령은 개혁, 혁신적이며 긍정적 대북관을 갖고 있는 유형으로 분석돼 노무현 대통령과 평가를 달리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부정적 대북관에 포퓰리즘적 유형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혁, 혁신적이며, 안정적인 유형에 노태우 대통령은 시장경제 친화적인 유형에 들었습니다.
이미 역사적 평가가 내려진 역대 대통령을 제외하고, 특히 현 대통령에 대해 일반인들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와 주요 신문 사설에 나타난 평가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데요. 결국은 언론이 주입한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기자로서 진실과 사실보도에 얼마나 충실해야 하는지 절감하게 됩니다.
오 기자, 앞서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취 재시스템 변화 측면에서 살펴봤는데, 제도적 차원의 언론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요?
오보나 왜곡보도에 대한 적극 대응과 함께 신문시장 질서 정상화 조치나 신문법 개정 등 제도적 차원의 정책이 진행되고 있지만 오보대응을 제외하고는 지지부진한 상탭니 다. 취임 직후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을 잘못 보도한 기사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언론보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까지 못을 박았습니다.
이에 따라 각 정부부처가 언론사를 상대로 청구한 중재신청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기관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중재신청은 모두 597건. 김대중 정부 때보다 5배가 넘었습니다.
나중에 취하하기는 했지만 노 대통령이 직접 오보 대응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오보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교정해 줄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리고 한번 나가게 되면 국가나 정부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지게 되고 그래서 그런 것이 수십년간 반복과 정에서 이제 이러면 안되겠다고 해서 현정부가 나선 것이죠."
그러나 청와대가 앞장서가며 언론 보도에 대한 소송이나 중재신청을 독려하는 행위는 취재환경을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출입기자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악의적 언론보도에는 악의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발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현 정부의 언론정책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중앙일보는 최소한의 예의나 품격마저 내팽개친 막말이라고 맹비난했고, 조선일보는 공정위가 노 정권의 대 언론 전쟁에 충실히 봉사했다며 권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권 위원장은 그런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며 언론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습니다.
"악의적 보도에 대해서 악의적 대응하겠다. 잘못 전달된 거로 전 그렇게 말할 사람 아니잖아요. 제가 이야기한 게 그렇게 잘못 전달되니까 당혹스럽던데"
권 위원장이 실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발언 논란을 매개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와 보수 언론의 대립에는 근본적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공정위는 신문시장정상화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신문지국의 불법 경품 신고자를 대상으로 신고포상제를 시행하고, 신문구독관련 불편 사례 수기공모를 실시했습니다. 신문 판매시장의 불공정,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자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를 언론탄압이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공정위는 신문의 공세에 위축된 듯 수기공모 결과를 담은 보도 자료도 내지 않고 간단한 브리핑으로 처리했습니다.
"작년 12월 말, 공모가 완료돼서 100건 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말 6명에 대해서 시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수기공모 결과 처리 과정을 볼 때 공정위의 신문시장정상화조치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공정위가 이 시장 문제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서 문제이지, 조, 중,동에서 얘기한 거처럼 심하게 해서 문제가 된게 아닙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이 제도를 통한 언론 개혁의 하나로 만든 신문법도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판결로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개 신문이 전체 신문시장의 30%, 세 개 신문이 60%를 차지하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불이익을 준다는 조항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전체발행부수 뿐만 아니라 광고료, 구독료, 제반수입, 이런 부분을 총체적으로 하지 않 았기 때문에 그것은 위헌이다 이렇게 판정이 난거다. 위헌판결 후 여와 야, 시민단체가 각각 제출한 신문법 개정안이 모두 법안 심사 소위에 올라와 있지만, 내용이 크게 달라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제도적으로 언론을 개혁한다는 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그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것이 취지를 살리기 보다는 역작용, 정치적 논란만 키워서 역장용을 낼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윤 기자, 어쨌든 지난 4년 간 시민들은 대통령과 언론의 다툼을 불안하게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는데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언론 수용자들은 철저하게 소외될 수 밖에 없었지 않습니까? 뭔가 해법은 없을까요?
사실 대결 양상이 당장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권력과 언론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닙니다. 언론과 권력이 유착해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보수 언론이 그 정파성에서 탈피해 저널리즘의 본 모습을 되찾고, 정권도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데 상황은 반대로 치닫고 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불량 상품론을 펴며 언론에 대한 공세를 계속했습니다.
"아무 대안도 없고 대안이 없어도 상관없고 그 결과에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배상도 안하는 그런 상품이 하나 있지요?"
발언의 강도도 갈수록 세졌습니다.
"몇몇 기자들이 딱 죽치고 앉아 가지고 기사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만들어 나가는, 있는 것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고 보도자료들을 자기들이 가공하고 만들어 나가고 담합하고.."
참여정부 4년 기념 심포지움 자리에서도 언론에 대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언론이 앞으로 정확하고 공정한 언론, 책임있게 대안을 말하는 언론, 보도에 책임을 지는 언론이 될 때까지 또 사주의 언론이 아니라 시민의 언론이 될 때까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 언론들도 참여정부 4년 평가 기사 등을 통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습니다. 시민들이 양 측의 공방에 지치고, 불안해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현 대통령과 언론의 공방 와중에서도 다음 대통령을 노리는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우호적인 동정보도는 끊임없이 보수 신문의 지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명박을 지지하는 언론인 출신 모임의 발족과 공항 검색대의 박근혜 전 대표, 굳건한 한미동맹 구상을 밝힌 박 전 대표 국가지원 보육정책 구상을 밝힌 이 전 시장. 정권 교체되면 한미 관계 좋아질 것이라는 이 전 시장의 언급과 박근혜를 지지하는 외곽조직 발족 모임 등.
주요 신문에는 이명박 전 시장이 나오면 박근혜 전 대표도 나오고, 박근혜 전 대표가 나오면 이명박 전 시장도 거의 똑같은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범여권 후보는 물론 한나라당내 다른 대선후보들과의 형평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년 내내 언론과 정권이 건전한 긴장관계에서 정도를 걷자고 외쳤지만 이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보수 언론도 지난 오욕의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찾지 못하고 지난 4년간 고질적인 정파적 패거리주의와 강자만을 바라보는 기회주의적 속성을 강화시켰을 뿐입니다.
권력과 언론이 친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긴장관계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참여정부가 권언유착의 폐해를 어느 정도 단절한 것은 그래서 성과라고 할 만 합니다. 그러나 정권이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권위주의에 불과합니다. 결국 그 결과는 권력과 언론의 관계가 불신과 분노로 점철되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좋은 언론은 정부가 만들 수 없습니다.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하겠다는 기자들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독자들이 함께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정치] 윤상 기자 外
입력시간 : 2007.2.25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