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라고 서울 사는 큰 형네 집에 다녀왔습니다.
거기도 인터넷은 되지만 우리 형제들간에 얘기하고 아랑이랑 사촌동생이랑 재밌게 노는 거
구경한다고 여기는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와보니 역시 또 내부문제로 시끌시끌합니다.
읽어보니 역시 여기도 화두는 소통입니다.
며칠전으로 잠깐 돌아갑니다. 이번에 큰 형 외아들, 큰 조카가 초등교원임용시험에
4번 째로 떨어졌습니다. 교대 4학년 때 친 시험땐 1차 필기에서 떨어지더니
2,3,4차 모두 1차는 합격하고 2차 논술에서 떨어졌답니다.
이 아이가 중학교때는 공부를 잘했나 봅니다. 서울에 있는 외고 영어과를 다녔거든요.
그런데 뭐가 부족했던지 외고에 가서는 성적이 신통찮았던 모양이지요.
수능시험을 죽 쒔다더니 역시 실리를 좋아한다는 큰 형 답게 교대 나와 초등학교 선생만
되면 평생 직장 걱정 없다며 지방에 있는 교대를 보냈습니다.
그 때부터 4년 간 설날 친척집에 세배가면 큰 형은 큰 조카가 선생님이 다 된 것 처럼 얘기했고
친척들은 또 그를 요즘 세상에 공무원하고 선생님이 최고라고 부추겼습니다.
그렇게 큰 형 내외의 소망이자 자랑이던 그 아이가 처음 친 임용고사에서 떨어졌습니다.
당사자인 조카는 물론 큰 형, 형수 모두 충격이었겠지요. 그리고 설 날에 큰 형이 자기는 아들이
임용고사 합격한 다음에야 세배드리러 간다고 친척보기 창피해서 못간다고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시험 실패 원인을 두고 큰 형입에서는 "지가 공부 안하고 놀아서 그렇지 뭐."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 째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형수는 애가 발표날 집에 안들어 오길래
어디 자살하러라도 갔나 싶어서 걱정이 되었답니다. 설 전날 형제들이 다 모여서 얘기를 하면서도
큰 형은 혹시나 공부하러 도서관에 간 아들이 오지 않나 문쪽을 흘금흘금 돌아보며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 애가 잘못될까 걱정이다.' 면서
설 며칠 전에 큰 형이 술을 드시고 제게 전화했습니다. 아들이 또 떨어졌다면서 미치겠는데
아들에게 아무 말도 못하겠다고 아들이 있으면 집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한답니다.
이번 설 전날 큰 조카는 밤 늦게 들어왔습니다. 술 기운을 빌려서 큰 형이 조카에게
너는 우선 군대를 갔다 와라.그 것 해결하고 나서 사립학교라도 선생 될 때까지
내가 밀어주겠다고 말합니다.
술 드신 분들이 늘 그렇듯 간단한 그 말을 했던 말 또 하고 또하고 한 3,4번은 한 모양입니다.
조카놈이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좀 그만해. 나는 여태 엄마 아빠가 하라는 대로 살아왔다.
임용고사도 떨어지면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해서 또 치고 또 떨어지고 여기까지 왔다.
20대 중반 나이에 부모님께 용돈 받아 쓰는 것도 마음 편치 않다. 엄마 아빠가 밀어주지 않아도
나도 알바 할 자리는 다 있다. 군대 갔다 와서 내 인생 내가 살겠다.
이 녀석이 키가 183센치에 몸무게가 120킬로가 넘습니다.
곰 같은 놈이 아빠말 듣기 싫다고 바닥에 엎드리고 있다가 벌떡 앉아서 소리를 지르는데
쟤가 어릴 때 내 말을 잘듣던 그 조카가 정말 맞나 싶습니다.
아들이 소리를 지르니 아빠가 다시 뒤로 뺍니다. 그래도 니네 엄마는 네가 군대 간 동안
미리 어떻게 하면 사립학교 선생이라도 될지 방도를 알아 보자는 건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직장도 없는 자식이 독립하겠다는데 어느 부모가 속 편하냐?
말을 들어 보니 교대 다닐때 4년 내내 놀다가 이제 실력이 안되서 선생의 꿈을 접고 싶고
이제는 자기 인생 스스로 살겠다는 조카 말도 맞습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직장도 없는 조카가 독립하겠다니 직장 잡을 때 까지는 챙겨주겠다는
큰 형 말도 맞습니다. 그래도 될 수만 있으면 교대를 다녔으니 사립학교라도 선생을 할 수 있는지
방도를 찾겠다는 큰 형수 말도 맞습니다.
그런데 서로가 자기 목소리만 내고 싶어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결국 조카가 군대 다녀와서 직장 잡으면 될 일이고 못 잡으면 그 때까지 큰 형이
좀 더 고생할 뿐입니다. 뻔한 문제죠.
이런 문제는 가족간에 서로 서로 상의하면 답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큰형 재산이 많아서 형수와 조카가 유산 문제에 경쟁자인 것도 아니고 큰 형이 하는 일자리를
조카가 차지한다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가 잘되기를 바라는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카문제고 큰 형네 일이지만 제가 나서봐야 나중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서
그저 구경만 했습니다.
처음 시험에서 떨어 질 때는 집에 가면 아빠가 때려 죽일 지도 모르겠다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 놓았다는 조카가 같은 시험에 4번을 떨어지고도 큰 소리를 칩니다.
처음에 외고 3년에 대학 4년에 자식에게 들인 돈과 눈물이 생각나 자식을 죽이고 싶었다는
큰 형은 지금은 외아들 삐뚤어질까봐 집에서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대화가 없었던 탓이지요? 서로에세 자기 처지를 말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바라는 것을 솔직히 꺼내 놓고 대화를 했다면 상황에 밀려서 이렇게 처량하게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올 해도 큰 형네는 설 세배를 4번 째 빠뜨렸습니다. 내 년에 조카 군대 보내고 나면
세배 다닌다나요.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 시민광장도 소통이 부족한 게 아닌가요?
이렇게 싸우다가 3년 후 총선에서 4년 후 대선에서 울 대장 또 낙선하면.
그 때 또 낙선한 정치인을 어떻게 띄울까 궁리해도 소용없습니다.
미리 미리 소통해야 합니다. 대화하는 연습이라도 해야 합니다.
특히 논란이 심한 글에 댓글 갯수는 많이 붙어도 실제로 보면 2,30명이 다 입니다.
그들의 전화번호도 다 알고 있고 메일주소도 다 아는 집행부에서 먼저 손을 내미십시오.
당선되기 전에 말하던 것과 당선되서 일하려고 보니 다른게 많다면 그대로 말씀하시고
이번 건처럼 척 보면 문제 되겠다 싶은 것들은 좀 미리 미리 서로 서로 전화를 하시던지
공유하십시오.
저 같은 사람은 그저 시민광장이 좋은 글로 넘쳐나기만 바라니 몰라도 관계없습니다.
쌈구경도 하루 이틀이지 그 다음 수순이 뻔한데 이런 글들만 메달 달고 올라오는
중앙게시판을 누가 끈기를 갖고 들여다 보겠습니까?
아마 이 곳을 보는 많은 분들도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시민광장도 화두는 소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