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쫓겨나는 뉴타운·재개발 서민
갖은 행패에도 구청·경찰은 수수방관
생명위협에 쥐꼬리 보상금 받고 이사뉴타운·재개발지역에 살던 주민들이 부족한 보상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일명 용역깡패로 불리는 철거업체 직원들의 폭력과 위협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같은 폭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주는 국가 공권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구청과 서울시, 경찰이 주민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위협에 대해 방치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재개발 지역 주택가에 ‘나가라’는 낙서가 쓰여진 담벼락 옆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10일에는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이 동작구 상도동 재개발구역 주민들을 위협하며 철거를 강행했다(왼쪽). <박재찬기자>
21일 재개발 등 예정지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철거업체 직원들이 처음 나타나는 것은 관리처분 인가가 떨어질 즈음이다. 이른 시일 안에 주민들이 이사를 가도록 해, 공사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관리처분 인가가 나기 한달 전인 지난해 6월 왕십리뉴타운 2구역. 돌연 나타난 철거업체 용역직원들은 주민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사를 안 가고 남아있는 사람들 집에 돌을 던지고, 전기나 수도를 끊어버렸다. 눈에 잘 띄는 상가 유리창을 깨트려 동네 모습을 흉하게 만들었다. 왕십리뉴타운 세입자대책위 이은정 위원장은 21일 “당시 구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구청에서는 ‘기둥과 지붕이 남아있으면 집을 부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답했고, 경찰도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만 답하고 방치했다”고 말했다.
상도4동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동네에 상주하기 시작한 철거업체 직원들이 이사를 가지 않는 주민들에게 욕을 하거나, 1m 뒤에 따라붙어 감시를 하며 다니다 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10월에는 매일 밤 빈집에 불을 질러 주민들이 불이 번질까봐 밤잠을 못 이루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0일 참사가 일어난 용산4구역도 마찬가지다. 용산4구역 주민은 “용역들이 손님으로 가장해 옆 손님에게 시비를 걸어 싸우고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길에 쓰레기와 오물을 버려 영업방해를 해왔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일도 다반사다. 400여명의 철거업체 직원들이 철거를 단행한 지난해 10월10일 상도4동에서는 주민 40여명이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주민 오현숙씨는 “용역들의 폭력에 주민들마다 이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나가고, 팔이 부러지는 등 심하게 다친 사람이 많았다”며 “경찰들이 안 보는 곳에서 쓰러뜨린 후 발로 얼굴을 밟았고, 여자들 머리채를 휘어잡아 물 항아리에 머리를 담가 물고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찰은 이날 철거업체 직원들의 폭력에 대해서는 방치한 채 주민들이 업무방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9일 왕십리뉴타운에서는 철거업체 직원들이 세입자대책위 사무실을 찾아가 주민들을 끌어내고 폭력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철거업체 직원에게 맞은 주민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건도 일어났다. 하지만 경찰은 신고를 받고도 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분통이 터진 주민들이 황학동4거리에 누워 길을 막자 200여명의 경찰이 출동해 주민 39명을 연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상적인 폭력과 위협에 시달리다보니 많은 세입자들이 조합이 제시한 보상금을 받고 이사를 가게 된다. 용산4구역에서도 전체 890명이었던 세입자 가운데 763명은 보상을 받고 이사를 간 상황이다.
뉴타운재개발바로세우기연대회의 이주원 국장은 “현재 경비업법에는 제재 및 처벌조항이 없어 철거업체 직원들이 함부로 행동할 수 있으므로 경비업법에 처벌조항을 넣고, 정부와 지자체, 경찰이 철거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폭력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