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심
'정치는 좋은 방법으로 사심을 추구하는 것이다.' 2002년인지 2003년인지 분명치 않지만 시민님의 어록입니다. 여기서 사심이란 '권력욕'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어떤 대학생 모임 강연이었지 싶은데, 누군가 대통령 출마의사를 묻자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나는 두가지가 부족하다. 하나는 뛰어난 애국심이고 또 하나는 불타는 권력욕이다.'
국가를 위한 가장 큰 봉사인 대통령직을 각오할 만큼의 높은 애국심을 나는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고, 또 그러려면 내가 그것을 꼭 해 보겠다는 남다른 권력욕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가 못하다... 늘 그렇지만 시민님 스스로의 평가와 심경을 솔직히 드러내는 말씀이시죠.
2002년 정치를 시작하신 이래, 대권도전 의사 뿐 아니라 정치를 계속하실 것이냐는 질문에 늘 하시던 답변이고 실제로 영원한 리버럴리스트 유시민의 진심임이 여러 조사 결과 확인되었죠.^^;;
여야를 막론하고 선수(選數) 좀 된다는 정치인 뿐 아니라 한 예측 한다 하는 정치평론가와 언론인 사이에서도, 공교롭게도 20년만에 16대 대통령과 함께 임기가 끝나는 17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노무현 때문에 정치를 시작한) 유시민은 (노무현과 함께) 정치를 그만두지 않겠냐고들 했습니다.
4.15 총선 승리로 재선의원이 되신 이후에는 오히려 그 결심이 더욱 굳어지셨던 것 같습니다. 걸핏 하면 어서 공익근무를 마치고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난 후 낚시가방 메고 집을 나서고 싶다는 시민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아슬아슬한 심정의 지지자들은 또 그렇게 말하곤 했죠. '제발 정치 안 한다는 말만 안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가 곁가지로 새네요. 암튼 시민님, '정치 계속 결심' 시기의 정설은 4.2 전대 직후입니다. 어떻게든 유시민을 쫓아내려고 했던 자들이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얻은 거죠.
나쁜 사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애국심에 근거한 권력욕이 사심이기에 그 공익적 권력욕은 조금도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훌륭한 일이죠. 우리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직업정치인'이라고 부릅니다. 나라와 사람을 위해서 좋은 정책비전을 만든 당사자가 스스로 그 정책을 펼쳐보고자 할 때에는 권력이 있어야 하기에,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과정이 정치의 시작이자 주요 활동이 됩니다. 민주공화국에서 그 과정의 귀결은 '선거'죠.
훌륭하기에 존경받아야 할 '직업정치인'들을 왜 우리는 종종 정치꾼, 정치모리배로 부르곤 할까요? '정치자영업자'라는 폄하적 표현이 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뭘까요? 금권부패 동원정치, 지역주의 볼모정치 등 많은 표현을 하지만 그것은 결과일 뿐이고, 원인은 그들의 권력욕이 애국심이라는 공익에서 시작하지 않았고 특정 무리의 '사익'을 위해 시작된 것이기에 그렇게 되었겠죠.
특정 무리의 사익을 위한 '패거리정치'는 그 과정이 깨끗할 수가 없죠. 선거가 혼탁해지는 거죠.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끝난 이후까지도. 이기면 이기는 데로 지면 지는 데로.
'좋은 방법으로 사심을 추구하는' 정치는 정상적이고 좋은 정치입니다. 권력 장악에 실패하더라도. 직업정치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정치. 사심의 시작이 사익이었거나, 사익은 아니었지만 나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독선적 독점적 권력욕으로 일관하거나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나쁜 방법으로 사심을 추구하면' 나쁜 정치입니다. 권력 장악에 성공하더라도. 정치자영업자가 하는 정치.
'궁물'은 서프의 눈팅들이 2004년말 국참 출범 직후에 만든 용어죠. 정치자영업자들의 정치 전 과정에 걸쳐서 거래되는 모든 사익과 나쁜 방법의 흔적들을 우리는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시민광장의 사심
시민광장 선거가 끝났습니다. 시민광장 집행부(대표 및 집행위원장)라는 권력을 가지려 했던 사람들의 사심(권력욕)은 어디에서 근거했을까요?
시민광장의 사심(애국심)은 유시민을 믿고 사랑하고 지지하는 마음입니다. 시민광장의 회원은 직업정치인이 되려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여러가지 이유로 직업정치인이 될 수 없는 (혹은 되려 하지 않는) 많은 분들이, 유시민이라는 정치인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선택하여 자신이 꿈 꾸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입한 사람들입니다.
유빠들은 내가 믿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든 힘을 보태줘서 종국에는 나를 위해서 (우리가 흔히 하는 다른 말로는 우리의 딸 아들들이 살아갈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유시민의 가치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어찌 보면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가장 충실한 것이 시민광장이죠. 인물이냐 가치냐 말씀들 하시는데 가치가 출마하고 정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당연히 인물이고 우리의 인물은 유시민이고 시민광장이 유시민의 팬클럽임은 흔들릴 수 없는 본질이고 정체성입니다.
처음에는 이유 없이 자연인 유시민이 그저 좋아서 가입했던 분들도 결국에는 그렇게 됩니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기에 당연히 도와준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유시민의 가치와 자신의 욕구 사이에 의미 있는 함수관계를 만들어 내는 거죠. 그런 분들이 오래 유시민을 믿고 사랑하고 지지합니다. 비록 어느 시기 왕성하게 활동했더라도 그 함수 도출에 실패하는 분들은 결국 시민광장을 아주 떠나기도 하죠.
사심은 있어도 의심은 없습니다.
누구보다 그 일을 잘 기획해 내고 누구보다 그 일에 더 봉사해 보고 싶었던 분들이 시민광장 집행부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훌륭한 '사심' 속에는 유시민과 시민광장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더 큰 책임을 지고 싶다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그 중 한 쪽이 회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1위를 한 쪽이든 2위를 한 쪽이든 시민광장의 정체성에 벗어나는 사익을 추구했을 리가 없으며, 나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을 리 없으며, 따라서 나쁜 방법으로 사심을 추구했을 리가 없습니다.
'궁물', '정치자영업자'. 터무니 없는 단어를 언급하며 발칙한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유빠 스스로의 '자해'이고, 유시민과 시민광장에 대한 공공연한 '모독'이며 '위해'입니다. 정치혐오증이란 일찌감치 극복했던 것이기에 힘차게 참여정치 시즌2를 열어가고 있는 시민광장에게는 더욱 의미 없고 소모적인 자기 검열일 뿐입니다.
사심은 있어도 의심은 없습니다. 시민광장의 역사는 거꾸로 가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 지나 온 길 같지만 온 길보다는 가야 할 길이 훨씬 멀리 보입니다. 2007년 가을, 비록 대의를 대세로 완성시키지는 못했지만 모두들 무기력해 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이 시기에 힘차게 내일의 희망을 쌓아가고 있는 유일한 곳, 시민광장의 힘을 믿습니다.
시민광장의 2008년은 지금과는 또 다르게 진화한 더 큰 광장이 되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