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연휴가 짧다. 그래서 하루 더 추가해서 명절을 보냈다.
분주히 돌아다녔고, 과거 어느 해 설보다 기억에 남는 그런 날이었다. 연로한 양부모님이 모두 계신 부산가는 길은 열차도 차도도 그리 붐비진 않았다. 남녘은 봄이 저만치 다가와 손짓하는 듯 하다.
동백나무는 온통 붉은 꽃을 매달고 있었고 유달리 늘 푸른 상록수가 많은 가로수 길은 겨울은 이미 지나간 것처럼 보였다. 날씨는 푸근하고 따뜻하여 볼일 보기엔 아주 좋은 기온이다.
명절 다음날은 너무나 아쉽고 덧없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의 49제가 있는 날이다. 사찰로 향하는 길엔 매화가 꽃망울을 잔뜩 터트리고 있었다. "다 죽었다 싶은 앙상한 나무도 봄이 되면 저렇게 꽃을 피우건만, 사람은 한번 가면 다시는 못 오는구나..." 모친의 한탄은 모두의 눈물을 짓게 만들었다.
정각 오전 10시에 시작한 동생의 49제는 오후 2시까지 쉼없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한 마음으로 극락왕생을 빌었다. 멀쩡한 하늘에 왜 빗방울은 후두둑 떨어 지는지... 또 다시 공원 묘지의 조상님 산소를 갔었다. 거기에도 양지바른 곳에는 어김없이 매화가 피어 있었다.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그런 설날이다. 모처럼 식구들이 다 모인다고 모친은 성치 않은 몸으로 온갖 음식을 다 장만 하였다. 모친이 잘하는 음식은 모두 상에 다 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민어찜, 홍어강정, 홍합조림. 해산물이 대부분이다. 근처 대형마트에 가면 싱싱한 해산물이 다 있건만 모친은 꼭 자갈치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간다. 그러지 말래도 자갈치 시장을 가야지 직성이 풀린다고 하니 못 말린다.
우리는 모두 눈물 반 맛있는 음식이 주는 맛을 동시에 맛보았다. 조카들과 부루마불 게임도 하고, 오륙도 바다가 바로 코 앞에 펼쳐지는 '이기대'도 갔었다.
친척들이 줄줄이 다녀 갔다. 고종사촌 중엔 대구에 사는데 큰 교회의 장로가 있다. 언제나 정치적인 발언을 즐겨 하는데 대구에 살고 고향은 경북 청도이니 말 해서 뭣하리. 친척 거의가 다 경북 청도, 구미, 대구에 살고 있다. 그러니 성향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가족도 청도에서 출생하여 부산으로 와서 살고 있다.
열렬한 이명박의 지지자인 교회 장로 사촌은 이명박 대통령을 완전 확신하고 있었다. "경제를 아는 대통령에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니 이제 대한민국은 복 받을 일만 있다"라고 하였다. 늘 하는 소리이지만.
사촌은 "이명박의 지지율이 48%"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여동생만 빼고는 모두 한나라당의 대세를 인정하고 있었다. 단지, 박근혜와의 검증논쟁은 마음에 좀 걸려 한다. 그렇다고 박근혜를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누가 뭐래도 박근혜는 신성불가침으로 여긴다. 왜냐면 박근혜를 비난하면 박정희에게 누를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검증이 뭐가 필요해. 이명박은 서울시장 할 때 모두 검증 받았잖아. 털면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사람 나무 위에 올려 놓고 흔들면 안 되지..." 서로 이런 말을 주고 받는데 나로서는 참 곤혹스런 시간이다. 나는 속으로 " 저렇게 마음 여유있는 이들이 어째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한마디 한마디 모두 걸고 넘어지고 욕을 퍼부으면서..."
사람들의 심리가 정말 양면적이다. 내가 좋아하면 모두 옳은 것이고, 내가 싫으면 그건 잘못 되었다고 간단히 제단해 버린다. 참여정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은 어쩔 수가 없다. 북한 김정일과 가까운 정부라는 인식을 버릴 수가 없다. 아니 굳게 믿고 있다.
박근혜와 이명박 검증논쟁이 다소 불안해 하지만 눈에 띄게 여유와 느긋함을 보인다고 느껴졌다. 제 아무리 그래도 이젠 판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만나 본 경상도인 들에겐 이명박의 흠은 귀에 전혀 와닿지 않았다. 뭐 그 정도야 어때? 이런 식이다. 박근혜에 대한 동정심은 바닥에 깔고선.
명절 보내느라 인터넷을 며칠 들여다 보질 않았더니 큰 기사가 많다.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진영 비판이 있었고. (내가 평소에 진보진영, 진보학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점을 대통령께서 제대로 맥을 짚었다.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인터뷰가 화제를 올라 있다. 왠만해선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분인데 인터뷰를 하셨구나.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