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여직원과 대화를 했습니다. 손위 동서때문에 스트레스가 있더군요.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이번 구정을 맞아서 시댁에 내려가야 하는데 형님내외가 미리 표를 구해논 겁니다. KTX 4석... 제가 보기에 상당히 호의적인 행동이었죠. 돈 내라는 것도 아니고 내려갈 차편을 모두 마련해줬으니 동생내외의 귀성길 문제를 미리 해결해준 셈입니다. 문제는 KTX를 타고 갈 경우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또 택시를 타고가야 하며, 저녁 늦은 시간에 출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직원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오밤중에 내려가봐야 도착하면 자정지나서다. 형님이 좀 일찍 가서 시어머니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그 야밤에 뭘 할 수 있겠나. 다음날 아침에 버스편으로 도착하나 오밤중에 서둘러 가나 일은 아침부터 시작할 건데 괜히 여정만 복잡하고 힘들어진다." 덧붙여 시부모는 늦은 시간까지 안자고 기다려야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양쪽 다 나름 타당성이 있습니다. 설혹 아무 도움이 못된다 해도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고픈 마음을 가졌다는 것 만으로도 좋게 볼 수 있으며, 도움도 안되면서 모두들 번거로운 일을 만드느니 아침에 도착하는 게 낫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헌데 서로들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작은 말실수가 있었고 그게 또 화근이 돼서 감정이 틀어졌나봅니다. 신랑이 형수에게 문제가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무시하라고 했다더군요.
결론은....KTX표는 휴지가 됐고, 형님내외와 동생내외는 따로따로 가기로 했답니다. 결국 시부모는 밤늦게까지 큰아들 내외 기다렸다가 다음날은 작은아들 내외를 기다리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밥 챙겨줘야 하니까...
여성비하의 오해를 무릅쓰고 이야기 했습니다.
"망하는 형제관계는 마누라들 때문이다."
눈이 동그래지길래 좀 더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갈등하고 오해하고 살게 마련인데, 만일 형제가 미혼이라면 둘이 직접 부딪히던가 풀던가 그러고 말 것입니다. 갈등이 있어도 둘이서 풀 문제로 국한되기에 당사자가 직접 접촉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풀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각자 결혼해서 생활을 하면 갈등을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오게 됩니다. 집안에서 이야기할 때에는 부부끼리만 이야기하게 되죠. 부부는 운명공동체이기에 서로의 생각을 추켜세우기도 하고 편들어주면서 강화해 갑니다. 혼자 생각할 때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던 것도 둘이 이야기하다 보면 좀 더 확고한 생각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동생이 자기 부인에게 형수가 문제가 있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라고 했다는데, 형은 뭐라고 했을까요? 십중팔구 동생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겁니다. 부인을 위로하려면 제수씨 흉도 좀 봐야죠. 이런 식으로 양쪽 다 자신만의 견해를 우월하거나 옳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은 비하하게 됩니다. 눈 앞에 없으니 부담도 없고 가장 쉬운 방편일 겝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각자 충돌할 수 밖에 없는 프레임을 구축해가다가 한번 부딪힐 때가 있으면 잘 해소가 안됩니다. 도리어 새로운 갈등이 또 다른 씨앗이 돼서 서로에 대한 시각을 왜곡하게 되죠.
이런 문제는 소통구조의 문제로 치환해 볼 수 있습니다.
부인 = 형 - 동생 = 부인 관계에서는 형과 동생의 관계보다 각 내외의 연결 밀도가 높습니다.
위 경우만 해도 처음 차표를 구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형님내외끼리만 이야기했고, 그 정보가 형을 통해 동생에게 전달됩니다. 그동안 생각했던 각종 이유들을 이야기했을 테지만 부부가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을 모두 전달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이 정보를 동생이 들고와서 자기 부인과 이야기합니다. 형이 마음속에서만 품고 말하지 않았던 생각이나 배려를 추측해야 하죠. 이제 동생부부는 귀성길의 방법을 통보받은 셈입니다. 둘이 이야기하죠. 하지만 어떤 대안도 만족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불평 하나가 나오고 그것을 중심으로 동생부부는 밀도높은 대화를 합니다. 그리고 결론냅니다. 형님이 성급했다. 그 다음은 뻔히 보이는겁니다.
제가 보기에 양쪽 모두가 부부간의 소통은 잘 하는데 상호간엔 거의 교류가 없는게 문제였습니다. 혹 한달에 한번이라도 같이 놀러 다닌다거나, 자주 안부라도 묻거나 하는 식으로 편한 관계였다면 형님내외가 처음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때에 물어봤겠죠. 이야기 와중에 교통비를 형님이 내주겠다고 제안까지 하면 금상첨화였을 겁니다. 자그마한 갈등의 불씨조차 진화하거나 미연에 방지하지 못할 정도로 형제간 혹은 동서간 소통이 없었던 거죠.
시민광장의 갈등문제도 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개인과 개인간의 소통이 잘 될 수록 좋은 것이지만, 그런 것은 시민광장 전체의 시각으로 볼 때에 적절한 균형 안배가 이뤄져야 합니다. 나쁜 경우엔 소집단 형태의 네트웍이 두드러지면서 진영을 형성하고 진영 안에서 소통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어떤 이념이나 프레임들을 기반으로 내부의 구성원들 생각이 강화됩니다. 서로 동떨어진 그래서 이질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두 집단이 만나면 대립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