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장관 정국전망]
‘솔직 토크’ 우리당 곧 소멸…분당 재집권 희망 날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18일 단독 면담과 지난 8일 출입기자들과의 만찬은 각각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재임 중 정치적 현안에 말을 아꼈던 유 장관은 현 정국과 대선 상황에 대한 거침없는 분석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특유의 달변과 단정적인 어법들이 동원됐다. 그는 “이렇게 정치적인 말을 하기는 정말 오래간 만이다. 요즘 정치 상황에 대해 언론에서 너무 모르는 것 같다”라고도 말해 작심하고 얘기를 꺼낸 듯한 인상을 줬다. 다음은 유 장관의 발언을 정리했다.
◇ 정국 분석
① 열린우리당은 곧 사라질 것
(열린우리당 소멸은) 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우리당 창당은 당이 왕조에서 공화제로 바뀌는 실험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핵심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와 같은 의미의 당 강령 1조 ‘모든 것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이다. 민주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로마처럼) 왕조→과두체제→공화제로 변모해야 한다.
이전의 당은 대통령이나 보스 1인의 명령에 의해 공천이 있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것을 거부했다. 총선 때 딱 한 명 비례대표로 공천했다(부산 출신 조성래 의원). 하지만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은 바로 그 다음날부터 우리당 안에서 당 강령 1조를 없애자는 말이 나왔다. 공천을 자기들이 하겠다는 것이고, 공화제를 부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싸웠다.
그리고 주위에서 하도 “지분(持分),지분” 하길래 “좋다. 그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얼마인지 한 번 보자”는 의미에서 (내가 우리당 최고위원) 경선에 나갔다. 나가보니 우리(개혁당파)도 20%는 있더라. 하지만 우리는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맨날 바깥에서 마당 쓸고, 꼴 베고….
역설적으로 한나라당은 과두체제로 잘 꾸려가고 있다. 여러 세력들이 자기들의 방식으로 타협해서 당을 꾸리고 있다. (야당) 10년 동안 자기들만의 방식을 터득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당은 아니다. 왕이 갑자기 사라졌고 결국 계파간 타협이 없었고 그런 것이 쭉 이어져 분당사태가 나온 것이다. 아마 당은 곧 없어질 것이다.
② 분당으로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 99%
사실 분당사태 이전만 해도 재집권 가능성 10%는 있었다. 하지만 분당으로 그것마저 날아갔다.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은 (현재로선) 99%다. 김한길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가 당을 새롭게 만든다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당을 만들려면 이념이라는 ‘깃대’를 꼽고 돈·사람이라는 ‘자재’가 들어가야 완전한 집이 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깃대도 없고 자재도 없다.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 끝이다.
③ 쇼비니즘, 반동이 일어날까 두렵다
지금 국민들이 이런 (참여정부의) 민주화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옛날에 독일과 일본에서 그랬다. 민주적인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이후 나치 정권의 ‘쇼비니즘(Chauvinism·배타적 애국주의)’이 나타났다. 이런 반동은 역사에서 간간이 일어나는 일이다. 일본도 1920년대에 (군국주의 부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럴 가능성이 있다. 지금 노 대통령과 내가 열심히 사회복지정책이나 다른 것들을 많이 쏟아내는 것은 징검다리를 만들어 다음 정부에서 지금껏 이룩한 것들이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④ 고건 전 총리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난 처음부터 고건 전 총리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고 전 총리도 세를 늘리려 했지만 당을 만들지 못했다. 깃대도 없었고 자재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에게는 여러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자신들이 희생을 한다는 등 스스로 자재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저 나중에 자리나 차지하려고 했던 사람들만 몰려들었을 뿐이다. 결국 지지도 하락, 우리당 분당을 통한 세불림이 막히고 마지막으로 대통령한테 한 방 먹으니까 날라간 거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지지도가 2위로 떨어지는 순간 아웃된다.
◇ 참여정부의 에피소드들
① 대선 당시 숨어 있는 지지층 우리가 많았다
처음 노 후보 지지율이 엄청 떨어졌다. 한 번은 동네 조기축구를 나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노 후보를 많이 욕했다. 아무도 여기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래서 조용히 “그래도 두 아들 군대 안보낸 사람보다 낫지 않는가” 했더니 “하긴 그래”라고 조용히 말하는 걸 들었다. 그때 유심히 살펴보니 딱 20%였다. 노 대통령은 20%를 기본으로 먹고 가는 사람이다. 탄핵 때 한나라당에서 숨어 있는 지지자들을 모르고 안심하고 탄핵을 밀어붙였다. (이로 인해) 결국 한나라당이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② 정권 초기 자리에 앉힐 사람이 없었다
요즘 자기 사람 앉힌다고 말이 많은데 처음 정권을 잡고 나서는 아무도 없었다. 대통령을 만든 6명이 한 번 자리를 함께 했다.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누가 청와대로 가서 보좌할 것이냐에 대한 자리였다. 모두들 “방송으로 간다” “영화하러 간다” 면서 아무도 안가려고 했다. 결국 정태인에게 “네가 방송 접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갔다. 그런데 지금 그 사람 결국 청와대에서 나갔지 않는가. 권력에는 이상하게 모이려는 힘이 있더라. 처음엔 사람이 없다가도 나중에 모든 것을 끌어들인다. 지금 청와대도 그렇지 않은가.
나보고 (노 대통령의) ‘실세’ ‘복심’이라고 하는 데 사실 그렇지 못하다. 개헌을 요구할 때 나에게 상의 한마디 없었다. 노 대통령이 주위의 만류에도 일을 벌이고 언론과 맞상대하는 데 그것은 그의 스타일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지식인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더라.
③ 정동영 전 의장은 복지부 장관을 했어야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을 했는데 사실 복지부 장관을 했어야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이 엄청 배려해줬다. 노인폄하 발언으로 상처가 많이 났었는데 거기(복지부) 가서 만회하고 성공하라는 것이었다. 정 전 의장이 복지부 장관이었다면 문제되는 국민연금, 노인수발보험 같은 것들을 정말 단숨에 해치웠을 것이다. 그 때만해도 힘이 있었고 또 최대 계파의 보스가 한다는데 누가 반대를 했겠는가. 이런 걸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권했는데 정 전 의장은 거부했다. 왜 그랬는지….
④ 우리 국민에겐 ‘역린(逆鱗)’이라는 게 있다
국민들은 참을성이 많지만 역린이라는 걸 가지고 있다. 용을 타고 놀다가도 딱 그 부위만 건드리면 (놀던 사람이) 죽는, 그래서 촉망받는 정치인들 여럿 죽어 나갔다. 김민석씨의 경우도 정말 촉망받는 인물이었지만 대선 당시 노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다른 곳으로 갔다. 김민석은 국민들의 그 역린을 딱 건드린 것이다. 물론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 무섭다.
◇ 자신의 거취에 대한 생각
① 한국인 100명에 대한 평전 준비
한국인 100명에 대한 평전을 쓸 것이다. 옛날 마포에 작은 사무실도 하나 내고 실제로 준비했었다. 모두를 내가 쓰는 건 아니고 난 5명을 쓸 것이다. 제일 먼저 쓰고 싶은 사람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다. 30년 넘게 2인자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다음은 광양에 제철소를 만든 박태준씨, 그리고 정주영씨다. 마지막 2명은 문화계 사람들이다. YS나 DJ는 그다지 쓸 게 없다.
② 당복귀 이번이 아니면 힘들어
당 복귀를 하게 된다면 요즘밖에 없다. 대통령이 (당으로) 가라고 하면 가야지. 하지만 그 이후에는 갈 수도 없다. 당이 없어지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는데 그들 중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오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원해서 (복지부로) 온 만큼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할 것이다. 대통령을 만나면 “좀 조용히 가시죠”라고 한다. 대통령은 계속 듣고만 있다가 그래도 계속 가야한다고 한다.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내가 대통령 덕에 좋은 것 다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대통령 욕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 국민일보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