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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우리편
박완서 글 | 2007-02-19 20:05:34 | 조회 935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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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우리편  -  박완서

  우리집은 이사를 참 자주 다닙니다. 내가 이사를 뭐라는 걸 알 만큼  철이 나고 나서도 벌써 세
번이나 이사를 했습니다. 나는 지금 국민학교 삼학년밖에 안 됐는데  그 동안에 전학을 두 번이나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사가 싫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생각을  따로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이사는 아주 큰  일이니까 어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아이들이  참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
다.
  내가 태어난 집은 셋방이었다고 하는데  물론 나는 그 집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내가 세  살 때
처음 장만했다는 집도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내게 생각나는 집은  방이 둘 있고 봄이면 베란다에
페츄니아꽃이 색색으로 피던 아파트입니다. 그 집으로 이사할 때 생각도 어렴풋이 납니다. 엄마는
연탄불을 안 갈아도 되는 아파트로 간다고 좋아했지만 나는 앞으로도 뒤로도 똑같은 아파트만 보
이는 동네가 참 심심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집에서  나는 유치원도 다니고 국민학교에 입학
도 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기 때문에 곧 심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학년이 끝나고 이학년이 시작될  무렵 우리는 방이 셋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갔습니다. 학교
도 전학을 했습니다. 친척들이 우리가 이사간 아파트에 와 보고  이집은 참 빨리빨리 부자가 된다
고 부러워했습니다. 엄마는  `부자는요, 현주가 곧 육학년이 될  테니까 공부방을 따로 주려고 좀
무리를 해서 장만했답니다`라고 겸사의 말씀을 했지만 속으론 은근히 뽐내고 싶은가 봅니다. 싱글
벙글 입을 못 다물고 좋아했습니다.
  현주는 우리 누나인데  그 때까지 할머니하고 같은 방을  쓰고, 나는 엄마 아빠하고 같은  방을
썼었는데 누나에게 독방이 생기면서  내가 할머니하고 같은 방을 쓰게 됐습니다. 엄마는  나도 혼
자 쓰는 공부방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이사를 가야겠다고 했지만 나는 할머니와 같은 방
을 쓰는 게 조금도 싫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삼촌이나 고모들이 잡수시라고 사 온 과자나 과일을 숨겨 놓았다가 내가 입이 궁금할
때라든지 기분이 언짢은  때를 영락없이 알아맞추시고 꺼내  주시곤 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걸
얻어 먹을 수 있어서  할머니가 좋은 건 아닙니다. 만일 그렇다면 돼지밖에 더  되겠어요? 할머니
의 정말 좋은 점은 내가 학교나 밖에서 보고 느낀 걸 할머니도 똑같이 느껴 주시는 겁니다.
  이를테면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할머니는 본 적도 없으시면서 좋아해 주시고 내가 싫어하는 친
구는 할머니도 싫어해 주시는 겁니다. 물론 나는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우리 반의
누구누구는 왜 좋다는 얘기를 낱낱이 합니다. 그럼 할머니는 주의  깊게 들어 주시고 나서는 얼굴
하나 가득 미소를 띠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아니 참 귀엽고 될성부른 녀석이로구나. 할머니 마음에 드는구나”
  그러고는 자주 그 아이 얘기를 하고 싶어하시고 나보다 더 의리 있게 그 아이를 좋아해 주십니
다. 또 내가 도무지 좋아할 수  없는 아이에 대해선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십니다. 할머니가 하도
꼬치꼬치 싫어하는 까닭을 물으시면 귀찮기도 하지만, 싫어하는 까닭이  아무 근거도 없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아이를 미워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열없어
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간혹 싫어하는  까닭이 더욱 분명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 때는 영락없이
할머니도 나의 싫어하는 마음에 공감해 주실 때입니다. 그럴 때  할머니는 슬픈 듯이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그래 그래, 그런 비겁한 아이하곤 상종을 안하는 게 좋겠다”
  “그래 그래, 그렇게 거짓말을 잘 하는 아이하곤 안 노는게 좋겠다”
  이렇게 할머니는 내 친구들에 대해 뭐든지  다 알고 계시고 나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셔서
나는 할머니를 내 친구의 한 사람인 줄 착각할 때 있습니다. 친구  중에서도 마음이 잘 통하는 친
구처럼 공감을 같이 나눌  할머니가 계시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나는  이렇게 할머니하
고 같은 방을 쓰는 게 조금도 싫거나 불편하지 않았는데도 엄마는 나에게도 독방을 갖게 하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엄마의 소원은  내가 삼학년 때 이루어져서 우리는  또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방이 하나 더  늘어나서 방 네 개짜리 아파트로 말입니다.  할머니와 나는 서로 딴 방을  쓰게 된
것을 잠깐 언짢아했을 뿐 곧 새 집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아파트는 앞으로도 뒤로도 아파트만  보이는 그런 답답한 동네가 아니고 베란다에 나가면
넓은 들판과 작을 집들과 저 멀리 산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들판에는 밭도 있지만 그냥 잡초가
무성한 빈 땅도  있고, 시뻘건 흙이 드러난 작은 언덕도  있고 오솔길도 있습니다. 할머니와 나는
저녁 나절이나 이른 새벽에 손 잡고 그 들판을 산책하기를 즐겼습니다.
  “아아 오래간만에 흙 냄새, 풀 냄새를 맡으니 살 것 같구나. 이 곳 경치는 할머니가 태어난 시
골만 못하지만 그래도 많이 닮았다. 길수야, 난 이속이 좋구나. 이 곳에 오래오래 살고 싶구나”
  그럴 때 할머니는 그 들판에 남아 있는  큰 나무가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처럼 생기 있고 자유
스럽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지 같이 좋아해 주신 할머니입니다. 할머니
가 좋아하시는게 난들 안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또 그 들판에서 나는 새로운 할머니를 발견했습
니다. 할머니가 그렇게 훌륭한 자연 선생님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내가 자연책에서 그림으로만  알고 있는 풀과 채소의 이름을 할머니는  그 들판의 자연 속에서
찾아내어 보여 주셨을 뿐 아니라 자연책에도 없는 온갖 풀  이름을 알고 계셨습니다. 토끼풀과 사
금파리가 어떻게 다른가는 실제로 봐야지 그림으로는 도저히 나타낼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
니다. 할머니는 달개비  이파리로 풀피리를 만드는 법도 가르쳐 주셨고  쇠비름 뿌리로 `신랑방에
불 켜라, 각시 방에 불 켜라`하는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오이와 호박이 어떻게 덩굴을 벋고 어떻게 열매를 맺나, 잎과  꽃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도 실제
로 보면서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못 생기거나 늙은 여자를 보고  호박꽃이라기에 미운
꽃인 줄 알았더니 아주 환하고 예쁜 꽃이었습니다. 어린 호박이 달린 암꽃은 특히 예뼜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들판을 헤매고 나면 마음이 상쾌해지면서 몸 속 깊은 곳에서 맑은 샘울 같은 기
운이 솟는 걸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나는 들판을 내다 볼  수 있는 새 아파트가 마음에
쏙 들어 다시는 이사가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이사 오자마자 또 이사 갈 궁리부터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들판에 있는 작은 집들이 마음에  안 드나 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거기 있는 집들은 작을  뿐 아
니라 불결합니다. 하수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화장실은 몇 집에서 같이 쓰는데도 작고 수세
식이 아닙니다. 나도 그런 집 앞을  지날 때면 얼굴이 조금 찡그려집니다. 엄마는 그 집들이 무허
가 건물이라 언젠가는 헐릴 테지만 헐릴 때까지도 못 참겠다고 불평을 합니다.
  “싼 맛에 이사를 왔더니만 싼 게 비지떡이지, 아유 이 파리 좀 봐, 밤엔 모기가 잉잉대고...”
  엄마는 파리도 모기도, 그 밖에 못된 것은 다 그 무허가 집들로부터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까 그런 집에 사는 아이들과 누나나 내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도 불만입니다.
  “더 작은 아파트로 가서 길수가 또  할머니하고 같은 방을 쓰는 한이 있어도 이사를 가야겠어
요. 학군을 봐야 하는 건데, 여긴 학군이 틀렸단 말예요”
  엄마가 아빠한테 이렇게 불평하는 걸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와는  달리 나는 새 아파트는 물
론 전학한 학교도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 반 반장은 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처음엔 건강하고 늠름한  덩치가 참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저 믿음직스러
운 덩치 때문에 반장으로 뽑혔으리라고 짐작했습니다. 사귀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덩치가 큰 만큼  마음도 커서 누구나 그 아이  마음에 들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비겁한 아이나 거짓말  잘하는 아이까지도 받아들일 여유를  그 아이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아이는 공부도  잘 했습니다. 줄창 일등은 아니었지만 줄창 일등짜리처럼  점수에 안달
을 안 하고도 좋은 성적이 나왔기 때문에 더욱 그 아이의 공부가 돋보였습니다.
  내가 반장을 좋아하는 마음 속에는 존경까지 섞여 있었습니다.  친구를 존경한다면 이상하게 들
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존경이 섞이지 않은 우정은  우정도 아니
라는 건방진 마음까지 들었으니까요.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고 싶은데 새벽잠이  없으신 할머니가 나를 깨우
셨습니다.
  “길수야, 할머니하고 산책 가자. 할머니 호박이  더 컸나 길수 호박이 더 컸나 가서 봐 주자꾸
나”
  요전 일요일날, 할머니하고 나는  비슷하게 예쁜 애호박을 하나씩 자기 호박으로 정해  놓고 누
가 먼저 크나  경쟁을 시키기로 한 것입니다.  나는 아이들과 다름없이 장난꾸러기처럼  반짝이는
할머니의 눈빛에 이끌려 아침잠을 쫓고 들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거기서 반장을 만난 것입니다.  우리들의 호박이 자라고 있는 밭에 반장이 물을  주고 있었습니
다. 가뭄이 계속되고 있어 타  들어가던 채소밭이 그 아이가 뿌려 주는 물을 머금고  싱그럽게 살
아나고 있었습니다.
  “너도 우리 아파트에 사는구나?”
  나는 반가워서 소리 질렀습니다.
  “아니야, 우리 집은 바로 조오기야”
  반장은 호박밭 머리에 있는  조그만 집을 가리켰습니다. 그 아이는 무허가 집에  살고 있었습니
다. 무허가 동네는 파리나 모기나 그  밖에 나쁜 것들만 키워내는 줄 알았더니, 그 아이처럼 건강
하고 마음씨가 넓고 공부 잘하는 아이도 키워 내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일요일이라 바삐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나는 신이 나서 할머니에게 그 아
이 얘기를 오래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그 아이를 좋아하시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
다.
  엄마가 학군이 나쁘다는 핑계로 또 우리 집을 팔려고 하자,  할머니가 아빠와 엄마를 같이 불러
놓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범아, 그리고 어멈도 듣거라. 여기처럼 좋은 학군은 다시 없을게다. 전번에도, 그 전번 학교
도 너희들은 부잣집 아이만 반장 시킨다고  얼마나 불평이 많았니? 그게 너희들의 오해든 아니든
듣기 싫었는데 이 학교는  얼마나 좋으냐? 조오기 들판에 무허가 오두막에 사는 아이가,  글쎄 길
수 반 반장이지 뭐냐? 길수는 그 아이를  깊이 좋아하고 있단다. 나도 그 아이가 좋다. 길수를 그
아이와 오래 사귀게 하고 그 좋은 학교에서 졸업시키고 싶다. 난 이사에 반대다”
  할머니가 그 때처럼 권위 있어  보인 적도 없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감히 반대할 엄두도  못 낼
만큼 권위 있어 보이는 할머니가 내 편이라는 건 너무도 든든한 일이었습니다.

     

덧글쓰기 | 전체글 2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여성여러분덜  

조오 위 길수할머니처럼만 삽시다요...엄마처럼 살지 마시고요...
왜냐구요? 아 다들 나중에는 할머니가 되시잖아요오~~
07-02-19

스피치  

명상 365

-오쇼-

2월 19일

우리의 심안은 먼지로 덮혀 있다.







어떤 시대, 어떤 세기에도 오늘날 우리처럼

사랑에 대해 그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랑에 대하여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속이고 있다.

사람들은 사랑이 없어 죽어간다.

육체가 음식을 필요로 하듯이,

영혼은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은 필수조건이다.


음식의 경우, 그대는 그것을 경작하고,

제조하고,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의 경우, 그대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배워야 한다.

긴장을 풀고, 자신을 열고, 모든

모든 존재에게 진실로 유용해지는 방법을!


그것은 모험적이다.

자신을 열어놓는 것, 노출은 위험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닫아 놓는다.

닫아 놓으면 그들은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안전할지는 모르나 삶이 사라진다.

살아 있을 지라도 죽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거의 무덤 속에 들어 있다.

- 안전한, 안심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보장된, 아무 두려움이 없는 -

그러나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보장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진정한 삶은 항상 모험적이다.

그리고 사랑은 가장 위대한 모험이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존재가

그대를 점유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존재는

그대가 존재 속으로 녹아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그대를 점유할 수 있다.

그러한 융합 속에서 사랑이 자라난다.

그대가 존재하지 않을 때 사랑이 존재한다.

그것이 신이 나타나는 방법이다.

사랑은 신의 시작이다, 신의 전조이다.

태양이 내뿜는 최초의 빛이다.


명상곡 : Refiection/Secret Garden
0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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