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은 어떻게 다르고, 경제인과 경영인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차기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레토릭은 역시 경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국민이 개념조차 잘 인지하지 못하고 용어를 대하면서 누가 국가경제를 이끌어 가기에 적절한 사람인지 혼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그런 혼동을 이미 하고 있으며, 아주 오랬동안 개념의 혼동에 노출되어 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습니다. 용어를 좀 간략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할 듯 합니다.
경제라는 용어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전체의 부를 어떻게 확대하고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효율성과 형평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 됩니다. 효율성이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부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하며, 형평성이란 그렇게 창출된 부나 재화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즉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부의 형평성있는 분배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두가지는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간단히 장기적 관점에서의 국익을 창출하는 활동이 바로 경제라고 기억하면 될 것입니다.
경제에는 세가지 주체가 있습니다. 국가와 기업과 가계입니다.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생산활동을 추구하는 경제주체입니다. 가계는 생산에 참여하고 소득을 얻으며, 그렇게 얻은 소득으로 소비하는 주체가 됩니다. 기업과 가계는 서로 상생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점도 많습니다. 임금과 제품의 가격에 있어서 취하는 태도가 상반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국가는 기업들과 가계의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룰을 만들고 감시하거나 기업이나 가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때로는 공익적 부분에 있어서는 직접 생산자의 역할도 하게 됩니다. 시장을 원할히 하는 역할과 경제주체들간의 갈등이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정부의 역할입니다. 효율성과 형평성을 조화하고 시장이 자율적으로 생산하고 배분하지 못하는 부문을 직접 해결하는 것이 정부입니다.
경영은 기업이 기업주(주식회사의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물론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이 대두되고 각광을 받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만 그것도 역시 경영활동을 더욱 잘하기 위한 수준을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근원적으로 기업이 경영을 잘해서 이익이 많이 나면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하거나 주식의 시세차익이 늘어나서 이익이 커지는 것입니다.
보통은 기업의 경영이 잘되면 가계는 그 기업에서 일자리를 갖거나 싼값에 제품을 구입하는 효익을 얻게 됩니다. 국가는 그 기업의 이익에 대하여 과세를 함으로써 국가경제의 운용을 원할히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의 경영이 잘되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임금을 줄이거나 제품의 가격을 올려서 이익을 확대하면 가계는 소득이 줄거나 소비여력이 줄게 됩니다. 결국 국가경제가 피해를 입게 되는 일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국가의 정책에 반하는 로비를 하거나 법을 어기면서 이익을 확대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국가경제와는 상충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 일을 막고 조정하는 일을 정부가 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경영이란 경제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경제주체중 기업이라는 한부분의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경영입니다. 경제와 경영은 목표도 다르고 행동의 양식도 전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이것을 혼동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혼동하면 자칫 옳은 것과 잘못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광범위한 용어의 혼동은 바로 경제인과 경영인일 것입니다. 경제인이라고 하면 재벌의 총수나 대기업의 경영자를 떠올리시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엄청난 개념부재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여러분의 잘못은 아니고 우리의 잘못된 경제교육과 언론들의 잘못된 용어사용이 주요원인일 것입니다.
경제인이라는 용어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익을 누리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경제학자나 경제를 배운 일이 없는 사람이나 구분없이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모두 경제인입니다. 경제인 모델이라는 용어와 같은 것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교도소에 같다가 나온 재벌의 총수나 대기업의 경영자는 경제인일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재벌총수 또는 경영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목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경영인이 맞습니다. 그들중 경제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곧 경제인은 아닙니다.
또 재벌이나 대기업을 경제계라고 말하는 것도 용어의 잘못된 사용입니다. 경제계라면 국가의 경제관료와 경제학을 연구하는 경제학계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과 노동계와 경제에 관련이 있는 다양한 집단들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따라서, 재벌들이나 경영인들의 모임은 재계(財界)나 경영계라고 칭하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가 용어를 그렇게 혼용하여 사용한 점과 초중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경제교육이 너무 잘못되고 편향되어 있는 점이 국민의 의식속에 잘못된 판단력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기업을 잘 경영했던 사람이 국가도 잘 경영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경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 의례히 사람들은 기업의 경영인들에 주목을 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국가와 기업은 추구하는 목적이 전혀 다를 뿐 아니라 그 방법도 전혀 다릅니다. 기업을 경영하듯이 국가를 경영하면 오히려 국익에 매우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는 없고, 극단적인 효율성만 추구하여 약자와 저소득층을 죽음의 나락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며 국가의 이익을 좀 먹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경제가 중요한 화두라면 차라리 경제학자나 경제관료가 떠오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경영인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며, 경영이 어려운데 거시적 경제학자가 그리 도움이 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물론 경제학자들의 연구나 탁상공론이 실물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이 안될 수도 있지만 목적이 전혀 다른 경영인을 떠 올리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입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익숙해지면 정부도 기업과 같은 관점에서 보고 그런 방향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지구상에는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미국보다 훨씬 튼튼하고 바람직한 경제시스템을 가진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 미국의 경제는 이미 심각하게 병들어 있습니다. 효율성도 형평성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에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에 대한 군사적 지배력이나 기축통화로써의 달러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미 파탄을 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은 경제가 잘되는 나라가 결코 아니며 앞으로도 결코 잘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경제를 우리가 따라할 이유가 없으며, 따라하면 우리는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결국 미국에서처럼 국가경제의 목표를 기업처럼 설정하여 운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맞지도 않고 해서는 안될 위험한 일입니다. 기업을 잘한 사람이라도 국가경제를 잘할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우리국민이 경제와 경영, 경제인과 경영인을 혼동하는 수준에서 좋은 대통령감을 찾을 가능성은 낮고, 그것이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