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아랑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우리가 다니는 교회로 가는 길에
잉어빵 파는 아주머니의 포장마차가 있다.
몇 년 째 그 자리에는 몇 번이고 업종만 그대로 인채 주인이 바꼈는데
작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하시는 이 아주머니는 지난 해에는
곧 폐차 할 것 같은 1톤 트럭을 무단주차해 놓고 장사를 하시더니
올해는 트럭 대신 리어커를 놓고 포장마차를 차렷다. 비닐을 앞뒤로 막아는 놓았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 골짜기 찬 바람이 손님들 들어 오게 비닐을 벌려놓은 사이로도
들어 오고 무엇 보다 아스팔트의 냉기는 그대로 맞을 수 밖에.
앞 쪽은 붕어빵 굽고 어묵 국물 만든다고 화기가 있어서 덜하지만
등뒤는 차갑고 발은 시리고 할 것이다.
잉어빵 아주머니는 우리 동네가 아닌 다른 동네 사신다.
작년에는 저녁 8시 30분 정도면 잉어빵을 다 팔고 거의 9시 정도면 정리를 하고 집으로 가셨다.
뭔 놈의 불경기 여파가 잉어빵에까지 미치는지 요즘에는 한 10시 정도 까지는 잉어빵 포장마차
불 빛이 남아 있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작년까지 몇 년 동안 1,000원에 4개 주던 것을
이제 밀가루 값이 올랐다고 3개만 주는 탓이라고만 한다.
엊그제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랑이는 교회에서 아동부 공연 연습을 하고 나는 퇴근 길에
아랑이 이종 사촌 동생 아이들 두 명을 데리고 와서 같이 교회에 가서 공연을 보았다.
교회에 오니 며칠전 들른 이 마트에도 없던 성탄절 분위기가 그나마 난다.
학원에 과외에 시달리던 애들은 나름 뭔가를 보여주려고 애쓰고
애들이 실 수 할 수록 의자에 앉은 부모님들은 웃으며 더 큰 박수를 보낸다.
아랑이만 해도 시간을 못 맞춰서 그날 영어 학원 빼 먹었다. 애들도 좋아라 하고
그 엄마 아빠들도 즐거워 한다.
교회 행사가 다 끝나고 아랑이에게는 동생들 챙겨서 집에 가라고 일러주고는 공연 한다고 내려 놓았던
교회 강대상이며 큰 의자를 원위치 시키는 걸 도왔다.
교회를 나가는데 로비에서 빵과 음료를 준다. 내가 빵 종류는 거의 다 좋아하는 지라 걸어가며
받은 소보루 빵을 먹으며 가고 있었다.
가면서 보니 아직도 잉어빵 파는 포장마차는 불이 켜져있었다.
시간이 9시 30분 정도 되었다. 지금 쯤은 비어 있어야 할 잉어빵 꼽아 놓는 곳에 뭔가 보였다.
투명한 비닐 너머로 보니 잉어빵이 한 2천원 어치 될 것 같다.
애들한테 물어보고 피자든 치킨이든 시켜 주자는 아랑엄마 말은 순간 잊어 버렸다.
아직 남은 소보룰 빵을 입에 다 넣고 우물 거리면서 "2천원어치 주세요?"
했다. 아주머니가 담는 것을 보니 2천원 어치 담았는데 잉어빵이 아직 4개가 더 남아있다.
아주머니는 두개를 더 넣어 주면서 " 이 것도 더 드세요." 한다.
남은 것은 달랑 두 개 내가 " 그 것 다 3천원어치로 해서 주세요." 했다.
이제 입에 신물이날텐데 아주머니 입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남은 두 개 내가 사고 말지.
아주머니가 고마운지 미안한지 " 무슨 빵을 그리 많이 잡수세요.그러면 집에 딸내미 나중에 오면
내가 몇 개 더 줄께요." 이런다. 아마 내가 소보루 빵을 입안에 넣고 오물 거리는 것을 본 모양이다.
'아랑아빠! 이거 아마추어 같이 왜이래? 다 먹고 깔끔하게 포장마차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는 늘 천원 아니면 이 천원 어치만 샀었다.
아랑이는 양이 큰데 조카애들은 양이 작다. 게다가 걔네들도 교회에서 빵하고 먹었을 테고
애들이 다 저녁도 먹었다고 하던데 잉어빵 10개면 남을 것 같아서 올라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잉어빵을 먹어봤다. 속에 팥이 별로 없이 마치 과자처럼 바삭하다. 아마 만들고 오래 두어서
속이 비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마지막에 담은 놈 두 놈만 기준미달 잉어빵이었다.
잉어빵을 집에 풀어 놓고 먹으라고 하니 아랑이만 두 개 먹을 뿐 다른 녀석들은 둘이 합해서
한 개도 다 못 먹는다. 결국 이 번에도 잉어빵 처리는 내차지다.
그 날은 넘어가고 치킨은 결국 어제 오후에 사줬다.
어제도 우리 교회에서는 아기예수님의 2012번 째 생일을 기쁘고 즐겁게 축하드렸다.
교회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들으니 아직 애들한테 선물 못사준 어머니들은 점심 먹고 이마트라도
간다고 한다. 다들 성탄절은 그냥 넘어가면 서운한 처지다. 하여간 교회다니는 사람이건 아니건
성탄절은 꼭 챙겨야할 날 순위로 보면 설,추석 다음 3번 째 쯤 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성탄절 예배를 마치고 집에 오면서 보니 잉어빵 파는 아주머니가 또 보인다.
아주머니도 교회다닌다던데 성탄축하예배를 드리지도 못한 듯 하다.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도 기쁠 수 있고 쉴 수 있는 성탄절은 언제 쯤 ?.
예수님 자체가 태어나실 때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분인데 지금은 형편 되는 사람만
교회에 나가서 축하드리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