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전 어릴적부터 왼손잡이들을 부러워했더랬습니다.
공을 던져도 왠지 더 멋져보이고 글씨를 써도 왠지 더 지적으로 보이고 밥을 왼손으로 먹는 모습을 보면 왠지 더 기품이 있어 보였더랬습니다.
그리고 이상했습니다. 학교에서, 집에서 왼손으로 뭔가를 하면 꼭 찰싹 찰싹 왼손을 때리던 어른들의 그 오른 손들...
전 광고쟁이입니다. 제게 있어 소비자들은 죄다 오른손잡이가 아니고 죄다 왼손잡이도 아닙니다.
따라서 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를 따로 구별하여 그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습니다. 참 웃기는 일이지요.
하지만 왼손잡이들은 소수입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소외자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합니다.
오른손잡이인 제가 봐도 지하철 개찰구가 온통 오른손잡이에게만 편하게 오른쪽에 카드를 대고 나갈 수 있는 구조라는 겁니다. 왼쪽문은 잠겨 있는데 열려있는 오른쪽 문엔 "당기시오"표시가 보입니다. 왼손잡이는 몸을 한 번 더 비틀어 들어가야 하는 몰배려. 다수의 오른손잡이들은 사실 이런 생각조차를 하지 못하는가 봅니다. 너무 과장인가요?
북유럽 한 공원의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놓은 모습을 보며 이게 선진국이고 인간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각형 테이블에 의자를 세개만 붙여 놓고 한 곳은 비워놓았더군요. 비운 자리는 늘 의자에 앉아다니는 장애인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옛날 미국에선 흑인들과 백인들이 앉는 의자가 따로 있었다고 하지요. 명백한 사회적 차별이었죠. 지금은 몰라도 분명 그 당시의 미국은 미개사회였습니다.
배려.
이 단어가 바로 발전하는 사회, 발전하는 국가의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다수의 오른손잡이가 소수의 왼손잡이를 배려하는 사회. 다수의 백인 사회가 소수의 흑인사회를 배려하는 사회. 힘 센 남자가 약한 여자를 배려하는 사회. 다수의 이데올로기가 소수의 이데올로기를 배려하는 사회......,
"이제 내가 힘을 가졌으니 내 맘대로 할거야, 너희도 너희가 힘을 가지면 그 때는 너희도 마음대로 해!"
왜 이럽니까, 유치하게!
요새 이런 일들이 흘러서 넘치는 듯 합니다. 애들한테 뭐라 설명을 해줘야 할지, 정말 낯이 뜨겁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녀석에게 안부전화가 왔습니다. 술자리에서의 이념논쟁으로 한동안 연락을 끊은 채 지내던 녀석입니다.
"야, 극렬좌파 요즘 뭐하고 사냐?"
풋.
그냥 웃음이 났습니다. 마치 "야, 왼손잡이 요즘 뭐하고 사냐?"로 들려서요.
그냥 인간에 대한 애정을 품고 소수의 의견과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위해 배려하며 살고 있노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마치 왼손잡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