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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에 대한 로망
해질녘바람 | 2008-12-23 17:16:25 | 조회 856 인쇄하기
http://usimin.co.kr/29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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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전 어릴적부터 왼손잡이들을 부러워했더랬습니다.

공을 던져도 왠지 더 멋져보이고 글씨를 써도 왠지 더 지적으로 보이고 밥을 왼손으로 먹는 모습을 보면 왠지 더 기품이 있어 보였더랬습니다.

 

그리고 이상했습니다. 학교에서, 집에서 왼손으로 뭔가를 하면 꼭 찰싹 찰싹 왼손을 때리던 어른들의 그 오른 손들...

 

전 광고쟁이입니다. 제게 있어 소비자들은 죄다 오른손잡이가 아니고 죄다 왼손잡이도 아닙니다.

따라서 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를 따로 구별하여 그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습니다. 참 웃기는 일이지요.

 

하지만 왼손잡이들은 소수입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소외자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합니다.

오른손잡이인 제가 봐도 지하철 개찰구가 온통 오른손잡이에게만 편하게 오른쪽에 카드를 대고 나갈 수 있는 구조라는 겁니다. 왼쪽문은 잠겨 있는데 열려있는 오른쪽 문엔 "당기시오"표시가 보입니다. 왼손잡이는 몸을 한 번 더 비틀어 들어가야 하는 몰배려. 다수의 오른손잡이들은 사실 이런 생각조차를 하지 못하는가 봅니다. 너무 과장인가요?

 

북유럽 한 공원의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놓은 모습을 보며 이게 선진국이고 인간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각형 테이블에 의자를 세개만 붙여 놓고 한 곳은 비워놓았더군요. 비운 자리는 늘 의자에 앉아다니는 장애인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옛날 미국에선 흑인들과 백인들이 앉는 의자가 따로 있었다고 하지요. 명백한 사회적 차별이었죠. 지금은 몰라도 분명 그 당시의 미국은 미개사회였습니다.

 

배려.

이 단어가 바로 발전하는 사회, 발전하는 국가의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다수의 오른손잡이가 소수의 왼손잡이를 배려하는 사회. 다수의 백인 사회가 소수의 흑인사회를 배려하는 사회. 힘 센 남자가 약한 여자를 배려하는 사회. 다수의 이데올로기가 소수의 이데올로기를 배려하는 사회......,

 

"이제 내가 힘을 가졌으니 내 맘대로 할거야, 너희도 너희가 힘을 가지면 그 때는 너희도 마음대로 해!"

 

왜 이럽니까, 유치하게!

 

요새 이런 일들이 흘러서 넘치는 듯 합니다. 애들한테 뭐라 설명을 해줘야 할지, 정말 낯이 뜨겁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녀석에게 안부전화가 왔습니다. 술자리에서의 이념논쟁으로 한동안 연락을 끊은 채 지내던 녀석입니다.

 

"야, 극렬좌파 요즘 뭐하고 사냐?"

 

풋.

그냥 웃음이 났습니다. 마치 "야, 왼손잡이 요즘 뭐하고 사냐?"로 들려서요.

 

그냥 인간에 대한 애정을 품고 소수의 의견과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위해 배려하며 살고 있노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마치 왼손잡이처럼......,

 

 

 

     

덧글쓰기 | 전체글 5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핑  

따뜻한 글입니다.
유치한 정권하에서 일어나는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구여.
08-12-23

아름공간  

중요한건 스스로는 좌파로 규정하는데 인색하지요. 그런데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상대를 좌파로 규정하는것은 무지하게 쉽지요. 삽을 신봉하지 않으면 모조리 좌파 ㅎㅎ
08-12-23

그림자정부  

야만의 시대이다보니 더 더욱 가슴에 와 닿네요..

이런 글이 한낱 지나가는 수필 정도로 느껴야 정상인데..
사무치게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 현실을 말해주고 있네여..

해질녘바람님 !!
건필하십시요..
08-12-23

준마  

해질녁님의 친구는 양반이네요!
나는 친구들에게 전화하면 공산당이나 빨갱이로 통해요
우리가 학교다닐때 배운거 ㅎㅎㅎㅎ
제 별명은 빨갱이랍니다.
08-12-23

ball  

왼손잡이인 저도 지하철 개찰구 통과 할때 약간 불편 합니다.
이 글의 요지가 이게 아닌데^^

우리나라가 왼손잡이를 위한 배려가 많으면 그 만큼 살만한 나라일 겁니다.
0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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