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후에 대 야합?
12월 18일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 발생한 회의장 폭력 사태에 대해 김수한, 박관용, 김원기 전 국회의장들과 이철승, 정대철, 목요상 등 원로라는 자들이 입을 모아서 개탄을 했는데 자기들은 더 해본 장사를 이제와 거룩한 척 하면서 별 영양가 없는 말을 뇌 깔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격돌할만한 사안이 그동안 수많이 있었지만 그것은 국민들의 생각이고, 한미 FTA 비준안 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는 생각이다.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지만 민주당도 반대의 의도를 뚜렷이 말하지 않고 그저 뒤통수를 맞았다고 할 뿐이다.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당할 만큼 거사(?)를 치렀으니 뭔가 선물을 주고받을 일이다. 잡은 놈을 놓아 준다거나, 잡을 놈을 잡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아니면 자기들 배를 불리는 대 야합이 나올 만도 하다.
작금의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본질은 이명박 정권이 예전에 자기들이 편하고 익숙한 대로 판을 짜고 있는 것이지만, 부수적으로 더 큰 이익이 있다. 과거 독재정부가 실정을 거듭하거나 여러 가지 사정이 좋지 않으면 일부러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정부로 향한 매질을 국회로 돌리는 수작이다.
그런 국회의원은 누가 뽑았나! 국민들이다. 이는 국민에게 가래침을 내뱉는 추악한 일이다. 국회를 개판으로 만들수록, 국민들 스스로가 자괴감에 빠지게 하거나, 정치냉소주의를 꼭꼭 심어준다. 한마디로 정치에 관심을 끄라는 것이다. 똥통에 빠진 놈이 나와서 똥을 마구 뿌리는데 누가 거기에 가겠는가!
어떤 집단을 무능하게 만들려면 권한과 부를 안겨주고는 일을 시키지 않으면 된다. 그게 대한민국 국회이며 국회의원들이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만들려는 시도조차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만들지도 모른다. 의원 한 명당 8명이나 되는 유급 보좌진은 할 일 없는 친인척으로 채워서 세비를 뜯어 먹거나, 민주노동당 같이 노골적으로 당비로 거둬 가고 있으니 법안을 만들 재간이 애초에 없다. 이게 관행이 되고 전통이 된 대한민국 국회다.
상임위에 올라 온 법안은 일개 사무관급과 관련 이익집단이 머리 맞대고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법안 통과로 인해서 누가 이익을 받을 것인가에만 온 신경을 열정을 다 쓰고는 ‘밥을 먹고 찍을 까요!’ ‘밥 먹기 전에 찍을 까요!’ 만 선택했다. 그 판이 다시 짜지고 있다.
추악하고 더러운 지역구도 정치 청산
국민은 이제까지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큰 착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역 당이 존재하는 한, 국민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니, 선택을 하지 않았다. 당 깃발 색깔만 맞으면 개나 소나 다 찍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뽑힌 자들이 금 빼지 달고 국회를 놀이터로 삼아 국민 앞에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추악한 구도를 깨려고 열린우리당에게 공천권은 물론, 당에 모든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 온 대로 하는 것이 편하고 쉽기에 도로 지역구도로 들어가 버렸다.
정동영은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마음도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국물도 없는 노무현을 피하는 것이 오로지 자기들의 살길이라고 믿고 있었다.
노무현은 정치권의 지역구도 타파를 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건 이성이 아니라 뿌리 깊은 감정이고 이를 꾸준히 부추겨 온 여야를 망라한 모든 정치인들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에 빠진 단 두 사람! 이해찬과 유시민이다. 그래서 철저히 왕따가 된 일이다.
지역구도가 나쁜 이유가 국론 분열과 지역 패권주의 보다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역구도 하에서는 설사 괜찮은 인물이라도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그 밥에 그 나물이 되고 만다.
예전 같으면 이번의 국회 사태에 대하여 냉소적인 생각을 갖지만 한편으론 정치권이 뭔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쇼로 민의를 덮어 둘 수 없다. 당장에 경제가 심각하게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이런 와중에도 잃어버린 10년을 채우려고 발악을 하기 때문이다.
희망이라고 하기에는 한심한 상황이지만, 현재 모든 문제의 해결은 이명박 정권의 심각한 자충수와 그로 인해서 자기들끼리 분란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역사의 공의는 때론 진보에게 직접 승리도 안겨 주지만 대게는 불의한 악인이 스스로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는 것으로 정리한다.
그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면 한숨이 다 나온다. 내편인 척하면서, 적과 싸우는 척하며 내말을 듣지 않는, 더구나 전라도의 한을 줄기 차 게 빨아 먹는 가증스러운 수족은 잘라버리는 편이 낫다. 썩은 가지를 잘라야 새 가지가 나온다. 그게 민주당이다. 단 열 명이 되더라도 전국 당을 새롭게 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