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0분 토론은 정말 쌩 라이브로 감상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오늘 아침에야 녹화로 시청해야했다. 한편으론 기대감과 한편으론 불안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일단, 이렇게 떼거지로 몰려나올지는 정말 몰랐다. 많아야 한 6명 정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건 무슨 슈퍼주니어도 아니고...^^; 그러나 오히려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분산되었던 것이 유시민에겐 오히려 득이 되었다고 본다.
전체적으론 진중권, 신해철, 전원책 이 3인방이 화끈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다양한 어록들을 생산해냈다고 본다. 나경원은 여전히 메이크업으로 치장하고 참한 지적 여성으로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여전히 귀여웠다.^^
유시민의 경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최대한 자제하면서 '근신과 자숙'이라는 기본 전제하에 조심스럽게 원론적인 이야기로 중심을 잘 잡았다고 보고싶다. 사실 진중권의 도발과 이에 따르는 유시민의 반발이라는 국면이 오지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토론 막바지에 손석희 아나운서가 한미FTA를 화제로 띄우려 할때 분명히 유시민-진중권 대결구도를 예상했었다고 본다. 다행히 유시민 본인이 민주주의 원칙의 원론적 얘기로 화제를 전환하면서 다행히도 그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손석희가 굉장히 아쉬어 하더라...
그래서 유시민-진중권 대결은 굉장히 귀엽고 깜찍한 멘트로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아마 이런 일은 두번 다시 없을 것 같은 예감이다.
"제가 참여정부도 비판을 많이했죠... 허허"
"너무너무 심하게 비판했죠... 허허"
"나 같은 사람을 좌파라고 해야하는 데, (유시민을 가리키며) 이런 사람이 좌파라니...허허"
"저도 쪼금은 좌파에요...허허"
그야말로 허허실실 작전으로 서로서로가 넘어가 준 것이다.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유시민의 미묘한 정치적 입지를 이번 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느꼈다. 한미FTA가 거론됬다면 훨씬 첨예하게 드러났겠지만, 그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의 자리는 여전히 붕떠있는 느낌이다.
민주당 전병호와 진보신당 진중권의 사이, 한나라 나경원과 신해철, 박제동의 사이... 그 간극을 메워주고 연결하는 존재라기 보다는 그 간극에 스스로 고립되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느낌...
그래서 이제 "쪼금 좌파"가 아닌 "진짜 좌파"가 되어주길 바란다. 현재 왼쪽의 꼴통좌파를 견인하고 오른쪽의 사기좌파를 견인해서 진정으로 우리나라 정치지형의 당당한 한 축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마지막에 김제동이 한 말이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는다. "이념 얘기는 좀 지겹습니다. 우리 어린이들, 젊은이들, 이 소중한 인적자원들에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주세요"
진짜 좌파가 되라는 말은 지금의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처럼 되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껴안아서 진정으로 민중들을 사랑하고 감동을 줄수 있는 진짜 리더쉽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쪼금"이라는 어정쩡한 말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