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이었습니다.
오래 간만에 예전 나가던 축구회에 갔습니다.
그간 기회 있을때 마다 가서 박사님 이야기를 해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박사님께
우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박사님 이야기를 꺼내면 곧 바로 "야. 그 사람 사기꾼이잔아." 하던 친구가 이제는 박사님 현 상황을
물어보고 관심을 가져 줍니다.
이제는 상당수가 호의적으로 바뀌어서 그런지 편한 마음으로 가끔 찾아가곤 하는 곳이지요.
그날도 기분좋게 어느 중학교 운동장을 찾아갑니다.
한때는 "어! 황빠형 왔어요?" 하면서 조금 비아냥 섞인 어투로 맞이하던 녀석이 지금은 그런짓
안합니다. 세상의 의식이 그렇게 조금씩 바뀌어 감을 느낄때 다시 행복함이 가득해집니다.
운동장에서 열심히 공을 차던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 보는데 막걸리 한잔이 건네 집니다.
더덕향 진한 막걸리 한잔에 번개탄 위에서 김 모락모락 피워 올리며 익어가는 꼬막구이를
입안에 넣으니 바다내음이 그득합니다.
햇살 나른하게 몸을 간지럽히는 중학교 운동장의 오후는 평온 그 자체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오는 축구회원들과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묶은 안부를 교환합니다.
막걸리 몇잔에 배도 불러오고 기분좋은 대화에 시간은 금방 흘러 겨울 햇살은 어느덧 서산 머리에
걸렸습니다.
운동장의 기다란 그늘을 뒤로 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운동장을 빠져나와 큰 도로의 인도를 걷다가 사거리 횡단보도 신호등에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옆을 돌아보니 하얀개 한마리가 다급하게 짖어대고 있습니다.
짖는 곳을 향해 쳐다보니 또 한마리의 하얀개 한 마리가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해 건너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눈에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의 차도는 한산해서 지나가는 차들의 속도는 상당한 속도 였습니다.
그 아슬아슬 조마조마한 광경을 가슴 졸이며 바라보는데 옆에 있는 하얀 개 한마리는 안절부절하며 마냥 짖고만 있습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상황은 신호가 바뀌면서 종료됩니다.
길 가운데 있던 다른 하얀개는 무사히 이편으로 건너오고 기다리던 개는 마치 꾸짖듯 목덜미를 물고
꼬리를 물며 큰소리로 짖었습니다.
하는 꼴이 기특해서 자리를 못뜨고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신호는 바뀌고 차들도 쌩쌩 달리고...
그런데 좀전에 사고뭉치 하얀개가 다시 도로로 뛰어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아주 보기드문 장면을 목격합니다.
아까 제 옆에서 기다리던 개가 도로로 걸어가는 녀석의 뒷다리를 번개처럼 달려들어 물고 끌어 당기며
안놔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뒷다리를 문채 인도까지 끌고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혼이라도 내듯 큰소리로 짖으며 목덜미를 물었습니다.
참 기특한 녀석이네요.
그리고 조금 후 하얀개 두마리는 골목길로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멀어지는 하얀개 두마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는데 많은 생각들이 떠 올릅니다.
저 개들은 친구일까? 형제일까? 아니면 모자지간 일까?
크기도 비슷하고 둘다 똑 닮은 모습이 아마도 한솥밥 먹는 사이겠지요.
신호가 바뀌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집으로 향하는 걸음 내내 그 하얀개 두마리를 생각했습니다.
개들도 저리 서로를 위하고 걱정하며 챙기는데...
어쩌면 나는 개보다도 못한지도 모르겠구나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웁니다.
같은 인간으로 내 동료 내 친구 내 가족이 잘못된 길로 뛰어들때 나는 저 하얀개처럼 몸을 날려가며
막아설수 있을 것인가?
내 위험까지 감내해가며 몸을 날릴수 있을것인가?
땅거미 짙게 내려앉는 귀가 길 내내 저는 하얀개 두마리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