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크는 나무가 어디 있는가?
튼튼한 나무 아래에는 황소가 매어져 있어
뿔로 치받기도 하고 매어놓은 끈으로 당기도 하여
수 백년을 가는 튼실한 느티나무로 커 간다는 사실.
어디 평화만 있는 세상이 있는가?
어항에 금붕어를 넣고 들어다 보면서
남을 못 살게 구는 놈을 다 잡아내어 버리면
평화가 오겠지하곤 그 놈들을 다 잡아내고 보면
착한 놈 중에서 악역을 자처하는 놈이 또 나타나는 게 세상의 이치.
세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 길로 굴러가는 세상살이.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세상은 흥겹게 잘도 돌아가는 것을 보면...
유행가의 가사처럼 세월이 약이겠지요가 그저 말이 아님을 알 때.
늦은 허기를 촛불집회 이후로 삼양라면으로 면하며,
남비에 물 끓듯 팔팔거리다가 시간이 흐르면 까맣게 잊고.
배알도 없이 미국산쇠고기 사며 히히덕거리는 참 좋은 나라.
몇십 조의 국민 혈세가 땅파기로 들어가고
수천 억의 내 돈이 단 몇 초만에 땅땅거리며 통과되는데
여기에 앉아 몇 백원 몇 백만원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하며...
세상에 제일 좋은 구경이
이웃에 불난 것 구경하기와
옆집 부부싸움 구경하기라고...
가만히 두면 제 풀에 제가 지쳐 스스로 그만 둘 일을,
행여 불이 꺼질까 봐
행여 부부싸움이 멈출까 봐
옆에서 부추기며 말리는 척 불 당기는
얼쑤얼쑤 그 추임새가 더 가소롭고 민망스럽다.
행여 광장의 싸움판이 싱겁게 끝이 날까 봐
댓글로 응수하며 검정닉으로 숨어 하얀 잇빨 드러내며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그레샴Gresham의 헛깨비가 이곳까지...
내가 선택했건 아니 했건 다수가 선택을 했으면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지 말 일이다. 慶山草人